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가 만든 도시와 자연의 경계
어떤 공간의 경험은 그곳까지 향하는 여정에 따라서 좌우되기도 한다. 베를린 도심 한가운데 펼쳐진 거대한 공원, 그 안으로 흐르는 스프리강의 작은 물길을 끼고 자리한 비어가르텐은 맑은 하늘 산책길에서 만나는 기분 좋은 쉼터다.
우리나라 골목길엔 정겨운 분위기의 국밥집이 있고, 프랑스에는 스테이크와 와인 조합의 정통 브라세리가 있다면, 독일엔 맥주와 소시지 그리고 감자샐러드가 기다려지는 비어가르텐이 있다. 비어가든은 맥주(비어)와 정원(가르텐)의 합성어로 독일인들에게 가장 친근하고 정겨운 장소다. 제법 큰 규모의 야외공간에 펼쳐진 테이블들 위로 수많은 맥주잔들이 보인다.
유난히 도심 속 녹지대가 많은 독일은 도시마다 수많은 공원과 비어가든들을 찾아볼 수 있는데, 동물원공원(Tiergarten)을 걷다 보면 정겨운 비어가든을 만나게 된다. 처음엔 도심 한가운데 커다란 동물원이 있는 것도 신기했는데 그걸 둘러싼 공원의 스케일에 한번 더 놀라게 된다. 프랑스에서는 볼 수 없는 거대한 맥주잔은 물론이고 무심하게 바구니 안에 쌓여있는 프레첼들, 그리고 한편에 자리 잡은 그릴 위로 놓인 소시지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여기가 독일임을 알려준다. 운하의 물길 위로 솔솔 불어오는 바람은 커다란 나무들을 스쳐 다가와 기분 좋은 식사를 만든다.
Biergarten의 기원은 19세기 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의 양조장들은 이때부터 일반사람들에게 직접 맥주를 판매하는 것이 허용되었는데, 더 많은 손님들을 오게 하기 위해서 야외 공간을 개방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개방형 공간의 양조장들은 뮌헨을 중심으로 널리 퍼졌으며, 시간이 지나며 독일인들에게 친숙한 장소로 자리매김했다. 나무 그늘 아래의 테이블과 벤치, 그리고 손님들이 직접 음식을 가져오는 것이 특징이었는데, 1999년이 되어서야 양조장에서 직접 음식까지 판매하는 게 허용되었다. 그 후 비어가르텐은 독일의 전통적인 문화로 여겨지며 사회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왔다. 오늘날 까지도 가족, 친구들과 함께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즐겁고 친숙한 장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