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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곰천사 Nov 16. 2016

시끌벅적 앙헬모 수산시장

남미로 맨땅에 헤딩 -31

높은 언덕에서 바라본 푸에르토몬트 전경

다음 날 아침 역시 하늘은 잔뜩 찌푸려 있었다. 푸에르토몬트는 연 강수량이 평균 2,000mm가 넘을 정도로 많은 비를 뿌린다. 그래서 맑은 날이 흔치 않다. 토스트와 달걀부침으로 간단한 요기를 한 후 칠레에서 가장 유명한 앙헬모 수산시장(Angelmo Fish Market)을 찾았다. 


푸에르토몬트 중심가에서 3km 정도 떨어진 외곽에 있는 앙헬모 항에 도착하자 전형적인 어촌의 풍경이 펼쳐졌다. 항구 앞에는 조그만 동력선이 많이 묶여있고 이따금 많은 사람이 탄 커다란 페리도 오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짙게 낀 안개 너머로 아스라이 자리한 어촌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아기자기한 공예품을 파는 가게를 지나치니 갈색 건물의 수산시장 입구가 나타났다.


“올라! 아키!(안녕하세요! 여기!)”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파리 떼처럼 달라붙는 식당 아주머니들의 호객 행위에 귀청이 따갑다. 오랫동안 졸졸 따라오며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을 연신 쏟아내는 아주머니부터 아예 팔을 잡고 끌고 가는 아주머니까지 각양각색이었다. 가장 많이 보이던 해산물은 단연 조개류. 쿠란토 요리가 많이 소비되는 지역답게 홍합과 말린 조개가 많이 보였다. 또 연어가 상점 곳곳에 마구잡이로 진열된 모양새가 이곳에서는 매우 싼 모양이다.


현지인들이 간이 식탁에 앉아 해산물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우리나라의 어시장 풍경과도 매우 흡사한 느낌이 든다. 마치 소래포구의 그것처럼. 간단한 요리를 주문해 맛이라도 볼까 했지만, 생선 머리와 내장이 이리저리 튀어 다니는 광경을 보니 그나마 있던 식욕도 달아난다. 끝까지 끈질기게 달라붙는 아주머니들을 피해 우리는 도망치다시피 그곳을 빠져나왔다. 

푸에르토몬트의 상징, 연인 조형물

중심가로 돌아와 찾은 곳은 이곳에서 가장 높은 언덕 지구. 언덕에 오르자 푸에르토몬트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고 그 뒤로는 광활한 태평양이 이어졌다. 독일 출신 이민자가 많아 군데군데 독일식 가옥이 눈에 들어왔다. 담장 너머로 슬쩍 훔쳐보니 장작불을 때는지 한쪽에 마른 장작이 쌓여있다. 시골냄새가 물씬 풍기는 것이 참 인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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