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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moblanc Sep 06. 2022

이방인

당신은 누구십니까?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교회를 갔다.

예전부터 예쁘고 세련된 건물에 저렴한 가격으로 커피를 팔고 있던 교회를 알고 있었다.

교회를 다닌다면 이곳을 가야겠다고 찜해두고 있었다.

순전히 교회의 외관만 보고 가야겠다고 정한 것이다. 속물 같으니라고

감리교인지 장로교인지 나에게 중요하지도 않았고 어떻게 분류되었는지도 알지 못한다.

나는 그곳으로 정했다.

교회를 간 그날은 어버이날인 5월 8일이었다.

불효자(아픈 자식으로서)이긴 하지만 오늘은 엄마와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았다.

아빠는 친척들과 강원도로 여행을 떠나셨다.

강아지 동반인 카페를 정해서 산멍을 하기로 했다. 모모만 빼고 가게 되면 또 인형 솜을 먹고, 커튼을 잘근잘근 씹을게 분명해서 같이 데려가기로 했다. 괜찮은 곳을 검색을 하고 강아지 동반 작은 정원이 딸린 곳으로 정했다.

요즘엔 불멍 물 멍 산멍이 인기라던데(멍 때리기)

딱히 엄마맘에 들지 않는 카페인 듯했지만 그래도 간간히 환한 미소를 보여주셔서 감사했다.

사실 아침에 교회를 가고 싶었지만 저녁으로 정한 이유였다.

짧은 산책과 커피타임을 마치고 집으로 왔다.

교회 가는 시간이 정해지고 점점 배도 아프고 귀찮고 날은 어두워져서 가기가 싫어졌다.

고비이다.

절실한 기독교 신자는 말한다 사탄의 횡포라고

네가 가기 싫은 이유들을 들이밀며 사탄이 너를 꾐 하고 있는 거라고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난 예전부터 맘속에서 하나님과 약속을 했다.

내 몸이 낫고 내가 직장을 떳떳이 다니면 다시 하나님께 기도하러 가겠다고

그 앞에 맘은 수식어구가 붙지만, 난 가겠다고

거의 15년 만인 것 같다. 20대 초반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가지 않았다.

가지 않아도 나는 떳떳하고 멋있게 살 수 있을 거라는 큰 기대가 있었다.

큰 아픔도 없었고 큰 고통도 없었고 스무스하게 내 인생을 살고 있었다.

물론 신을 버리진 않았다 가끔 생각은 했지만 기도는 하지 않았다.

나는 그동안 재밌게 슬프게 기쁘게 행복하게 세상을 만끽하고 즐겼다.

하지만 인간들은 언젠간 다시금 신을 찾게 된다.

나처럼 고통을 맞이했든, 아니면 누군가 죽음을 앞에 두든, 아니면 모르고 갈 수 있지만 내가 모르는 그 세계에서 마주할 수 있다.

나는 다시 신 앞에 마주했다.

절실한 기독교 신자는 아니지만 어렸을 때부터 다녔기에 찬송가든 주기도문, 사도신경은 이미 내 머릿속에 박혀있어 거리감은 없었다.

7시 반 찬양예배를 드리는 시간이었다.

나 홀로 예배당으로 들어갔다.

한창 찬송 예배를 드리기 위한 연습 중이었다.

그때 새 가족을 담당하는 분이 오셨다.

''처음 오셨나 봐요? 아니면 다니신 적 있으신가요?''

"아 네, 예전에 다른 교회를 다녔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왔습니다."

"네. 한 번 설교 들어보시고 다음번에 등록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들은 바로 새 가족으로 환영하지 않는다. 뭐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들만의 공동체에 모르는 이방인을 바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15년 전과 많이 달라진 것 같았다.

교회 헌금도 이젠 계좌이체로 낸다.

난 따로 헌금을 준비해 갔었다.

예전에는 새로운 사람이 오면 바로 인사를 했었고 환영해 주었다.

세상이 바뀌듯 교회 내 시스템도 바뀐 것이다.


'하나님 오기까지 오래 걸렸습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다시 오게 되었습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기도하고 노래 부르는 내내 눈물이 나오는 걸 참느라 애썼다.

또 오랜만에 하나님께 많은 것을 바라는 기도를 드렸다. 항상 신에게는 바라기만 한다. 해달라고만 한다.

그래서 난 하나님의 안부를 묻고 그곳에서 건강하시라고 했다.

그렇게 예배를 드리고 나오니 밤이 되었고 조금씩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속이 시원하다니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었다.

나의 고민, 잡념을 모두 버리고 와서 맘이 개운한 것 같았다.

그래서 수만 년 동안 인류가 생기고나서부터 종교가 있었나 보다

우리는 나약하다. 잠깐 머물러 가는 존재들이다.

또한 우리는 무척 의존적인 존재들이다.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고 기대고 싶다.

다만 그런 존재가 없다고 느껴지면 우리는 신에게 의존하게 된다.

신을 찾게 된다 그게 다다.


나는 작년 10월에 통근 목적으로 산 차가 올해 3월에 나왔고

그 차를 몰고 10분 거리의 교회를 다니게 되었고

곧 대기업 계열사 계약직에 취직을 하게 되었다.

사실 여기서 내뜻대로 내가 계획하에 일어난 일이 몇 프로나 될지

내가 태어나고 세상 만물이 조화롭게 살아가고 꽃 하나 생명 하나하나 각자 다른 목적으로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이 우연의 일치라고?

나는 기독교인이지만 우주에도 흥미를 가지고 있다.

우주의 광활함을 영상으로 보다 보면 신의 존재 유무를 왈가불가하지 않게 된다.

신은 우리 모두와 함께 하신다.

난 그렇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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