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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돌이 Oct 06. 2019

전공이 전산(컴공)이에요?

문과지만 죄송하지는 않아요

 전공이 전산이에요?

 

 일을 하다 어느 정도 친분이 생기면 사적인 질문을 받곤 한다. 회사에서 막내에 속하기 때문에 질문을 하기보다는 받는 쪽이다. 이런 대화를 스몰토크라고 하는 거겠지. 미국에서는 스몰토크로 사생활에 대해 묻는 건 실례라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유효한 주제로 보인다.


 질문의 순서는 꽤 일관적이다. 


나이가 어떻게 돼요? 32살이요

결혼했어요? 아니요

언제 결혼해요? 그러게요. 때가 되면 하지 않을까요?

학교 어디 나왔어요? ㅇㅇ대학교 졸업했어요


 그다음이 바로 "전공이 전산이에요?" 차례이다. 재미있는 건 전공을 묻는 질문이 세대별로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전공이 전산인지 묻는 분은 대부분 어른이고 소위 요즘 친구들은 컴공(컴퓨터공학)이냐고 한다. 요즘 대기업 채용 공고를 보면 IT 개발 또는 개발직군이라 쓰여 있지만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공고에는 여전히 전산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전산이든 컴공이든 해당사항이 없는 나는 문과 출신이라고 대답을 하면 다들 놀란다. 대화가 능숙한 사람이 아니면 스몰토크는 오래가지 않는다. 하지만 나에게는 모든 사람을 커뮤니케이션 장인으로 만들 치트키가 있는 셈이다.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했다고 하면 나의 정치 성향을 묻기도 한다. 정치성향도 적절한 스몰토크의 주제는 아니다. 


 뚜렷한 정치색을 가지고 있다면 그 자리에서 아주 깊은 이야기를 나눴을 수도 있겠지만 다행히(?) 내 정치색은 굉장히 옅은 편이다. 투표는 권리기 때문에 꼭 하지만. 사회학을 전공하게 된 이유는 특별하지 않았다. 커트라인이 높은 대학교의 비인기학과와 상대적으로 커트라인이 낮은 학교의 인기학과 중 전자를 선택했다.             


 아무리 학과보다 학교를 우선해도 재미는 있어야 된다는 생각에 사회문화 과목과 비슷해 보이는 사회학 전공을 골랐다. 특별하지 않은 전공 선택이었지만 만족도는 높았다. 재미있다고 학생들 사이에서 소문난 교양 강의보다도 전공 수업이 즐거웠다. 전공수업은 좋았지만 아쉽게도 사회학 전공만으로는 취업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판단에 복수전공도 했다.



 경영학과 복수전공은 학점이 부족했고 경제학과는 미적분 공부를 하고 싶지 않아 제외했다. 상경계열에 발을 걸쳐 놔야 취업 때 유리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국제통상학을 복수전공으로 택했다. 복수전공 역시 사회학 전공만큼이나 훌륭한 선택이었다. 너무 깊지도 얕지도 않은 수준의 전공과목을 들을 수 있었고 학점도 적당히 나왔다. 무역 관련 자격증을 보니 전공과목과도 관련이 있어 몇 개 취득을 해두었다. 대기업에서 원하던 직무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도 이 자격증 덕을 꽤 봤다.

 

 이과 출신에게는 문과생의 진로 선택과정이 신선하게 다가왔는지 어디 가든 많은 질문을 받았다.

개발자 취업 초기에는 전산 전공이 아닌데 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 섞인 이야기도 들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빈도는 줄어들었다.

 

문과지만 개발자로 일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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