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사람이 자연보다 더 강할 수도
잣송이들이 뭉텅 떨어져 있었다.
통째로 곱게 떨어져서
아직 푸른 잎들과 한데 엉켜있다.
태풍이 하루 만에 멀찍이 가버렸다.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영화 투모로우가 떠올랐다.
영화가 준 인상은 대자연의 반격? 자연재해 앞의 무력한 인간? 이런 잔상을 남겼던 거 같다.
사실 해수면 온도가 높아져서 이상 사이클론 발생이 잦아진 것도, 지표층이 콘크리트로 덮여 토양이 물을 머금는 완충역할을 하지 못해 물이 넘쳐흐르는 것도, 모두 사람이 미리 해놓은 일이다.
우리가 예견하는 기상재해가 사람 덕분에 피해가 커진 것인데 막상 닥치고 나면 그걸 연결하지 못하는 것이 정말, 안타깝다.
태풍은 이 땅을 쓸고 나무들이 넘어지고 떨어진 잎과 솔방울들이 쌓이고 썩어서 흙으로 돌아간다. 그 오래되고 새로운 시간의 일부를 잠시 들여다본다.
뒤섞인 다양한, 곧 사라질, 초록의 아름다움을 본다.
#서울의하루
#the_days_in_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