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허그 55
상처는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숲길 걷기를 좋아해서 이번 제주 일정에도 곶자왈을 다녀왔어요.
그날, 숲길을 막 들어서는데 빗방울이 흩뿌리듯 내리는 거예요.
다시 우산을 챙겨 갔는데, 비는 금세 그치더라고요.
곶자왈은 코스마다 다른 나무들과 다른 바닥의 질감으로 이루어져 발걸음마다 느낌도 달랐어요.
데크 길, 멍석 길, 돌밭 길...
그렇게 서너 가지 코스가 있는데 어디로 갈지 생각할 즈음
한 60대 여자분이 맨발로 걸어 나오길래 물었어요.
"맨발로 걸어도 괜찮은 길인가요?"
"원래는 못 걷는데... 이 길은 좀 평평해서 괜찮아요."
그렇게 우리는 걷기 쉬운 평평한 코스로 올라갔어요.
"여보, 참 좋다! 당신이랑 와서 더 좋은가 봐..."
쉼터에 도착해서 그 숲의 바람과 여러 소리를 들으며 편히 쉬었어요.
그리곤 흐린 하늘빛에 다른 코스로 가지 않고 되돌아 나왔어요.
출구에 다다를 즈음, 몇 방울의 비가 떨어졌고 저는 그제야 깨달았어요.
"아, 우산이 없어!"
"그냥 버려. 다시 사면되잖아!"
"그 우산... 내가 얼마나 아끼는 건지 당신도 알잖아!"
그렇게 말하고는 저는 다시 1.6킬로미터를 뛰어서 올라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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