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2024년 1월. 드디어 홀로서기로 결심했다. 창업이라는 세상을 접하고 뛰어든지 햇수로 7년. 회사생활을 했던 것까지 생각하면 딱 10년간 조직생활을 경험했다. 이제 나는 다시 혼자다. 모든 일을 혼자 해야한다. 그간 해 온 일들이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코로나로 어려웠던 적은 있지만 직원 10명 되는 공연기획사를 운영하기도 했고, 최근까지 유튜브 구독자 60만을 보유한 프로덕션 회사를 2년간 함께 키우기도 했다. 둘다 창업멤버였고, 큰 돈은 벌어보지 못했지만 적어도 직원 월급은 줄 수 있는 회사로 성장시키는 과정을 함께 겪었다.
하지만 이 모든 일들을 내려놓고 다시 홀로서기를 선택했다. 어찌보면 진작부터 꿈꿨던 낭만을 미루다 지금에서야 용기를 낸 거라고 할 수 있다. 윤에이지 35살의 미혼 남성으로 이제는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라고 느꼈기에, 승부수를 던져보는 걸지도 모르겠다.
사실 지금 내 꿈이 거창한 건 아니다. 예전에는 그랬을지도 모른다. 창업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세상을 바꿔보고 싶거나, 이름을 세상에 알리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까. 수백가지 아이디어와 영감들이 스쳐지나가고, 현실의 무게를 달고나니 이제야 조금 내가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구분할 수 있는 시야와 못하는 것을 인정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좋아하는 것을 잘하는 사람은 너무 부럽다.)
큰 덩치였던 꿈을 깎고 또 깎아 지금 내 꿈은 1인 기업가다. 억지로 꿈을 접은 건 아니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변하게 되는 가치관을 받아들이니 그렇게 됐다. 내가 요즘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시간'이다. 나이가 들면서 마주하는 죽음에 대한 간접 경험들과 건강에 대한 바람들, 그리고 정말 눈깜짝할 새 한 해가 지나버리는 이 마법을 여러번 경험하면서, 다음 10년을 어떻게 보내면서 살고 싶은 지 더 간절히 고민하게 됐다. 현재 내가 꿈꾸는 삶은 <시간을 사기 위한 1인 기업>이 되는 것이다.
함께했던 사람들이 나쁜 사람들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와 가치관을 이해하고 지내야 하는 것이 지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대단한 리더십이나 능력 혹은 카리스마, 포용적인 성향, 호감을 사는 이미지 그 어떤 것도 특별한 부분이 없었다. 더군다나 자기주장도 강한 편이어서 그 생각대로 해봐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질을 지녔기에, 그들로 하여금 불편함을 끼치는 것이 눈치가 보이기도 했다. 결국은 내가 문제일지도 모른다는 전제를 남긴 채 10년간의 조직생활을 마무리 지었다.
조직생활을 하면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정감을 주는 부분이 존재하지만 그만큼 나도 조직을 위해서 나의 에너지와 시간을 쏟았다. 그 생활을 포기하려니 안정감은 사라지지만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 다행히도 나는 일을 싫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일을 좋아한다. 무언가 새롭게 시작하는 시점을 특히 좋아한다. 그 에너지를 온전히 내가 실행하고 싶은 일들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게 이 선택의 가장 큰 장점이다.
나는 지금부터 시간을 얻기위해 돈을 버는 방식들을 끊임없이 고민할 것이며, 그때마다 느끼는 경험과 감정들을 블로그를 통해 이야기 해 볼 생각이다. 예전부터 블로그 글을 써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미루던 짓도 이제는 그만 끝낼겸 말이다. 내 이야기가 부디 해피엔딩으로 이어지며, 이 이야기를 공유하는 게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누군가에게 이로운 영감이 되길 바란다.
(이번에는 좀 꾸준하게 글을 쓰는 내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