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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맛있는 귤 Jan 27. 2023

눈 내리는 날 나무를 본 단상

하얀 눈과 나뭇가지와 하늘이 겹쳐지고 눈이 사라질 때

나무를 바라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쌓인 눈과 또 하얀 하늘이 겹쳐져서

눈 하나 내린 것 같지 않은 나무가 될 때, 

시간이 다시 돌아가는 것 같을 때.


당장 눈은 쌓였지만 언제 내렸냐는듯이 또 사라질걸 알아.

그럼 다시 또 나무만이 남겠지. 

나이테도 나이도 모르지만

내가 여섯살때부터 스물다섯이 되기까지의 오랜 시간을 

단단히 버텼고 날 언제나 내려다봐주는 나무. 


어떤 곳이든 나무가 보이는 곳에 있으면 누구랑 있든 마음이 편해.

나무를 보면서 내 많은 생각들을 한꺼번에 보여주어야 한다는 조급함 없이,

천천히 털어놓을 준비가 되는걸까? 


나뭇가지 끝부터 생각을 요이땅 시작해서

나뭇가지들이 꺾이는 곳들을 하나씩 지나가면서

뿌리까지.

내 생각의 길도 꺾으면서

생각을 이어나갈 수 있어.


우린 나뭇가지이고, 나무 끝에 매달려있고 땅을 바라보지 못해서

우리의 뿌리가 어디인지를 자꾸 찾는지도 몰라. 


자꾸 더듬다가 나의 어딘가가 땅과 닿아있단 걸 알면

짧은 순간이더라도 안도감이 들거야. 

그렇게 조금씩 나와 내 주변의 나뭇가지들을 알고 또 받아들일 수 있을때,

그때서야 난 나무가 될 수 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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