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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 the Road Mar 01. 2023

The Age of Fragile(프래자일의 시대)

영남일보[시시각각(時時刻刻)], 2023.2.28

 

요 몇 주간 프래자일(Fragile)이라는 단어에 계속 마음이 쓰였다. 아마 최근 튀르키예 시리아 지진과 참사를 보면서 우리 삶이 얼마나 깨어지기 쉬운지를 목격하면서인지 모르겠다. 어쩌면 그 전부터 코로나로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를 목격해서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자연재해나 전염병만의 문제도 아니다. 세계화와 역사의 진보가 동일시되며 이제 대규모 국가 간 전쟁은 끝났을 거라는 낙관론을 무너뜨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수십만 명이 죽고 평범한 삶이 송두리째 깨어지는 일을 매일 TV로 봐서일지도 모르겠다.


Fragile, 말 그대로 '깨지기 쉬운, 부서지기 쉬운'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이다. 2008년 주택 모기지 파생상품으로 시작된 리먼 브라더스 파산이 금융위기로 번져 수많은 회사를 도산으로 몰고, 영문도 모르는 많은 사람을 실업자로 거리로 내 몰았듯, 오늘 세계는 그 연결성으로 인해 우리 삶의 취약함은 일상인지 모르겠다. 말 그대로 우리는 '깨어지기 쉬운 시대(The Age of Fragile)'에 살고 있다. 항공화물의 Fragile은 조심히 다루면 지켜지지만, 우리 삶의 안전함은 어떻게 확보될 수 있을까?


첫째는 가변성, 불확실성을 선택하는 것이다. 최근 블랙스완을 예측한 나심 탈레브가 '안티 프래질(Anti Fragile)'이라는 책을 냈다. 이 책에서 그는 단단하고 안정적이고 하나로 뭉쳐진 것은 더 깨지기 쉽다고 얘기한다. '안티 프래질'을 하기 위해서는 가변성, 불확실성, 무작위성 등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칠면조 얘기는 유명하다. 매일 먹이를 주는 주인에 대해 칠면조는 믿음직스러운 보호자로 생각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믿음은 강화된다. 1천일까지 어제와 같은 나날이 지속되지만, 1천1일째 되는 날 칠면조는 갑자기 도살되어 추수 감사절 식탁에 오른다. 내가 지금 속해 있는 조직, 업무 등이 오래되었고, 안정적일수록 그 취약성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누군가 흔들림은 위태롭지만, 흔들림 없는 삶은 권태롭다고 얘기했다. 이제 흔들림 없는 삶은 권태로울 뿐 아니라 위태롭다. 안전한 곳은 없다. 자발적으로 주도적으로 먼저 움직여라.


둘째는 배려심이다.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는 사회에서 조직은 '환승장'일 뿐이다. 송길영 박사는 잠시 같이 있을 뿐! 서로를 손님으로 생각하는 오늘의 문화에서 조직은 딱딱한 구조물이 아니라 점점 더 낯선 관계와 문화가 오가는 환승장이고, 우리는 끊임없이 갑을 관계가 변하는 '관계의 역동성' 안에 있게 된다고 말한다. 그는 "무례하면 세상이 좁아집니다. 섬세한 조직, 세심한 인간이 살아남습니다"라고 단언한다.


셋째는 회복 탄력성을 믿어라 이다. 우리는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 즉 트라우마라는 말에 익숙한 나머지 깨어지고 부서진 후에 엄청난 상처가, 고통이 있을 거로 생각한다. 그러나 옥스퍼드대 실험에 의하면 오히려 70% 정도 되는 사람들은 외상 후 성장을 경험했다고 한다. 긍정 심리학의 대가 마틴 셀리그만 교수는 성장을 경험한 사람들은 고통에 대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이를 통해 새로운 삶의 원칙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고 얘기한다. 이제 깨어짐은 일상이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중꺾마)"이라는 젊은 선수들의 이야기를 마음에 담아야 한다.


최근 챗GPT에 대한 얘기가 뜨겁다. 그중 가장 나의 눈길을 끄는 건 그 확산 속도이다. 활성 사용자 1억명에 도달한 시간이 유튜브나 인스타그램보다 10배 빠른 두 달이다. 세상은 점점 더 연결되고, 우리는 점점 더 Fragile해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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