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전, 빠르게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맥도널드로 향했다. 문을 열자 무인 포스부터 보인다. 언제 이렇게 바뀌었지? 무인 포스에 손가락을 갖다 대며 몇 번 버벅거리다 주문을 완료했다. 카드와 영수증을 받고 자리에 앉다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데 햄버거가 나올 생각을 안 한다. 이상하다. 손님도 많이 없는데 싶어 주변을 둘러봤다. 세상에! 전광판에 큼지막한 번호가 보였다. 그 번호는 내 영수증에 적혀있는 번호였다. 카운터에 보니 쟁반 위에 햄버거 세트가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며칠 뒤, 급하게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롯데리아로 향했다. 역시나 문을 열자 보이는 건 2개의 커다란 무인 포스. 한 번 해봤다고 순조롭게 주문을 끝냈다. 자리에 앉아 햄버거를 기다리는데 무인 포스 앞에서 버벅거리는 엄마 또래의 손님이 보였다. 한참을 무인 포스와 씨름하시더니 어렵게 카드를 넣는 것까지 성공했다. 그는 자리에 앉으며 ‘햄버거 주문하는 것도 이제 힘드네’ 라 중얼거렸다.
음식점 무인 포스뿐이랴. 이미 지하철에서 역무원에게 천 원 내밀며 승차권을 받던 때도 가물가물하다. 하나둘씩 사람에게서 기계로 대체된다. 효율성이 우선되는 당연한 흐름이겠지. 하지만, 어느 순간 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때가 됐을 때, 기계 앞에서 버벅거리는 순간이 왔을 때를 생각하니 문득 무서워졌다. 먹고사는 단순한 일상을 영위하는 게 어려워 질까 봐. 혼자서 살아갈 수 없을까 봐. 나는 지금도 나이를 먹고, 갈수록 더디고 느려질 텐데 말이다.
혼자서, 손주 4명 데리고 기차 타고 여행 다녔던 우리 주 여사. 혼자서, 지하철 타고 경조사 챙기러 다녔던 우리 주 여사.
나의 할머니 주 여사는 올해 여든여덟이다.
할머니는 핸드폰이 있지만, 코레일에 접속해 기차표를 예매할 수 없다. 할머니는 걸을 수 있지만, 혼자 지하철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일회용 승차권을 뽑을 수 없다.
효율성을 따지는 시대의 흐름에서
나는 언제 이탈될까?
나의 여든여덟은 자유로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