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수정 7
물을 계속 틀어요.
“소이야, 다 씻었으면 물 잠가야지. 이제 그만.”
세면대 또는 개수대에서 손을 씻는 아이에게 손 씻기를 그만하고 물을 잠그라는 재촉을 하는 말이다. 유난히 물을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면 반대로 물을 싫어하는 아이도 있다. 이 글에서는 물을 좋아하는 아동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거나, 손을 씻거나, 심지어 마시는 물까지 좋아해서 제지하지 않으면 많은 양을 먹기 때문에 걱정스러울 때가 있다. “우리 아이는 물을 너무 좋아해요.”
물을 좋아하는 아이는 왜 좋아할까? 우리는 영상에서 신생아가 수영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생후 50일이 지나고 목을 가누는 시기가 되면 물놀이를 시작한다. 신생아의 물놀이는 어머니 뱃속 양수에서의 기억과 감각을 지니고 있으므로 스스로 움직이면서 활동량을 조금씩 늘려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돌 이전의 신생아는 근육 발달이 미비하여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기 어렵다. 그러나 어머니 양수에 있는 것 같은 물놀이는 편안한 안식처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이유이다.
장애아동이 물을 좋아하는 이유도 신생아의 물놀이와 연결하면 되는지 궁금해진다. 소이가 치료실에 입실하기 위해서는 개수대에서 손을 씻어야 한다. 입실 전과 후에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하는 행위는 코로나로 인한 안전, 청결 때문이 행해지는 과제이다. 이러한 손 씻기 과제를 소이는 하지 않으려고 고집을 부려 버티는 시간이 5분이다, 이 5분은 꽤나 긴 시간이다. 5분이라는 시간이 속절없이 지나가지만 그래도 나는 기다린다. “손 씻어라, 손 씻어야 시작할 수 있다.” 고 반복해서 말하거나 재촉하지 않는다. 치료실 안에는 소이가 의자에 앉아 있고 치료실 밖 개수대 앞에는 내가 서서 소이를 기다리고 있다. 소이가 주위 사람들의 눈치를 보는 시간이 지나면 소이가 스스로 나와서 손을 씻는다. 소이의 행동은 내가 아무런 재촉, 촉구, 설명을 하지 않으니 이상하다 싶어 나오는 경우가 많다.
개수대 앞에 선 소이는 스스로 수도꼭지를 움직여 물이 나오게 한다. 그리고 물비누의 펌프를 눌러 비누를 발라 두 번 비비고 다시 씻어 내는 작업을 한다. 소이는 물을 잠그려는 의도도 없이 계속해서 흐르는 물에 손을 대고 있다. 손바닥을 닦고, 손등을 닦고 손가락 사이사이를 문지르는 것은 나의 입이 열심히 설명하는 중이며, 소이는 물의 느낌을 즐기고 있는 중이다. 소이가 손을 씻으러 나올 때까지 재촉이나 촉구 없이 기다리는 것과 손을 씻는 과정에서 어떤 방법으로 씻어야 하는지 설명하는 것은 별개의 지도방법이다.
소이가 느끼는 물의 느낌을 어떤 것일까? 흐르는 물을 손바닥과 손등에 2, 3분을 대고 있다. 손을 깨끗하게 씻는 목적이 아니라 물을 즐기는 표정이다. 물을 극도로 싫어하는 아동과 비교해 본다면 물을 좋아하는 이유는 물의 유연함, 부드러움과 함께 물에 대한 좋은 기억이 더해졌다고 생각된다. 정말 물을 좋아하는 이유 중 또 하나는 손을 씻고 난 후 진행될 수업을 회피(과제회피)하는 행동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만나는 소이의 행동을 살펴보면 목이 마르지 않아도 물을 마시거나, 집에서는 목욕을 즐긴다고 하고,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을 손바닥으로 움켜잡기 놀이를 하는 모습을 보면 물에 대한 좋은 기억 때문에 편안하고 즐거워 보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손을 씻어라, 빨리 나와라, 물 튀지 않도록 조심해라, 빨리 씻어라는말로 재촉하는 말로 언어적이던 비언어적이던 촉구하지 않는다. 치료실 40분동안 이런 교육적인 행동이 허락치 않는다는 게 현실이다.
비누를 좋아하는 아이
물을 좋아하는 아이는 비누도 좋아한다. 아이들 중에는 물놀이와 비누놀이와 달리 씻고 닦는 일을 싫어하는 아이도 있긴 하지만, 그 상황에 대한 이야기는 씻기를 거부하는 아이에서 이야기하기로 한다. 물을 좋아하고 비누놀이를 좋아하는 아이는 대체로 씻기를 거부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비누 사용 모습에는 비누의 종류에 따라 두 부류로 나누어 보았다. 딱딱하고 아이들 손에 비해 커다란 고체비누가 있다. 세면대에서 물에 손을 적시기도 전에 비누를 잡고 이리저리 굴리는 모습을 보인다. 비누를 굴리다가 떨어뜨리기도 하고. 세면대 물속에 담가 마치 장난감처럼 손에서 놓지 않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코로나로 인해 물비누 사용이 늘어 났다. 물비누의 장점이라면 아이들의 소근육 발달을 도모할 수 있다. 물비누의 펌프를 누르면서 힘을 사용해야 하고, 힘을 조절해야 하는 일련의 신체의 움직임이 필요하다. 이러한 움직임을 조장할 수 있는 대상은 유아동이 적절하지만, 힘을 사용하는데 용이하다면 물비누의 펌프질에 제한을 걸어야 할 판이다. “비누는 두 번 만 쿡쿡 하는 거야.” 나의 지시에 말을 듣는 친구는 없다. 친구들의 펌프질은 대개는 7번, 많으면 10번도 해댄다. 이 많은 비누 거품을 손바닥에 담았으면 잘 씻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우리 아이들이다. 펌프질은 수십 번, 손바닥 비비기는 한번, 씻고 헹구기는 두 번을 진행되는 수준이다.
아이들은 왜 미끈거리는 비누를 좋아할까? 촉감 등 다양한 느낌에 예민하거나 둔감한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이를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낮고 불안정 하다. 이럴 때 나타나는 행동은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행동만 계속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아야 한다. 치료실에 입실하기 위해 손을 씻어야 하는 행위는 치료실 입실 후의 상황과 주어지는 과제를 회피하기 위한 행동 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통에 든 물비누의 양을 덜어 냈다. 펌프질을 해도 엄청 난 비누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하기 위해서이다. 비누를 덜었다가, 채웠다가 하기에는 번거로운 일이기는 하지만 아이들에게 올바르게 비누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인지는 모르겠다. 일단 실험을 해 보는 단계이다. 물론 세면대 거울 앞에는 "비누는 두 번만 눌려요." 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