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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희 Feb 06. 2018

"너무 열심히 하면 지쳐요"







넘쳐나는 시간이 버거워졌다. 규칙적인 삶을 그리워하던 중에 책방 직원이 됐다. 의욕이 넘쳐 두 시간 일찍 출근했다. 셔터를 열고 2층 카페 문을 연다. 출근해서 전날 쌓인 컵을 씻는다. 수세미 에 주방세제를 묻혀 거품을 뽀얗게 내면서 설거지를 마친다. 커피머신을 청소한다. 커피를 뽑다 기계에 떨어진 커피 찌꺼기를 닦아내고, 커피 자국을 닦아낸다. 한숨을 돌리고는 청소기를 돌린다. 쓸 때마다 감탄하는 다이슨 청소기는 밤새 충전을 해도 고 작 20분 사용할 수 있다. 후다닥 바닥을 돌리고 솔을 갈아 끼워 테이블 위 먼지도 빨아들여야 한다. 걸레질이 남았다. 가장 힘든 일이다. 걸레 청소기는 너무 무겁다. 그래서 청소기는 치워두고 걸레만 쥔 채 신데렐라처럼 쭈그려서 바닥청소를 할 때가 많다. 여 기까지 끝내면 땀이 난다. 볕이 좋으니 서둘러 걸레를 빨아서 옥상에 널어둔다. 이제는 휴지통을 비워야 한다. 서점이다보니 책을 받고, 보내는 택배가 많아서 은근히 쓰레기가 많이 나온다. 부지런히 2층과 3층을 돌아다니면서 휴지통을 비워내고는 한숨 돌리 며 자리에 앉는다. 이제 커피 한잔하면서 노트북을 두드리며 일할 것 같지만 턱도 없다. 전날 들어온 책 주문을 확인하고 책을 포장 한다. 함께 보낼 카드도 작성한다. 여기까지 일을 마치면 사장님 이 출근한다. 그리고 묻는다. 




“도대체 몇 시에 오면 이렇게 다 준비가 되어 있는 거예요?” 

“두 시간 일찍 와서 일하면 돼요. ”

“너무 열심히 하지 말아요. 그럼 금방 지쳐요. ” 






내가 좀 더 많은 시간을 쓰면, 좀 더 부지런해지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랬다. 하지만 그렇게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면서 3개월을 보내고 결국 지쳤다. 청소도, 책을 배송할 때 쓰던 손편지도, 모든 것들이 버거워졌다. 몸을 움 직일 때마다 “아, 힘들어.”를 내뱉었다. 설상가상으로 여름의 더위 와 외부 일정이 더해져 나는 점점 웃음을 잃어갔다. 감춘다고 했 지만 티가 났는지 사장님이 말을 건넸다. 




“지치지 않고 계속하려면 무리하면 안 돼요. 너무 열심히 하면 지쳐요, 지금 김경희가 지금 지친 것처럼. 설렁설렁 하세요, 저처럼. 너무 열심히 하지 마세요. 70%만 일해요. 너무 최선을 다하지 말아요.”


“사장님 제발 일찍 오세요. 딴짓하지 말고 일하세요. 열심히 하세요.”라고 잔소리를 했던 내가 먼저 지치고야 만 것이다. 잘하고자 하는 마음이 앞섰던 나는 지쳤다. 열심히 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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