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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항준 Danniel Park Apr 30. 2024

박항준 북칼럼] 펠레폰네소스 전쟁사

외세의 침략과 자연신(神) 앞에서 민족과 피로 맺어진 강력한 동맹들이 패권 갈등에 의해 파기되고, 수십 년간 치열한 전쟁으로 확대되었던 대표적인 인류역사가 그리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이다.      

아테네와 스파르타라는 양대 패권 간 벌어진 이 전쟁은 민주정과 과두제 간의 체제 갈등으로 , 혈맹을 깨고 민족끼리의 전쟁 속에 놓인 정치지도자들의 내적 갈등, 그리고 동맹 간 배신과 새로운 동맹을 위한 설득과정 등 외교적 관점으로 전쟁사를 바라보기도 한다. 선출된 새로운 지도자의 성향에 따른 전략 변경과 이에 따른 국가의 운명 또한 흥미로운 주제다. 투키뒤데스에 의해 기록된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이전까지 자연신이 중심이 되는 역사기술 방식에서 신화를 뺀 사실을 그대로 정리한, 당시에는 새로운 역사기록 기법으로서의 가치도 인정받고 있다.     


BC 431~404 시기에 발발한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걸출한 인물과 철학적 가치들을 배출하게 된다. 당시 생존했던 인물 중 단연코 소크라테스(BC 470~399)가 있다. 민주정의 혼란과 이를 주도한 소피스트(동양에서는 鄕愿)에 대한 반감으로 과두제와 철인정치를 선호했던 소크라테스의 죽음 또한 이 전쟁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이 시기에는 소피스트들의 영향력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수사학적인 향연이 벌어진다. 소크라테스의 제자인 플라톤에서 그의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로 이어지면서 수사학이 꽃을 피우고, 논리학으로 발전하면서 서양철학의 기초가 다져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동일 시대에 동양의 움직임 또한 매우 흥미롭다. 당시 중국지역은 춘추전국시대(BC770~221)로 진시황에 의에 통일이 될 때까지 펠로폰네소스 전쟁과 유사한 민족 간, 국가 간 패권전쟁이 동양에서도 벌어진다. 공자(BC 551~479)를 비롯한 제자백가의 철학들은 춘추전국시대 중 꽃을 피운다. 서양과 동양 모두가 공통적으로 비슷한 시기에 통일을 위한 패권전쟁을 벌였으며, 통일이 될 때까지 다양한 철학적 발전이 있어 왔다는 점에서는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두 시대에 철학이 발전한 주된 이유는 각각의 사회가 겪은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변화와 불안정성 때문이다. 이러한 자극적 상황들은 사람들이 현실을 이해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게 만드는 동력이 되었다. 특히 자연신에 대한 토템적 사고부터 독립하게 되면서, 그 대안으로 진리, 도덕, 정의가 신화를 대체하기 시작한다. 이후 동서양을 막론하고 정치, 윤리, 형이상학 등 더 깊이 있는 분야로 발전한다.    

 

펠레폰네소스 전쟁사에는 같은 지역에서, 같은 언어를 사용하던 동일 민족을 침략하고, 오랜 동맹국을 배신함으로써 의리를 저버리고 자국의 생존과 발전을 선택해야 하는 지도자들의 인간적 고뇌와 갈등, 백성과 동맹을 설득해야 하는 명분과 논리를 읽을 수 있다. 이러한 주제들은 그간 인류가 혈맹을 전제로 추구해 왔던 공공의 가치와 위배되며, 신본주의적 사고와도 맞지 않는다. 신탁 앞에서는 감히 제시할 수 없는 주제였기 때문이다. 
 
 결국 당시 지도자들은 국가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신탁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의회와 국민, 동맹국을 설득할 수 있는 다양한 윤리와 도덕으로 포장된 논리를 만들어낸다. 이 논리 속에서 신본주의를 대체하는 인본주의적 사고가 싹을 틔운다. 펠레폰네소스 전쟁사를 통해 새로운 가치체계에 의한 세계관, 국가관, 인생관, 생명관이 읽히는 이유다.      


이 책은 급격한 철학적, 정치적, 사회적 변환기인 2500년 전 그들의 고뇌 속에 들어가 봄으로써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혼란한 상황을 투영할 수 있다. 21세기 들어 컴퓨터, 인터넷 이제 생성형 AI로 이어지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2500년 만에 또다시 새로운 가치를 요구받고 있다. 인류가 공동으로 추구하던 가치인 세계화와 동맹의식은 약화되고 있으며, 결혼과 출산, 반려동물, 성공과 행복의 기준, 부(富)의 기준, 100세 인생을 위한 건강한 삶의 가치 등 지난 2500년간은 우리가 고민하지 않았던 사회적 가치기준들에 대한 가치 재정립을 요구받고 있다.    

  

급격히 인류의 가치관이 변화하고 있는 작금의 우리 국가와 사회가 새로운 시대에 대한 명쾌한 철학적이며, 전략적 사고기준을 갖고 있지 않게 된다면 새로운 패권경쟁에서 또다시 뒤처지게 될 것임에 틀림없다는 것은 2500년 전 펠레폰네소스 전쟁사가 지금 우리에게 던지는 교훈이다.      


박항준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

반려가족누림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한국디지털웰니스협회 부회장

디케이닥터 대표이사

누림경제발전연구원장

기술거래사/기업기술가치평가사

공)저서. 더마켓TheMarket / 스타트업 패러독스 / 크립토경제의 미래

좌충우돌 청년창업 / 블록체인 디파이혁명 / CEO의 인생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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