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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 the Road Aug 20. 2023

 시지프스의 형벌

   영남일보 [시시각각(時時刻刻)] 23. 08. 15

그리스 신화 중에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시지프스의 형벌'이라는 신화가 있다. 그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로, 신들의 신 제우스에게 대들었다가 무시무시한 형벌을 받는다. 무거운 바위를 가파른 언덕 위로 밀어 올려야 하는데, 정상에 도착하면 바위는 다시 언덕 아래로 굴러떨어진다. 그는 또다시 그 바위를 언덕 위로 밀어 올린다. 이 행위는 무한 반복된다. 이 형벌의 핵심은 무거운 바위가 아니라 '의미 없는 일의 무한반복'이다.


며칠 전 후배 하나가 연락이 와서 더 이상 일에서 설레지 않고 가슴이 뛰지 않는다고 무의미한 일상을 계속 반복할 자신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후배의 말처럼 반복되는 일상의 지루함을 견뎌야 한다는 점에서 어쩌면 우리 모두는 나름의 시지프스의 형벌을 견디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지프스조차 바위를 잘 안 굴릴 때는 채찍으로 때리는 제우스의 감시병이 있었다고 하는데, 우리 평범한 사람들은 어떻게 이 일상의 지루함과 싸울 것인가?


첫째는 디테일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일상이 지루한 이유 중 하나는 똑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전체로, 대강 봐서 변화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 안으로 들어가 한 부분 한 부분을 디테일하게 본다면 아마 매일 매일 변화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빠른 배속의 사진에서 그런 경험을 한다. 꽃봉오리가 필 때, 매일 매일 변화가 없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활짝 피는 것 같지만, 빠른 배속의 카메라로 보면 매 순간 꽃은 피고 있었음을 우리는 발견한다. 작은 변화에 집중하고 그 변화를 관찰하고 관리하다 보면 일상도 일도 매 순간 다를 것이다.


둘째는 관점을 변화시켜라. 이건희 회장은 같은 영화를 여러 번 본 걸로 유명하다. 그는 매번 관점을 달리해서 영화를 보았다. 이번에는 주연의 시각에서 다음에는 조연1의 시각으로 말이다. 일을 단순 참여자의 입장에서 설계자의 입장으로, 회사의 입장에서 고객의 입장으로, 관점을 바꾸어 볼 수 있다면 일은 평면적으로 지루한 게 아니고 입체적으로 생동감을 가질 것이다. 관점과 관련 다른 하나는 시작점을 달리하라는 것이다. 처음에서 끝을 보는 게 아니고, 끝에서 처음을 보라고 얘기하고 싶다. 끝에서 처음을 보는 것은 선승구전의 마음가짐이다. 우리는 처음 가는 길은 항상 더 멀게 느껴지지만, 그러나 한 번 가 본 길은 훨씬 짧게 느껴지는 경험을 한다. 일도 시작점을 바꾸어 본다면 너무 멀어서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셋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마음이다. '일의 격'이라는 책을 보면 "성공의 가장 큰 적은 실패가 아닌 지루함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최고가 되는 사람은 그 지루함과 똥 덩어리에 굴하지 않고 매일 매일 조금씩 무소의 뿔처럼 전진하는 사람이다." 며칠 전 봤던 드라마의 마지막 회가 생각난다. 정확하게는 마지막 회에 죽게 된 악귀가 젊은 주인공에게 던진 말이 기억에 남는다.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발악을 했다고.근데 니들은 외롭고 힘들다고 죽고 싶어 했잖아. 진짜 외롭고 힘든 게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그럴 거면 열심히 치열하게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볼게. 나를 살려줘." 우리의 평범한하루가 어제 죽은 이가 간절히 원했던 내일임을 생각하면 소중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이다.


시지프스의 신화에 대해 알베르트 카뮈는 이 무의미한 부조리에 굴하지 않고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이 일을 해내고 있는 시지프스를 영웅이라고 불렀다. 벌써 1년의 절반이 지나갔다. 이 지루한 일상에서 지난 여덟달 동안 바위를 굴리고 있는 당신은 이미 영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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