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수정 11
머리카락을 뽑아요.
오늘도 나는 "아프잖아 그만 해"라는 말을 허공에 날리고 있다. 아이에게는 간섭? 아니면 잔소리? 쯤으로 받아들여 질 것이다. '하지 말아야지, 지켜 봐야지'라는 다짐도 순간일뿐 또, 또, 다시, “이러다 대머리 되겠네. 아가씨.” 갑자기 소리를 지르면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머리카락을 움켜잡으며 소리를 질렀다. 손이 머리로 가는 순간에 꽉 잡았어야 하는데 오늘도 나는 순식간에 일어 난 상황에 순간을 놓쳐버렸다. 이 아이의 손가락이 머리카락과 엉켜 있는 것을 어떻게 풀어야 하나 생각하면서도 왜 또 이런 행동이 나타나는지 조금 전의 상황으로 되돌려 보았다. 원이의 나이는 12살이지만, 4학년 재학 중이다. 학교를 2년을 늦게 보냈는데 덩치는 또래 아이와 비교해도 큰 편이고 몸집도 있어 힘으로도 내가 밀린다. 원이의 머리카락을 쥐어뜯는 행동이 나와의 수업 시간에만 나타나는 증상인 줄 알았는데 학교에서도 다른 치료 선생님 앞에서도 나타나는 행동이라고 했다. 그러면 정말 이런 행동이 나타나는 이유를 알아내야 한다. 원이가 12살, 4학년이지만 사춘기에 접어드는 나이이다. 원이와의 수업은 일상생활을 스스로 해결 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있다. 이 날은 하루 생활 중에서 해결 할 수 있는 다양한 일과를 나타내는 그림과 언어 활동지를 보고 O X 를 표시하거나 빈 칸을 글을 써야 하는 일이다. 원이는 연필을 잡고 무언가를 적는 활동을 싫어한다. 아마도 학교에서도 다른 영역의 치료수업에서도 많이 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언어로 표현하는 데 서툴고 어려워 잘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기에 극도의 거부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이 머리카락을 움켜잡고 울부짖는 것이라 짐작이 된다. 일단 아이의 건강을 해치지 않기 위해서는 연필을 잡는 대신 웃고 우는 스티커를 붙이는 것으로 대체를 해 주었다. 이제는 자신에게 주어지는 과제를 할 때는 당연히 스티커가 따라 오는 것으로 안다. 조금만 더 익숙해지면 다시 연필 잡는 것으로 바꾸어 주어야 하는데 일단 한발자국 물러나서 원이가 좋아하는 공부 방법이 무엇이 있는가를 탐색중이다.
자신에게 일어나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머리카락을 뽑는 원이(가명)가 있다. 긴장 또는 불안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무의식적으로 손이 머리에 올라가거나 다양한 이유 중에 장애 특성과 연결되는 자극적인 감각을 느끼기 위해 머리카락을 뽑는 행동이 나타난다. 스스로 불안과 긴장을 해소하기 위한 습관이다, 대개는 5세 전후의 영유아기에 나타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아이가 긴장하고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주로 혼자 있거나 부모의 피해 혼자 있을 때 머리카락을 뽑는 행동을 하는 데 반해 장애아동이 머리카락을 뽑는 행동은 감각적인 자기 자극 행동으로 나타난다.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감각만족을 못했을 때 원이 손이 나의 머리 가까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때 방어를 잘해야 한다. “ 안 돼, 선생님 안 돼. 머리카락 안 돼.” 라고 단호하게 차단시켜야 한다. 선생님의 머리카락을 한번 움켜잡았다면 그 다음은 겉잡을 수없이 공격이 나타나기 때문에 처음부터 허락하면 안 된다. 한번이 어렵지만, 두 번 세 번은 쉽게 일어난다. 원이처럼 일상생활에서도 긴장, 불안 스트레스를 느끼는 아동이라면 그 요인을 찾을 수 있도록 상황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아이의 행동을 지적하고 혼내기 보다는 아이의 관심을 다른 방향으로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감각적인 자극 추구 행동을 보이는 장애아동도 흥미 있고 관심 있는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바꿔 주어야 한다. 머리카락을 뽑는 행동을 수용하고 통제하고 비난으로 막을 수 없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머리카락 뽑는 행동을 강하게 통제한다면 다른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녀의 행동으로 피부 흉터처럼 영구 손상되고 있는 민머리를 보면서 감정을 자제하고 긍정적으로 지도하기는 참 어려운 일이다. 두 손을 꽁꽁 묶어 둘 수도 없고 아, 어쩌란 말인가? 하소연하지만 쉽지 않는 부분이다. 나는 장애자녀를 둔 부모교육에서 자녀의 행동에는 그들이 말하고 싶은 의미가 포함되어 있으니 세심하게 관찰하라고 말한다. 자녀의 긍정적인 행동이든 부정적인 행동이든 행동이 일어나기 전의 선행사건이 있으니 구체적으로 관찰하고 파악 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관찰도 맞벌이를 하거나 보조 선생님을 활용하는 가정에서는 어려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부모가 자녀를 양육한다면 자녀의 문제 행동 전의 선행사건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양육자가 행하는 행동과 언어 습관을 먼저 파악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한마디로 내 자신을 먼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녀의 행동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안다면 자녀를 효과적으로 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자신을 알자’ 라는 말이 자녀를 양육하면서 더 절실해지는 문구이다. 그러나 나는 갈등한다. 우리 친구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멈추게하면 다른 행동이 보인다. 그러한 행동이 보일때마다 제지해야 할 것인가, 지켜보고 있어야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