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희귀한 책들이 있는 곳
이젠 어떤 대상을 “기록”하는 일은 일상이 되었다. 누구나 쉽게 기록하고,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은 방대한 기록들의 알고리즘을 통해 나에게 살며시 말을 건다. 인터넷으로 콘텐츠 소비가 너무 쉬워진 오늘날에는 알맹이가 없는 빈 껍데기 일지라도 쉽게 타인의 공감을 얻는다. 이런 시대를 살아갈 때 잠시 휴식을 주는 공간이 바로 도서관이다.
서쪽을 바라보며 센느강변을 걷다 보면 보이는 뾰족한 지붕의 작은 성이 보인다. 누구나 한 번쯤 발걸음을 멈추고 멀리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지만, 아무 관광 표지판도 설명도 없기에 가던 길을 가는 건물. 그 안에 자리한 파리 4구의 보물 같은 포르네 도서관(Bibliothèque de Forney)이다.
천천히 정원을 산책하는 노부부들, 여유롭게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학생들은 이곳이 관광지가 아닌 자연스러운 “동네 도서관”임을 말해준다.
테이블웨어 관련 섹션의 오래된 책들을 뒤적거리다 우연히 수제 사탕을 연상시키는 무늬의 기분 좋은 오팔린 사진을 발견했다. 인쇄된 지 30년도 넘은 이 책은 그보다도 훨씬 더 오래된 물건들을 기록했다. 직접 만져보고 느끼는 빈티지의 매력처럼 이 책도 그러한 것 같다. 오래된 종이의 냄새와 질감 그리고 자연스럽게 바랜 색감이 전달해 주는 사진 속 공간이다.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이야기들이 시작되었을 이 공간의 아우라는 지금까지 그 가치를 공감하고 지켜온 사람들이 만들어낸 역사다. 이곳의 시간은 오래된 유적지나 관광지의 경험이 아닌 그냥 프랑스라는 나라가 만들어낸 일상의 향유다.
한적한 마레지구와 퐁 마리 다리를 사이에 두고 위치한 포르네 도서관은 Hotel de Sens라고 불리는 오랜 역사를 간직한 건물에 자리한다. 호텔 파르티큘리에 (Hôtel particulier)는 프랑스 귀족계층이나 부유한 상류층 사람들이 파리에 방문했을 때 사용한 개인별장들인데,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런 건물이 파리에만 자그마치 362개 다. 그중 하나인 이곳은 자그마치 1500년대에 지어진 고딕양식의 건물이다. 1961년, 파리 시는 이 건물을 인수하여 예술 서적에 특화된 도서관을 설립하기로 결정했고, 건축, 장식예술, 그래픽, 패션 등과 관련된 희귀 서적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포르네 도서관은 방대한 고서 컬랙션으로 예술 및 공예 분야의 연구자들이 즐겨 찾는 귀중한 어카이브가 되었다. 파리시민이면 누구나 무료로 국립 도서관 연 회원등록을 통해 입장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