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 석양
아빠 안녕,
어릴 땐 분명 아빠가 많이 놀아줬는데, 크면서 자주 얘기하질 않아선지 가까운 사인데도 편지를 쓰려니 영 어색하다.
가끔씩 아빠랑 대화하는 날이면 중요한 얘길 하는 편이어서 그 말들은 내 기억에 꽤 강하게 남아.
언젠가 내가 사회에 상처받고 힘들 때 아빠가 그랬지, 무인도에서 혼자 살아갈 순 없는거라고. 그리고 아빠는 꼭 주류에 들어가야된다고 했어.
그 말이 꽤 오래 내 발목을 잡았던거 같아. 그게 틀렸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살았던것도 같고.
내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나는 아빠의 주류에서 갈수록 멀어졌고 친구도 몇 남지 않았어.
그래도 아빠 딸이 괜찮다고 얘기해주고 싶은 건 사회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나와 비슷한 사람들도 있다는 거야. 비주류일지 몰라도 혼자서 살진 않아도 된다는 걸 배웠어. 여전히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전처럼 무섭진 않아.
걱정 많이 되겠지만 그래도 잘 지낸다고 말해주고 싶어. 날이 추운데 감기 조심하고. 금방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