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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요리치료연구소 Jul 25. 2023

옷 입고 소변 보는 아이

행동수정 8 

서서 소변을 본다. (이 상황을 만나면 속마음은 잠시 기절하고 싶다.)

“아, 안 돼, 안 돼. 여기서 안 돼. 화장실 가야지. 서서 오줌 싸면 안 되지.”치료실에서 오줌을 싸는 아이, 옷을 입은 채로 꼿꼿하게 서서 오줌을 봐 버리는 아이를 두고 나의 목소리는 다급해졌다. 다급한 목소리는 톤이 높아지면서 앙칼지게 변하고 있었다. 나의 다급한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눈치를 보면서 바닥을 한강으로 만들어버렸다. 참으로 난감했다. 5학년, 아이라고 말하지만, 학교를 늦게 보냈기에 실제 나이는 15살의 청소년이다. 이 친구의 키는  163cm인 나보다 더 길고 몸집도 커서 내가 이끌고 화장실로 데리고 갈 수 있는 체격도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수업은 나중이고 아이를 안정시키고, 사실은 내가 안정을 찾아야 할 지경이지만, 빨리 옷을 갈아 입혀야 했다. 다급해진 마음에 누구라도 불러야 했다. 이 친구는 도움 선생님과 함께 내원한다. 선생님을 불러 치료실에서 옷 입은 채 소변을 봤다고 혹시 여분의 옷이라도 가지고 다니시냐고 여쭈어 봤다. 도움 선생님은 차에 옷이 있다고 하시며 옷을 가지러 가셨고 나는 이리저리 뛰어 다니는 아이를 치료실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문을 등에 지고 서 있었다. 종이타월을 뜯어 바닥에 펼쳤는데 이것으로 해결이 되지 않았다. 수건이 필요했다. 치료실에서 소변을 본 아이는 나의 눈치를 보는 듯했다. 껑충껑충 뛰다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바닥이 흥건해진 바닥을 발로 툭툭 치다가 나를 흠칫 쳐다보았다. 나는 아이에게 “소변 보고 싶으면 화장실 가야지. 화장실 가고 싶어요. 화장실.” 이라고 알려 주었다. 이런 상황일 때 다른 선생님은 어떻게 대처할까 생각해 봤다. 보조 선생님이 아이의 옷과 수건을 가지고 오셨다. 


보조 선생님의 손길을 보니 아이의 소변 싸기는 한  두 번이 아닌 듯했다. 수건을 적셔 축축해진 바지를 벗기고 다리와 사타구니를 깨끗하게 닦아 주셨다. 다시 수건을 빨아와 한 번 더 닦아 주고 새 바지를 입혔다. 아이가 받는 스트레스가 뭔지 모르겠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차안에서도, 길에서도, 수업 중에도 아무렇지 않게 소변을 본다고 했다. 그래서 차에는 항상 여분의 옷이 들어 있다고 하시며 허탈하게 웃으셨다. 선생님은 아이를 닦인 수건으로 바닥을 닦아 내고 비닐봉지에 옷과 수건을 넣었다. 큰 아이가 본 소변 냄새는 어른의 것과 다를 바 없었기에 나는 다음 수업을 위해 창문을 열고 소독용 알코올을 뿌려 두 번 세 번 닦아 냈다. 깔끔하게 닦아 낸 치료실에서 남아 있는 시간에 수업을 진행했다. 그렇게 40분이 지나고 아이를 퇴실 시키는 과정에서 복도에 서서 또 소변을 싸 버렸다. 한 시간도 아닌 고작 1, 20분 사이에 소변을 두 번 봐 버리는 아이 앞에 보조 선생님도 나도 멍해졌다. 선생님은 다시 지하 주차장으로 옷을 가지러 가졌고 나는 또 바닥을 닦았다. 이번에는 복도에서 일어 난 일이라 빨리 수습을 해야 했다. 아이를 치료실에 집어넣고 휴지로 일단 덮어 두었다. 보조 선생님이 와야 깨끗하게 정리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보조 선생님과 나는 정신이 털린 상태로 정리를 했다. 이 날 남아 있는 수업을 어떻게 진행했는지 모른다. 다른 아이들을 위해 소독용 알코올만 열심히 뿌렸던 기억 밖에 없다. 보조 선생님은 아이를 데리고 나가면서 “왜 오줌을, 옷에다 싸면 안 돼. 화장실 가자고 할 때 가야지. 옷에 오줌 싸면 안 돼.”아이가 알아듣던 못 알아듣던 몇 번을 말했다. 


“선생님, 아이와 어디를 가실 때는 꼭 화장실부터 가셔서 소변을 보게 하셔야 해요.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친구는 들어 갈 때, 나왔을 때는 화장실 가는 습관을 만들어 주세요.” 화장실을 자주 가면 소변이 안 나올 때도 있지만 이 친구는 화장실 가고 싶다는 표현의 어려움 때문에 용변 처리하는 과정도 어려움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가정에서는 화장실이 가까이 있고 익숙한 공간이므로 언제라도 혼자서 처리가 가능하지만, 밖에 나오면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소변 실수가 잦아진다. 이와 같이 옷을 입은 채 소변을 보는 아이의 경우 실수인지 고의인지 잘 살펴보아야 한다. 용변 실수라면 의사표현의 어려움을 고려하여 정해진 시간에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 친구의 경우는 치료실 입실 전과 퇴실 후에 곡 화장실에 가게 한다. 만약 고의로 옷에 소변을 본다면, 활동이나 과제를 회피하기 위한 것인지, 불안이나 스트레스가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보조 선생님은 이런 상황이 어쩌다 있는 실수가 아닌 것이기에 힘들어 했다. “선생님, 기저귀를 차게 하면 어떨까요? 한두 번도 아니고, 차에도 냄새가 나서 제 차는 아주 못쓰게 되어버렸고요, 어머님께 치료실 수업 때만 기저귀 사용을 권유해 보려고 하는데.” 보조 선생님은 이렇게 말을 하면서 나의 동의를 구하는 듯해 보였다. “글쎄요. 어머님이 허락을 하실까요? 그리고 이 친구가 기저귀를 할까요? 유아도 아니고, 유아도 기저귀를 차면 찝찝해서 뜯는데, 그리고 우리 여자들도 한 달에 한번 하는 일에 생리대도 찝찝하고 괴롭잖아요. 이 친구는 하지도 않을 뿐더러 한다고 해도 금방 벗어 버릴 거예요. 선생님 많이 힘드신가봅니다, 힘드시죠. 그런데 이건 제 생각입니다. 어머니께는 말씀 드리지 않는 게.” (이 친구를 만난 지 한 달 즈음에 어머니와의 상담에서 “이 친구 착석이 전혀 안 되는데 다른 수업은 어떻게 진행하는지 말씀해 주세요.” 라고 했다. 그 물음에 어머니는 “그걸 왜 나한테 물어요. 전문가면 전문가 선생님이 알아서 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 했다. 우리는 서서 수업을 하고 있었다)  선생님은 다양한 생각 끝에 나의 동의가 있다면 어머니께 의견을 말할 생각이었다고 했다. 


내가 치료실에 다시 출근한 지 두 달차, 이 친구의 중증의 발달장애. 착석 안 된다. 40분 동안 뛴다. 의사소통 안 된다. 물론 표현 언어, 수용언어 모두 안 된다. 나의 경력 30년 동안 치료실에 입실하자마자 서서 주룩 오줌을 보는 큰 아이를 처음 봤다. 이렇게 큰 아이가 서서 오줌을 싸버린다. 좁은 치료실 바닥의 반이 오줌으로 젖어 들었다. 그 뿐만 아니라 바닥에 깔아 놓은 매트 사이로 젖어 들었다. 아 이건 아니야. 이럴 수는 없다. 매트를 버리고 바닥을 닦고 또 닦으면서 회의감이 들었다. 한 편으로는 어떻게 할 수도, 해 줄 수 없는 나의 무능함에, 다른 한 편으로는 고작 40분인데 내 힘으로는 안 되는 일도 있는 법이라고 핑계를 찾는다. 그럼에도 무능함과 위안을 반복하면서 오늘도 출근을 한다. 


이 친구와의 인연은 4개월로 끝이 났다. 물론 어머니가 종결을 했다. 새 선생님을 만나 이 친구의 특성과 수준을 파악하는 기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기존에 만나던 선생님과의 수업을 더 연장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먼저 말을 꺼 낼 수가 없었다. 그런 게 있다. 공부도 많이 하고 경험도 많다는 말을 듣고 아이를 맡겼는데 별 효과가 없거나, 아이와 치료사가 잘 맞지 않을 때, 또는 부모와 치료사가 맞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부모님에게 내가 먼저 종결하자고 말하는 것은 이 아이는 힘들어서 못 가르치겠다는 말을 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치료사는 자주 옮겨 다니지 말 것. 한번 맡은 아이는 양육자의 종결이 있을 때까지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 양육자는 치료사를 자주 옮겨 다니지 말 것, 우리 아이를 알아 가는데 6개월의 걸리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할 것, 이것이 나의 작은 신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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