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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래기,
비바람 머금고 상에 오르다

찬바람에, 찬 이슬에, 찬 비에, 찬 눈에 이리 치이고 저리 쏠리어

초록의 무 이파리가 시들어 파~리하게 늘어 질때면

찬 바람과 친구하여 누렇게 익어 가는 것. 무 시래기이다.


뜨거운 한여름이 지나 찬바람이 불어 올때면 누렇게 말린

시레기를 물에 삶아 누린 물을 우려내고 삶고 삶아 고아내는 일을 반복한다.


퉁~ 불은 줄기의 겉껍질을 손으로 하나 하나 한줄기씩 벗겨 낼때면

손가락이 까실까실 거릴때면 무 이파리가 더 부드러워진다.


몇 번을 조물조물 누릿한 물을 버리고 헹구기를 반복한다.

집에서 담근 된장으로 간하고

멸치와 다시마, 새우가루, 마늘을 듬북 넣어 간이 베이도록

뭉긋하게 지지는 시레기된장찌게,


사실 시레기가 뭔맛이 있을까만

집된장의 맛에 따라 구수함과 고소함이 엄마의 맛을 살려내는 것이리라.


된장 국물의 깔깔함은 누런 시레기와 참 잘 어울린다.

금방 지은 밥 한숟가락에 시레기 한줄기를 걸치면

고팠던 배는 한껏 불러오고 유년 시절의 젊은 내 어머니의 모습을 찾는다.


이제는 내 손으로 시레기 된장국을 끓이고 있는 나.

이런 나를 누가 생각하고 그리워 해 주려나.

그랬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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