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 수정 31
씹지 않고 삼키는 아이
“소시지 다 훈이(가명) 꺼. 훈이 혼자 먹는 거야. 천천히 먹자. 오른쪽으로 10번, 왼쪽으로 10번씩 씹어서 삼키기. 자, 하나 먹고 포크 내려놓자. 꼭꼭 씹어서 하나, 둘. 세엣. 어, 벌써 넘어 갔어?”훈의 식습관을 지도하는 시간이다. 훈은 특수학교에 다닌다. 고 3이지만 실제 나이는 23살이다. 학교를 2년을 늦게 보내기도 했고 어떤 이유(양육자의 자세한 언급을 회피함)로 여러 차례 휴학을 했다. 우리 친구가 일반 또래와 식사를 하지 못하는 이유가 보기에 부담스럽거나 거부감이 드는 식사습관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은 수저를 사용하지 않고 손이 먼저 움직인다. 손가락으로 음식을 집는 게 아니라 손바닥으로 움켜잡아서 부서지고 망가뜨리며 입으로 쑤셔 넣는다. 또는 손가락으로 음식물을 후벼 파면서 그릇에 묻히고 손바닥에 처바르면서 속을 파먹는 모습을 보인다. 한마디로 청결하고 위생적으로 먹는 모습이 아니다. 또한 맛을 음미하고 타인과의 속도를 맞추면서 먹는 게 아니라, 입 안에 가득 음식물을 머금은 채, 양 손에는 다시 입에 넣을 음식을 손에 잡고 있다. 손에 잡은 것을 먹기 위해서 한꺼번에 입에 넣고 두세 번만 씹고 삼켜 버리는 행동을 한다. 또한 입에 들어 간 음식을 확인하기 위해 손바닥이나 접시에 뱉어서 바로 보기도 한다. “접시에 담긴 음식은 혼자서 다 먹는 것이니까 천천히 먹어라. 숟가락 잡고 한 번 먹고 숟가락 내려놓고, 열 번 셀 때까지 꼭꼭 씹어야 된다.”고 반복적으로 말하고 기다릴 수 있도록 숟가락을 테이블에 놓게 하고 손을 잡고 숫자 세기를 하지만, 급하게 먹고 씹지도 않고 삼키는 아이에게 식사 습관을 지도하는 일은 치료사와 보호자의 인내심을 기르는 일이다. 때론 나의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비위가 상할 때가 있다.
“밥을 먹을 때는?”
“천. 천. 히. 먹. 어. 요.”
“입에 있는 밥은?”
“꼭. 꼭. 씹, 어. 요.”
“다른 사람과 밥을 먹을 때는?”
“다. 먹. 으. 면. 안. 돼. 요.”
나와 훈이 반복적으로 소리 내어 식사습관을 연습하는 것은 일종의 학습이며 훈련일 뿐 연습을 했다고 나와의 수업에서, 가정에서,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장면은 찾아 볼 수 없다. 훈은 소시지, 햄, 불고기, 김, 동그랑땡, 돈가스 등 주로 육류를 좋아한다. 우리 아이들, 아니 일반 아이들도 마찬가지지만 영유아기이 식습관이 아동기, 청소년기까지 이어진다. 특히 장애 친구들은 식재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을 보인다. 낯선 식재료에 대한 탐색으로 냄새를 맡는 행위로 시작하며 익숙한 먹거리를 고집하는 편이다. 훈은“수업 끝나고 햄버거 먹자.”라는 말만 들어도 다른 활동이 어려울 정도로 흥분하는 청년이다. 오른쪽으로 열 번, 왼쪽으로 열 번 씹고 삼키자는 약속은 언제 지켜질지 모르지만 23세의 청년이지만 마치 아동에게 식습관 지도를 하는 것처럼 꾸준하게 진행 중이다.
내가“훈아”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는 훈이 만한 아들이 있는 나이이며 부모님에게 어떻게 부를 지에 대해 허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수업 시간이 지나면 훈씨라고 부르기도 한다. 나의 내담자가 청년일 때는 이름을 함부로 부르면 안 된다는 것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아이가 음식을 씹지 않고 삼키는 특징 및 원인
아이가 음식을 제대로 씹지 않고 삼키는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우선, 이유식 초기 과정이 올바르게 진행되지 않아 씹는 연습이 부족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부모의 식습관이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거나, 아이가 충분히 씹을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고 조급하게 식사를 진행하는 경우도 중요한 원인이 된다. 어떤 아이들은 비위 기능이 약해 음식을 씹는 것을 귀찮아하거나 식욕이 없는 경우에도 씹지 않고 삼키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이는 식사를 서둘러 마치려 하거나 음식을 입에 오래 물고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아이가 음식을 씹지 않고 삼킬 때의 대처 방법
아이가 건강하게 씹는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는 몇 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아이의 발달 수준에 맞춰 음식을 제대로 씹는 것이 왜 중요한지, 예를 들어 입에 물고만 있으면 이가 상할 수 있다는 등 간단하고 편안하게 설명해 주는 것이 좋다. 식사 시간과 장소를 미리 정하여 규칙적인 식사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며, 이는 아이가 식사에 집중하고 좋은 습관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아이가 손으로 직접 집어 먹을 수 있는 핑거푸드를 제공하여 씹는 연습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도 효과적이다. 이러한 활동은 아이의 소근육 발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무엇보다 부모님께서 먼저 숟가락을 사용하여 오물오물 맛있게 씹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이에게 훌륭한 본보기가 되는데, 아이는 부모님의 행동을 모방하며 배우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부모 또는 보호자는 아이와 같이 식사를 한다. 만약 아이의 비위 기능이 약해서 씹는 것을 특히 힘들어한다면, 비위를 강화하는 치료를 전문가와 상담해 보는 것도 좋은 대처 방법이 될 수 있다.
씹는 훈련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식재료이다.
①바나나: 부드럽고 쉽게 씹을 수 있다.
②요거트: 질감이 부드럽고 씹는 과정 없이 삼킬 수 있지만 다양한 맛을 통해 흥미를 유도할 수 있다.
③삶은 감자: 부드러워 쉽게 씹을 수 있으며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할 수 있다.
④찐 당근: 익혀서 씹는 감각을 익힐 수 있다.
⑤젤리: 씹는 것이 필요하지 않지만 질감에 대한 감각을 익힐 수 있다.
⑥치즈: 쉽게 씹을 수 있으며 다양한 맛을 제공할 수 있다.
⑦오트밀: 부드럽고 씹는 대신에 천천히 맛볼 수 있다.
⑧부드러운 빵: 껍질이 없는 부드러운 빵은 씹는 연습에 적합하다.
⑨부드러운 과일: 과즙이 많고 부드러운 과일은 씹는 연습에 적합하다. 식재료를 활용하여 단계적으로 씹는 훈련을 진행한다. 개인의 선호도와 반응에 따라 적절한 식재료를 선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