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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책리뷰

이제는 한국에도 적용되는 '파이어족이 온다'

K파이어족이 아닌 오리지널

by 문돌이

2019년 처음 책이 나왔을 때는 별로라고 생각했던 책입니다. 그때는 그냥 가볍게 넘기면서 이건 미국 이야기이지 우리나라 상황과는 너무 다르다고 판단했어요. 주식을 기반으로 한 미국식 파이어 모델은 부동산이 중심인 우리나라와는 간극이 있다고 봤었지요.


지금은 한국에서도 주식, ETF, 가상화폐를 통해 파이어를 했다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지만, 그전에는 돈을 모아서 아파트 갭투자를 하고, 여러 채의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목표 자산을 이루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2010년 대에 부동산으로 파이어를 달성하는 거죠. 일명 K-파이어 공식이라고도 했습니다.


서울 및 주요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폭등한 상황에서 이제 돈을 모으고 투자해야 하는 입장에 있는 경우라면, 이 책이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오늘도 역시 기억에 남는 문장에 대해 제 생각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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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p 파이어는 남은 평생을 해변에서 칵테일이나 마시며 보내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어딘가를 꿈꾸며 책상 앞에 앉아 퇴근 시간만 기다리지 말고 당신의 인생에 주어진 시간을 소중하게 쓰자는 것이다.


파이어족은 부자를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파이어 운동(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은 경제적 자립과 조기 은퇴를 의미하는데요. 경제적 자유가 아닌 경제적 자립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해요. 월 200만 원의 현금 흐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월 150만 원 이하의 돈을 사용한다면 경제적 자립에 해당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경제적 자유라는 단어는 좀 더 여유가 있는 사람, 즉 부자에 가깝습니다.


12p 더 적게 쓰고 더 많이 저축하고 나머지는 투자하는 것이다.


책에서는 전형적인 미국인의 소비 방식이 자주 등장하는데요. 퇴직연금 401k에 납입하는 금액 외에는 전혀 저축을 하지 않거나, 연봉 1억이 넘는데도 전혀 저축을 하지 못하거나, 신용 불량에 시달리는 모습 등이 그 예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소비 통제를 하지 못해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지만 미국만큼 흔하지는 않습니다. 월 소득의 50% 이상 아니 30%라도 저축하는 분이 이 책을 본다면 공감이 되지 않을 정도로요.


그럼에도 더 적게 쓰고 더 많은 금액을 저축 또는 투자로 돌리는 것은 꼭 파이어를 목표로 하지 않더라도 필요한 습관입니다.


17p 파이어는 부자들만 할 수 있을까?


소득이 높을수록 파이어 목표를 달성하기 쉬운 것은 맞습니다. 부정할 수는 없지요. 한 달에 300만 원을 버는 사람이 70%를 투자한다면 210만 원이고, 천만 원을 버는 사람은 50%만 투자해도 500만 원이니까요. 절대적인 소득이 많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보다 더 내려놓을 수 있다면 파이어는 가능합니다.


책에서는 미국의 비싼 지역에 거주하며 월세를 내지 않는 것만으로도 파이어에 가까워진다고 하는데요. 전세보다 반전세 또는 월세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는 우리나라에도 해당하는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서울 중심지 아파트 월세는 수백만 원이고, 월세 100만 원이 넘는 오피스텔도 많습니다. 꼭 한국에 거주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저렴한 나라로 이동해서 주거비와 식비, 생활비를 줄이는 방법도 있는 거지요. 물론 모두가 이렇게 해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꼭 해외로 나가지 않더라도 국내에서 지역을 옮기는 방법도 있고요.


279p 파이어로 가는 7단계
1단계: 가진 것을 계산하라
2단계: 저축액과 지출액을 확인하라
3단계: 일일 지출비용을 줄어라
4단계: 주택, 자동차, 식비. 큰 세 가지를 줄여라
5단계: 저축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라
6단계: 소득을 늘려라
7단계: 파이어 공동체를 찾아라


마지막에 전체적인 내용을 7단계로 요약해 준 부분 좋았습니다. 현재 자산과 수입 지출 내역을 정확히 알고, 절약을 해서 저축액 또는 투자금을 최대로 확보한다. 고정지출과 변동지출을 통제하고 추가로 생긴 자금을 잘 투자하고 소득을 늘리고, 여정을 함께할 공동체를 찾는 부분까지 좋은 흐름이네요.


낫토와 계란말이를 먹으며 10억을 모은 '절대퇴사맨'은 지옥 같은 블랙기업에서 탈출하기 위해 처절하게 돈을 모았습니다. '한국에는 퇴사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10억을 모았다'라는 제목으로 출간이 되었어요.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생활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고, 트위터(현 X)에 자신의 식단을 올리면서 유명세를 탔는데요.


그는 파이어 공동체를 찾는 7단계를 실행하지는 않았지만, SNS를 통해 본인의 과정을 공유하며 많은 공감을 이끌어냈습니다. 파이어에 정답은 없으니 여러 케이스를 다양하게 접하고 실행해 본 뒤 나만의 방식을 찾으면 되는 거지요.


파이어족이 되었다고 무조건 퇴사를 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실제 절대퇴사맨도 여전히 회사를 다니고 있어요. 우리나라로 치면 희망퇴직을 기다리면서요. 회사 생활에 만족한다면 경제적 자립상태를 이룬 상태로 계속 다니면 됩니다. 돈이 아쉬워서 억지로 다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회사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낼 수도 있고요.


여러분은 경제적 자립을 위해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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