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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샐리 Aug 21. 2022

재미없는 반복 업무를 줄이는 법

컴퍼니 포인트(6) 우리는 이걸 보고 센스라고 하기로 했어요

그동안 운이 좋게도 유난히 빠르게 성장하는 팀에서 일을 해왔다. 그렇다 보니 입사를 하고 나서 1년만 지나면 동료가 두 배가 되어있다거나 혹은 이미 규모가 커져 조직개편을 겪는 등은 비일비재했다. 그렇다 보니 자주 바뀌는 업무들 사이에서 극한 P형의 사람은 직장인으로서 J의 역량을 갖게 되었다. J의 성향이 된 것은 아니고 사회화를 통해 역량 정도를 갖추게 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보통은 어떤 팀에서 TO를 낼 때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인지 JD(Job Description)를 작성하기에 팀에 합류했을 때 그 일을 주력으로 담당하게 된다. 그렇다 보니 매번 다이내믹한 업무를 맡을 일이 아주 많지는 않을 것이다. 예를 들면 나는 현재의 회사에서 출판과 피지컬 굿즈를 제작하는 라이선스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다루는 소재나 협업하는 상대는 공통적인 것 하나 없이 전부 다양했지만 각각의 업무 방식은 아주 다르지 않았다. 



처음 하는 업무는 언제나 흥미롭고 재미있다. 물론 그 사이에 부담과 일말의 암담함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런 흥분감으로 시작한다. 그러다가 1년, 2년 시간이 가면 어떤 업무는 지루해진다. 매번 같은 이야기를 해야 하고 생각 없이 일해야 하는 것들, 그리고 번거로운 것들이 가장 먼저 지루함을 느끼게 한다. 반복 업무를 할수록 회사 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져 가고 결국은 번아웃으로 이어지는 것을 여러 차례 보고 경험했다.


입사 첫날 OJT를 듣고 다른 팀원들의 커뮤니케이션들을 살펴보며 눈대중으로 업무들을 익혀나갔는데 그러면서 반복적으로 쓰이는 내용들을 스프레드시트에 적었다. 탭을 나누어 업무마다 주요하게 하고 있는 문장이나 내용들을 저장했고 만약 맡은 일이 완벽하게 새로운 일이라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프로세스는 모두 동일하게 흘러가다 보니 전부 다른 업무였지만 어느 정도 유사한 부분들을 발견했다. 아 우리 팀의 반복 업무는 이거구나!


사실 반복 업무가 계속된다는 건 이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업무라는 의미다. 그렇기에 상사에게 쉽게 이 일을 하기 싫다 말하기도 어렵다. 기왕 해야 한다면 편하게 해야 하니까, 이 일을 보다 쉽게 하는 방법을 생각하다 보면 자연스레 외부의 서드파티 툴이나 플랫폼을 사용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 툴을 공부하는 동안 오히려 머릿속이 복잡해져 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 빠지는 경우도 종종 봤다. 그렇다면 재미없는 반복 업무를 보다 똑똑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가장 먼저 나는 아까 이야기했던 스프레드시트에서 답을 찾았다. 몇 개의 메시지 유형들을 내 방식대로 정리하여 메일의 메모함에 저장했다. 보통 여러 사람들이 동일하게 작성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이 메일을 처음 보는 내 눈높이의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정리했다. 그러고 나서는 메일의 메모 기능에 몇 가지 템플릿을 만들었다. 논의가 장기간 이어지다 보면 중간중간 업무를 정리할 때가 필요한데 이때 보낼 수 있는 템플릿이었다. 보통은 지금의 진행상황이 이러하니 다음은 이 부분들을 논의해야 한다는 내용이 주였는데 그렇다 보니 계약 직전 계약에 대한 요약 내용을 짚을 때와 론칭 직전 전반적인 상황을 훑어야 할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형태였다.



그 스프레드 시트와 메모함에 업무 템플릿을 저장해놓은 덕분에 초반에 업무의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 물론 진행하며 계속해서 업데이트를 해나가고 있고 추가적으로 10여 개의 템플릿이 생겨 때에 따라 적절히 변형해가며 활용하고 있다. 이렇게 업무를 하나 보니 지루하기만 했던 반복 업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이 템플릿들로 확보한 시간은 이제 팀 내에서 공통으로 활용하는 데이터나 일정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변경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에 활용이 가능했다. 엑셀과 스프레드시트의 자동화 기능을 틈틈이 연습하며 한 명이 여러 번을 반복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다 보니 자연스레 두 프로그램을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이는 팀에도 도움을 줄 수 있었지만 내 업무를 정리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요즘은 어느 정도 업무 템플릿이 안정화된 것으로 보여 적절한 서드파티 툴이나 플랫폼을 탐구하고 있다. 만약 처음부터 툴에 의존하여 반복 업무를 떨쳐내려고 했다면 고려할 점이 적었을 것 같은데 이미 여러 템플릿들을 활용하며 느꼈던 애로사항이 있다 보니 보다 여러 가지 고민을 늘여놓고 선택해볼 수 있어 오히려 시야가 넓어져 좋다. 


템플릿화 한 대시보드나 메모, 스프레드 시트는 물론 팀에도 함께 활용할 수 있도록 공유해 각자에게도 도움이 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반복 업무라는 산은 계속해서 넘어야 하고, 혼자 넘는 게 아닌 같이 넘어가야 하니까 보다 똑똑하게 다 같이 무찔러낼 수 있는 방법을 계속해서 찾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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