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각각(時時刻刻)] 영남일보 4월 25일
며칠 전 교정에 분홍빛 겹벚꽃이 흐드러진 날, 지역의 로컬 크리에이터 청년 두 명이 특강을 했다. 성주 하늘 농장의 여국현 대표와 문경 화수헌의 도원우 대표였다. 그날 강의 중 많이 언급된 단어가 '기회'와 '재미'였다. 로컬에 있기에 기회가 적을 줄 알았지만 오히려 현실은 그 반대이고, 지역에서 라이프 스타일 모험가로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길을 만들어가며 느끼는 자유로움과 그 과정의 재미에 대해 눈을 반짝이며 얘기했다.
나이키, 홀푸드, 이케아 이 세 브랜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포틀랜드의 아웃도어 라이프 스타일에서 출발한 나이키, 오스틴의 자연주의 식품운동에서 출발한 홀푸드 그리고 스웨덴 남부 스몰란드의 합리적이고 심플한 라이프 스타일에서 출발한 이케아. 사실 이 세 브랜드는 모두 로컬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글로벌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가 된 공통점이 있다. 라이프 스타일은 삶의 행동양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위대한 제품과 서비스가 일상인 시대, 고객 입장에서는 제품 자체가 아닌 제품이 지향하는 가치, 철학, 표방하는 라이프 스타일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로컬은 라이프 스타일의 보고이고, 그날 두 대표도 그런 측면에서 기회를 언급했다. 이제 로컬 크리에이터가 지역을 넘어 글로벌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첫째는 MTP(Massive Transformative Purpose)가 있어야 한다. MTP는 세상을 바꾸겠다는 담대한 목표이다. 홀푸드의 비전은 처음부터 Whole Foods Whole People Whole Planet(완전한 식품, 완전한 사람, 완전한 지구)이었다. 유전자변형식품 표기에 대한 문제가 터졌을 때 홀푸드는 누구보다 앞서서 유전자변형식품에 대한 표기를 수용했다. MTP는 오늘날처럼 변화가 심한 시대, 북극성처럼 높이 떠서 우리 조직을 이끄는 목표이다.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바꾸겠다는 MTP야말로 청년들의 공감과 브랜드에 대한 애정을 일으킨다.
둘째는 뺄셈의 브랜딩이다. 블루보틀은 최고의 커피를 위해 로스팅된 지 48시간 이내의 커피만 약 15분에 걸쳐 핸드드립으로 천천히 내리고, 커피 본질에 집중하게 하기 위해 흰색 바탕의 미니멀한 내부 인테리어를 고집하며, 매장 내에는 와이파이도, 전원 콘센트도, 진동벨도 두지 않는다고 한다. 필요 없는 모든 것들을 빼는 뺄셈 방식의 브랜딩이다. 본질에 대한 이런 집착을 통해 블루보틀은 팬을 만든다. 오늘 초연결 시대, 한 명의 팬을 만들 수 있다면 그의 추천을 통해 브랜드는 세상과 연결된다.
셋째는 핵심자원의 육성과 유지이다. 2021년에 유니슨 PE로부터 7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강릉의 커피 브랜드 테라로사는 처음 시작 때부터 바리스타의 육성에 노력을 집중했다. 매년 해외로 커피 유학을 보내고, 어시스트에서부터 메인에 이르기까지 2년에 걸쳐 엄격한 교육을 하고, 2022년 10월 기준 정직원 300명 중 70%가 바리스타일 정도로 업의 핵심자원 육성과 유지에 노력을 기울였다. 지역을 넘기 위해서는 핵심자원의 복제와 확장이 필요하다. 테라로사는 파리에 매장을 내고 글로벌로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K팝에서 K드라마로, 이제 로컬을 넘어 K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