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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항준 Danniel Park May 22. 2024

강훈련사 논란, 반려동물 시장의 건전화 계기로 만들자

분모보다 분자가 큰 분수를 가분수라 한다. 경제학적으로 시장은 완성도가 떨어지는데 규모가 갑자기 커버리면 생기게 되는 기형적 시장 형태를 의미하기도 한다. 최근 중국 온라인쇼핑몰의 직구시장이 대표적인 가분수형태의 기형시장이다. 거래량이나 거래금액에 비해 안전성검증이나 관세, 국내기업 보호 등 시장통제가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속히 커진 가분수시장으로 정부와 국내기업들은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최근 반려동물분야 셀럽으로 유명한 강형욱 훈련사와 직원들과의 마찰 문제가 이슈다. 방송사마다 핫뉴스로 다루고 있으며, 강훈련사가 출연하는 방송프로그램들은 모두 결방이 되고 있다. 개인의 일탈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반려인이자, 반려동물산업에 종사하는 필자의 관점에서 지금이 반려동물 시장의 구조적인 면을 한번 짚어볼 시기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국내 반려동물은 개와 고양이만 1000만 내외로 예측된다. 600만 가정, 1500만 명이 반려인이다. 전체시장은 6조를 훨씬 넘어 10조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6,400여 명의 수의사와 3,500여 개의 동물병원이 있다. 펫보험가입률은 1% 미만이며펫 장묘업체수 60여 개펫 미용업체수는 7,300여 개가 운영되고 있다펫호텔이나 펜션, 유치원카페 드은 급속히 늘고 있다. 


그러나 10조 시장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시장치고 관련법과 인프라, 시스템은 상상초월할 정도로 낙후되어 있다. 한마디로 대표적 가분수시장인 것이다. 사람과는 달리 의료 수가가 통일되어 있지 않아 동물병원의 병원비는 제각각이다. 반려인들의 가장 큰 불만의 대상이다. 전문의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과잉진료와 더불어 오진을 보완할 방법이 없다. 반려가족누림사회적 협동조합과 디케이닥터가 공동으로 시행한 펫구강검진결과를 보면 국내 보급률 1~3위에 해당한 반려견종 대부분이 태생적인 질병을 안고 태어나거나 나이가 들수록 쉽게 만성질환에 노출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이는 곧 반려인들의 가계비 부담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미 연간 15만 마리의 반려동물이 유기되고 있어 지자체들의 골치를 썩이고 있다. 


현재 시범사업 중인 전국 10개소 100여 개 매장을 제외하고 애견동반 식당이나 카페는 사실 모두 불법이다. 식품위생법상 분리, 구획, 구분 기준을 충족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50만에 달하는 대형견과 수백만 다견주들은 이동권에 큰 제약을 받고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먹을 곳과 잘 곳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많은 펜션이나 호텔들이 애견동반으로 전향하고 있지만 600만 가정의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준비가 덜 된 상태다. 


맹견의 기질평가 문제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KCMC문화원의 이웅종 연암대교수는 공식적으로 보고된 개물림 사고만으로도 연간 2000건이 넘고 있으며, 보고되지 않는 사고 건수를 합하면 더 많은 사고가 일어나고 있을 것이기에 반려견들의 사회화 교육과 더불어 맹견 기질평가가 빨리 선행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밝히고 있다. 이미 산책 시 마스크나 목줄 착용문제로 비반려인들과 갈등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반려동물시장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사료와 간식 시장에서도 갈등은 존재한다. 무분별하고, 확인되지 않은 기업들이 사료와 조사료를 생산하고 있으며, 눈이나 피부, 관절, 호흡기등 반려동물의 만성질환이 많은 영역에 동물헬스케어 광고들이 난무하고 있다. 반려인들은 어떤 사료를 먹여야 할지 갈팡질팡하고 있으며, 간식시장이 사료시장만큼 커지면서 비만문제 또한 늘고 있다. 거의 매달 개최되는 펫박람회는 이제 할인제품을 파는 도깨비시장이 된 지 오래다. 


1000만 마리라는 규모에 맞는 법과 제도, 시장의 투명성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 와중에 또 하나의 잠재적 시한폭탄인 훈련사 처우 문제가 이번에 불거진 것이다. 반려인이 참여하는 케어와 교육산업의 특성상 휴일이 더 바쁘다. 24시간 펫케어 시스템에 관여해야 하고, 물림 등 사고 예방을 위해 긴장도를 높여야 한다. 사회화교육과 전문훈련교육, 대회준비를 위한 교육 등의 노우하우는 도제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이러한 산업특성상 노동법에 기초로 하는 휴일근무, 연장근무, 최저임금 등을 지키는 데는 사실상 위험선상에 있다. 훈련사의 노동강도와 더불어 이들의 처우 문제는 커다란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데 이들의 이직률이 높은 이유다. 더구나 각종 자격증을 발급하는 민간기관의 난립으로 훈련사의 자격관리가 통합 운영되지 못하는데 커다란 위험성이 숨겨져 있다. 최근에는 바쁜 직장이나 이동약자들을 위한 방문펫교육이나 방문펫목욕 등의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는데 범죄이력관리나 전문자격에 대한 검증 절차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펫전문 카페나 펫호텔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전문적 지식 또한 마찬가지다. 


문제를 나열하다 보니 반려동물 시장은 어디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어 보인다. 무엇부터 먼저 해결해야 할까? 건강관리와 병원비의 투명성인가? 훈련사의 처우와 이력 관리인가? 아니면 맹견이나 기질평가에 따른 강제적 보호조치인가? 동물유기 방지를 위한 법과 시스템을 어떻게 바꿔나가야 할까? 아니면 애견동반 식당의 확대가 먼저일까? 반려동물 관련 세금을 걷어야 할까? 사회화교육을 의무로 해야 할까? 동물복지를 위해 또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가장 한국적 정서에 맞는 반려시장 건전화 정책은 무엇일까? 


이제 손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중국 직구업체가 시장에 큰 혼란을 일으켰듯 1000만 반려동물 시장도 이대로 가다가는 더 큰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반려동물 영역은 캠핑, 바이크, 프로스포츠, 게임시장 등과 더불어 불편하지만 행복하기 위해 선택한 메타유니버스 영역이다. 개인들에게 안정과 행복을 주는 아름다운 꿈의 시장이라는 의미다. 이 시장이 지옥이 되지 않기 위해 정부는 공개적인 조직과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번 훈련사들의 처우 문제에 대한 논란이 개인의 일탈이나 비난에만 머무르지 않고 반려동물 시장의 건전화에 도화선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반려가족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박항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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