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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moblanc Aug 02. 2023

반 쪽짜리 가슴을 가진 필라선생님

 (1) 도망치는 게 아니야 또 다른 도전이지!

현재의 난 직장을 그만둔 지 6개월 차의  백수, 수강생,  도전자이다.

이제 백수라는 닉네임도 익숙해졌다. 맘이 평화롭고 자유롭다. 바짝 솟았던 승모근도 수그러든 느낌이다.

그렇다 난 필라테스 강사가 되기 위해 대기업을 때려치웠다. 다니고 있는 필라테스 학원 내에서 중간, 기말 시험을 치렀고 실기시험과 티칭 시험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국제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거금을 들여 국제인증 자격증인 B필라테스의 문을 두드렸다.

우선 직장을 그만두기 직전 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안정적이고 돈을 벌지만 너무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고 회사에서  잡다한 일을 하는 나를 사람들이 종년 부리듯 부려먹었다.(그 당시의 심정을 표현하기 위해  과격한 단어 선택을 이해해 주길 바라며...)

주변인들의 빵빵한 재력과 스펙에 의기소침해졌고, 자존감 하락과 밥먹듯이 하는 야근에 뱃살은 튀어나오고 있었다. 워라벨 따위는 사치스러운 말이 되었다. 아니 워라벨을 기대한 내가 바보 같았다.

가끔 회사에서 회식할 때 마시는 술도 부담스러웠다. 

암 걸리기 전과 비슷한 생활 패턴으로 가고 있었다.

이 생활패턴으로 계속 살다가는 다시 암에 걸릴 것 같았다.

항상 퇴사를 결심하고 있었지만 누구나 그렇듯 우리는 각자 먹고살아야 하는 존재이기에 꾹 참고 있었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나의 mbti 유형은 P다. 하지만 일을 할 때는 완벽을 요하는 누가 봐도 계획적인 F다.

하지만 나의 인생은 자유스럽고 충동적인 P이다.

왜냐면 계획적으로 사는 것도 좋지만 인생은 통통 볼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앞서 경험도 해보았고 사람일을 한 치 앞도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퇴사 통보 전날은 내가 암 걸리기 전 다녔던 회사사람들과 술을 진탕 마셨다. 사실 술은 좋지 않은 걸 알면서도 난 스트레스가 과했는지  이전버릇 남 못주고 진탕 마셨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2차까지 마셨던 것 같다. 다들 지금 나의 상태를 위로하기 위하여 겸사겸사 자리를 마련해 준 게 너무 고마웠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 날이다.

건강한 사람도 술을 마시고 다음날이 너무너무 힘든데 나 같은 암환자였던 사람이 술을 마시다니, 체력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항암까지 했던 암환자들은 디폴트값으로 육체적 피로는 평생 달고 산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술을 피하게 되는 게 그 이유다. 술을 피하기 위해서는 사람까지 피하게 된다. 그래서 지금 나는 만나는 인간관계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술은 그렇다 사람을 끌어모으는 힘이 있고 마시는 그 순간은 좋지만 남는 것이 없다. 인맥? 글쎄.. 내가 사업가였거나 계속 직장생활은 유지하였다면 모를까. 이전 암을 겪고 나서 나는 인간관계를 한 차례 정리했기에  크게 와닿지 않았다. 가족과 친한 친구 몇 명만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평온하고 좋다. 술과 인간관계는 득과 실이 분명 있다. 운동과는 정반대의 느낌이랄까. 운동은 시작하기 전까지 힘들고 가기 싫고 귀찮다. 하지만 운동을 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운동을 하면서 생기는 근육통조차 너무 좋다.

인간관계를 잃은 대신 무엇을  찾았냐고? 나는 건강을 되찾아 가고 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술을 먹은 다음날 당연히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다시 일터로 터벅터벅 걸어 들어갔다.

몸은 고되고 내 주변의 회사사람들 얼굴이 꼴도 보기 싫어진다. 하지만 어쩌랴 돈을 벌어야지.

하지만 그날을 달랐다.

그동안 회사에서 내 자리에서 내 주변에서 그동안 쌓였던 게 폭발했다. 이렇게 살려고 산 게 아닌데 나는 암까지 치료해 놓고 또 이런 고된 길을 선택해서 가고 있는 걸까? 현명하지 못한 내가 바보 같았다. 물론 현명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살려고 선택한 길이었고 다시 멋지게 살고 싶어서 선택한 일이었다. 그곳에만 간다면 내 인생은 내 커리어는 다시 멋지게 차곡차곡 쌓일 줄 알았다. 하지만 그 당시는 간과한 부분이 있다.

신체가 건강하지 않다면 육체도 건강하지 않다는 것을

몸 전체가 망가지면 정신 또한 피폐해지고 그렇게 된다는 것은 나의 인생을 나의 삶을 통째로 갉아먹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미 암에 걸렸던 나는 또다시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6개월 만에 빠르게 손절했던 것이다.

하여 지금의 내 선택은 후회하지 않고 앞으로도 후회하지 않는다.



우선 난 그만두기 위해 주변인들에게 확답을 받아야 했다.(이건 뭔가 나의 생각이 옳은지 아닌지라기 보다 사람들의 생각을 듣고 싶었다) 

난 내가 일을 그만두기 전 무엇이 하고 싶은지 이미 리스트를 정리해 두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좋아하는 일, 싫어하는 일 

내가 지금 일을 그만두면 먹고살기 힘들어진다. 내가 배우고 싶은 일은 거금의 돈이 든다. 지금 나는 돈이 없다. 하지만 비빌 언덕이 아주 조금 있다. 나는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물론 연기는 아니었다.  그 전날 술도 먹었고 너무 힘들었다.(나의 감정선에 도움이 되었다)

울먹이며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빠 나 너무 힘들어, 지금 일 그만두고 나 필라테스하고 싶어. 근데 내가 알아본 금액은 이 정도야

해줄 수 있어? “

 나의 계획을 설명했다.

원래의 아빠라면 고민했을 텐데 흔쾌히 일 그만두고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조언해 주셨다.

(우리 아빠는 내가 암 걸리기 전과 후가 많이 바뀌었다.)

그 다음은 고모에게 전화하였다

“ 00야 네가 그럴게 스트레스받으면서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스트레스 받으면 몸에 좋지 않아. 너 몸이 먼저야 “ 그래 난 이 말이 듣고 싶었다. 답정너였지만, 나의 결정과 도전에 지지를 해주는 주변인들이 “이쁜 말”이다.


그날 오후 난 팀장에게 면답 신청을 하였고 퇴사를 통보하였다.

이것은 끝이 아닌 나의 또 다른 시작이자 도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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