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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곰천사 Nov 29. 2016

달의 계곡 트래킹

남미로 맨땅에 헤딩 -44

달의 계곡 트래킹 시작

오후 4시. 아타카마 사막의 진정한 모습을 만날 수 있는 달의 계곡(Valle de la Luna) 투어에 참여할 시간이다. 붉은 흙으로 이루어진 산과 협곡으로 유명한 달의 계곡은 특히 노을이 질 때쯤이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투어 인원은 대략 20명 내외. 우리와 일본인 청년 둘을 제외하고는 모두 서양인이다. 대형 봉고를 타고 유쾌한 안내자의 설명을 들으며 달의 계곡으로 이동했다. 


연중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아타카마 사막에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진다. 0%의 강수량을 보인다는 안내책자가 잘못된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행운을 가져온 것인지 모르겠다. 안내자는 이런 적이 정말 드물다면서 하늘이 내린 선물이라고 신나게 떠든다.


약 20분을 달린 봉고는 고운 모래의 사구와 모래절벽 앞에 우리를 떨궜다. 저 멀리 보이는 안데스의 고봉과 황량한 사막의 모습이 대조적이다. 한 차례 사진 촬영 후 인원체크를 한 안내자가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50m가 넘는 모래언덕을 힘차게 뛰어 내려간다. 


“헤이! 컴 온!” 


어서 오라며 손짓하는 안내자의 말에 관광객들은 모래먼지를 일으키며 우르르 뒤따른다. 제법 높은 언덕을 내려오니 운동화에 모래가 가득하다. 


달의 계곡의 붉은 협곡


이제부터 본격적인 붉은 협곡이 시작되는 지점. 이곳에서부터 계곡을 따라 트래킹이 시작된다. 생명체가 전혀 살 것 같지 않은 황량한 협곡을 따라 걸으며 기묘한 바위를 보니 마치 다른 행성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느낀다. 그 옛날 이곳이 바다였는지 곳곳에는 하얀 소금 결정이 굳어 있었다. 장난을 치며 나란히 걷던 안내자가 말하길 모두 천연소금이란다.


약 40분간의 트래킹 끝에 나타난 커다란 동굴 안에 모여 안내자의 설명을 듣는다. 달의 계곡이 탄생한 기원에 대해 영어와 스페인어로 두 차례 열강 하는 안내자는 매우 열정적이었다. 


계속해서 비가 뿌리는 와중에 다음으로 이동한 장소는 달의 계곡 공원. 결정화된 소금이 펼쳐진 평탄화된 분지가 매우 인상적이다. 공원 가운데는 기도하는 성모 마리아를 닮았다는 3개의 마리아상(Tres Marias)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아무리 살펴봐도 오른쪽 두 개는 마리아를 얼핏 닮았으나 왼쪽 바위는 억지로 끼워 맞춘 느낌이 강하다. 


3개의 마리아 상


“딱 봐도 왼쪽 것은 억지 구만.” 


옆에서 사진을 찍던 산악인이 피식 웃는다.


어느새 빗방울은 점점 굵어져 여행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안내자는 머쓱하게 웃으며 조심스레 철수하자는 말을 건넨다. 이런 적이 처음이라며 하늘이 준 선물이라는 말만 반복하면서. 아타카마 사막에서 비는 곧 축복이라며 즐기라고 봉고를 타고 가는 내내 중얼거린다.


봉고는 한참을 더 달려 달의 계곡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을 끝으로 투어는 종료되었다. 이때부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 쫄딱 젖은 채 숙소로 복귀했다. 도대체 연 강수량 5mm가 맞기나 한 건지 모르겠다. 방금 10분 동안 내린 비만 해도 족히 5mm는 넘어 보였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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