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과 나뭇가지와 하늘이 겹쳐지고 눈이 사라질 때
나무를 바라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쌓인 눈과 또 하얀 하늘이 겹쳐져서
눈 하나 내린 것 같지 않은 나무가 될 때,
시간이 다시 돌아가는 것 같을 때.
당장 눈은 쌓였지만 언제 내렸냐는듯이 또 사라질걸 알아.
그럼 다시 또 나무만이 남겠지.
나이테도 나이도 모르지만
내가 여섯살때부터 스물다섯이 되기까지의 오랜 시간을
단단히 버텼고 날 언제나 내려다봐주는 나무.
어떤 곳이든 나무가 보이는 곳에 있으면 누구랑 있든 마음이 편해.
나무를 보면서 내 많은 생각들을 한꺼번에 보여주어야 한다는 조급함 없이,
천천히 털어놓을 준비가 되는걸까?
나뭇가지 끝부터 생각을 요이땅 시작해서
나뭇가지들이 꺾이는 곳들을 하나씩 지나가면서
뿌리까지.
내 생각의 길도 꺾으면서
생각을 이어나갈 수 있어.
우린 나뭇가지이고, 나무 끝에 매달려있고 땅을 바라보지 못해서
우리의 뿌리가 어디인지를 자꾸 찾는지도 몰라.
자꾸 더듬다가 나의 어딘가가 땅과 닿아있단 걸 알면
짧은 순간이더라도 안도감이 들거야.
그렇게 조금씩 나와 내 주변의 나뭇가지들을 알고 또 받아들일 수 있을때,
그때서야 난 나무가 될 수 있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