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412 오늘의 단상
우연히 옆자리에 앉았다. 이야기를 해보니 집도 근처. 그렇게 함께 퇴근 후 술 한 잔을 하며 조금씩 마음을 터놓았다. 억지스럽지 않게. 천천히 시간은 흘렀고 어느새 언니와 나는 서로 의지하는 친구가 되었다.
처음 만나 와인 한 잔 했던 상하이의 와인 바. 우리는 여전히 이 곳에서 술을 마신다. 기쁜 일과 슬픈 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넘나들며 인생을 이야기한다. 우바 전면에 쌓여 있는 코르크 마개들처럼 우리의 이야기도 이 곳에 가득 채워진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언니는 그동안 고시생의 하루를 담은 소설을 몇 편 읽었다고 했다. ‘꽉 막힌 복도를 지난 비좁은 교실에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달리지만 사실은 이미 좌절을 경험한 학생들이 바글바글하다.’
그동안 언니는 이런 내용의 소설을 읽으면서 공감이 어려웠다고 했다. 그저 작가가 얼마나 글을 잘 썼는가에 대한 생각만 했다. 지금 이 곳에 와서야 이 소설가가 얼마나 힘든 시기를 겪고 이 소설을 썼는지 알았고, 소설로 그 시기를 이겨낸 작가를 보며 스스로도 현재를 이겨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게 되었다고 말했다.
지금 내 자존감은 바닥이지만,
마음의 위로를 얻었기 때문에
너무 행복한 거야.
한숨과 절망으로 채워진 고시원 사람들의 날숨을 이해할 만큼 그녀는 지금 너무나 힘들다는 것을 이렇게 긍정적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물론 그녀는 정말로 감사하고 행복해하고 있었지만 내 마음은 어떤 때보다 아려왔다.
그녀는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스스로가 선택한 길에서 힘들어하고 있다. 나는 모두의 걱정 속에서도 즐거웠던 회사를 그만두고, 응원과 지지를 받으며 떠나온 이 곳에서 잊혀진 행복 요소를 찾으려 고군분투 중이다.
우리의 과거는 정반대였지만, 결국 지금은 같은 길 위에서 ’인생이란 무엇인가,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있다.
언젠가 있을 우리의 다음 선택지는 지금보다 더 낫기를. 그때는 우리 인생을 소설 혹은 안주 삼아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의 위안을 줄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을 알지만 매번 긍정적인 미래를 꿈꾸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겠지.
힘내자 우리 둘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