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수정 22
요즈음은 핸드폰에 빠진 아이가 많다. 장애 아동도 예외는 아니다. 엄마의 핸드폰을 잽싸게 뺏어 다른 방으로 가는 민호(가명)는 시간만 나면 핸드폰으로 유튜브에서 캐릭터가 나오는 영상을 본다. 민호 엄마는 핸드폰을 뺏기면서 입으로는 “안 돼, 핸드폰 가져와” 라고 말하지만 민호가 핸드폰을 만지는 시간은 한가롭고 평화롭기 때문에 내버려 두는 듯 했다. 민호는 6세이며 발달지체 유아이다. 어린이집에서도 치료실에서도 또래에 비해 언어지연과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있으며, 사회성 등 적응의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런 민호가 어떻게 핸드폰을 켜고 유튜브에서 영상을 찾아보는지 신기할 정도이다.
민호가 핸드폰에 정신이 팔려 있는 모습을 보면, 민호의 작은 몸은 핸드폰의 작은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 가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으며, 옆에서 “민호야” 불러도 들리지 않는 것처럼, 옆에서 다른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울고 있어도 영상에 몰입 되어 주위의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다. 핸드폰의 화면을 터치하는 손가락은 굼 뜨는 반응과는 다르게 바쁘고 섬세하게 움직인다. 새로운 앱을 깔고 조작을 능수능란하게 하며 복잡하고 어려운 기능을 척척 다룰 수 있었다. 영상에서 나오는 음악에 맞춰 몸이 리듬을 타기도 한다. 심지어 민호가 흥얼거리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그러다가 누군가 핸드폰을 뺏으려고 하면 뺏기지 않으려고 몸을 돌리는 행동도 빠르다. 핸드폰을 가지고 노는 민호의 모습은 여느 아이들과 다르지 않았다.
민호의 핸드폰 사랑은 어머니, 즉 양육자로부터 시작되었다. 민호가 성장하면서 까다로운 행동으로 난동을 피우면 양육자의 몸과 마음이 피로해지고 잠시나마 쉼을 갖기 위해 보여 주었던 영상이 지금의 민호를 만들었다. 휴대폰은 민호를 달랠 수 있는 가장 편리하고 효과적인 강력한 장난감이었다. 어른이 집안 정리를 하고 음식을 만들 때, 자녀와 함께 식사를 할 때, 카페나 식당에서 아이들이 지루해하거나 소리를 지르고 떠들거나 실내를 돌아다녀 다른 손님에게 민폐가 될 정도로 통제가 되지 않을 때, 어김없이 휴대폰을 꺼내서 아이들에게 고정시켜 보여주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사실 유아에게 핸드폰이 얼마나 해가 되는지 연구 자료와 매스컴에서 발표하지만 당장의 문제해결을 할 수 있는 편리함에 아이를 망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영유아를 대상으로 진행한 정윤경의 연구에 의하면 스마트폰처럼 너무 강한 자극에 노출되면 분노와 흥분 등 감정 조절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즉각적인 반응과 만족을 주는 게임이나 동영상에 눈높이가 맞춰져 있기 때문에 참고 기다리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참을성이 부족해지고 짜증이 심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부모가 민호와 바깥놀이와 장난감으로 놀아 줄 여력이 없거나 지쳐 힘들어 아이들을 통제할 수 없을 때, 어른의 편의를 위해 민호에게 폰을 주지는 않았는지 심각하게 반성해 보아야 한다. 가상의 세계에 대한 몰입도와 게임과 영상에 대한 충동과 욕구는 단시간에 제거할 수 없다.
민호의 휴대폰 사랑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핸드폰 검색은 어느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어쩜 이렇게 잘 찾아서 볼까? 의사소통이 어려운 민호에게 휴대폰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일은 어렵지만 반복하면 습관처럼 익숙해지는 게 행동이므로 휴대폰 사용 시간을 설명하고 지킬 수 있도록 한다. 양육자는 민호와 몸으로 놀아 준다. 그림책으로 이야기를 하면서 언어 능력도 키워 준다. 바깥 놀이 활동으로 또래의 노는 모습을 관찰하고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 사회성 향상을 도모한다. 유아는 오감을 통해 뇌가 발달하고 창의력이 생긴다. 가족과 함께 유대감을 갖게 하고 정서 발달과 공감 능력을 키워 주어야 한다. 우리 어른도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중독 현상을 보이는 데 아이에게만 제한하는 행동이 옳은가. 나부터 핸드폰을 손에서 놓아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