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말고도 같이 자라고 있는
우리 집에는 여러 생명체가 함께 살고 있다
삼십 살이 넘어서도 어른 흉내 내는 게 힘들지만
인생의 쓴 맛 직접 찍먹 해가며 그럭저럭 잘 살아내고 있는 나
우리 집 근면성실의 아이콘
평일에 씨게 일하고 주말에 씨게 공차러 가는 풋친자.
가장 열심히 살고 있어서 가장을 맡게 된(?)
나랑 가장 긴 시간을 함께 살게 될 금쪽이
'저 안에 백퍼 사람 들었다' 의심하게 만드는
말귀 잘 알아듣고 대답도 잘하는 진심 1% 개냥이 고양이 1호 민준이
(feat. 고양이 이름이 '도민준'인 건에 대하여)
겁 많고 쫄보여서 여기저기 숨고 뛰다니기 바쁜 고등어 고양이 2호 비비까지
(요즘 금쪽이가 비비한테 스모키 화장 지우라고 하는 게 실없이 웃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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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넷은 밥을 먹는 모습을 눈으로 볼 수 있어서
평소에 이렇게 네 생명체구나 인식하고 살다가
가끔 작은 친구들이 나도 크고 있다고 말 거는 것 같을 때
'여기저기 각자 귀엽게도 잘 살아내고 있네' 한다
1년 전 이 집으로 이사 올 때 엄마가 집이 너무 휑하다며 갖다 준 이 친구
(팩트: 언젠가 사주 볼 때 식물 많이 키우면 좋다는 소리 들어서 내가 달라고 함)
진짜 진짜 작은 푸딩 병에 담겨와서
'하이고~ 쪼매나다 이거 크긴 크나' 했는데
물을 다 빨아먹고 바닥날 때쯤 몇 번을 갈아주니
부쩍 많이 커져서 푸딩 병 입구에 양팔을 걸치듯 있길래 더 큰 곳으로 옮겨줬다
옮겨주면서 "야, 야 좁았으면 말을 했어야지"라고 말해버린 이기적인 인간ㅠ
물을 갈아주면서 언제 이렇게 컸나 신기해하다,
필명 '오미자'를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빨리도 아니고 눈에 띄게, 크게도 아닌
미세-하게 자라는 어떤 것들을 좋아하고 사랑하는데
좀 느려도 계속계속 크려고 하는 내가 겹쳐 보여서 그런갑다
※스멀스멀 커지는 뾰루지, 야금야금 찌는 살, 벽 한구석에서 천천히 세력확장하는 곰팡이 제외
오늘도 미세하게 자란다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