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수건의 수명은 2년이래” 거실에 앉아 수건을 개고 있는데 동생이 말했다. 구멍이 나면, 헤지면 걸레로 쓰이다 결국 쓰레기통을 향하는 그 수건에게도 수명이 있었다. 다 갠 수건을 들고, 화장실 선반에 채워 넣으며 생각했다.
‘다 버리고 새로 사야겠네’
며칠 후, 엄마에게 우리 수건 다 버리고 새로 사야 한다 말했더니, 버리긴 왜 버리냐며 놀랜다. 수건의 수명이 2년이라니까, 그래서 버려야 해, 내가 마트 가서 수건 새로 싹 다 사올게 했더니 절대 사지말아라 한다. 엄마가 눈치채지 못하게 야금야금 버리다가 새 수건으로 채워 넣어야겠다 생각했다.
화요일 아침, 엄마 몰래 수건을 챙겨 버리려고 하는데 엄마가 문득 묻는다. “딸, 언제 시집 갈 거야?” 이 말은 3일에 한 번씩 엄마가 하는 말인데 오늘이 그날이었다. 나는 3일마다 똑같은 대답을 한다. “웅 안 갈 거야~~결혼 안 해~~” 그리곤, 버릴 수건을 챙겨 집을 나왔다.
30년을 한집에서 함께 산 엄마와 수건 쓰는 일 하나도 맞추기 힘든데,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남과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는 일은 쉽지 않겠구나 싶었지만, 2년에 한 번씩 수건 사러 같이 갈 사람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는 8월에 좋은 사람 만난다는 말을 듣고 기대하고 있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