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의 퇴근이 미안해 편의점에 들렀다. 하나 사서 나눠먹으라고 얘기해봐야 결국 싸움이다. 4년에 걸친 경험으로 뭐든 똑같은 거 두 개 산다.
편의점서 죠리퐁 두 봉 사서 가는데 횡단보도 앞, 나랑 비슷한 연배의 퇴근길인 듯 한 남자 손에 고래밥 두 봉이 들려있다. 내적으로 흠칫했는데 그 남자 나를 흘깃 보더니 역시 내적으로 흠칫함이 전해졌다.
그래요. 저도 알고 그쪽도 아는. 방향이 일치해 몇 걸음 뒤에 걸으며 남자 손에서 달랑거리는 고래밥 두 봉지를 바라보았다. 남자도 나도 어쩐지 정속도로 밤길을 걷다 각자의 행로로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