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뫼의 눈물에서 유럽 가장 젊은 도시로 - 밀레니얼의 귀향中
살고 싶은 도시 ‘말뫼’
말뫼는 스웨덴 남부에 있는 도시로 한국과 인연이 깊은 곳이다. 우리 조선소나 주력 제조업이 쇠퇴하는 징후를 보이면 어김없이 신문의 헤드라인이 ‘말뫼의 눈물’이 언급되기 때문이다. 말뫼의 눈물은 말뫼를 대표하던 ‘골리앗 크레인’이 단돈 1달러에 팔린 사건을 말한다. 1970년대 코쿰스 조선소의 대형 크레인은 ‘세계 최대 조선소’를 지닌 말뫼의 자부심이었다. 그런 코쿰스 조선소가 문을 닫은 게 1987년 이후로도 이 크레인은 2017년 동안이나 무용지물이 된 채 그 자리에 그대로 세워져 있었다. 2003년 골리앗 크레인은 ‘단돈 1달러’에 한국의 현대 중공업에 팔렸고 크레인이 해체돼 멀리 떠나는 모습을 말뫼 사람들은 눈물로 지켜봤다. 여기서 말뫼의 눈물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더는 말뫼의 눈물은 없다. 말뫼 시는 조선업 위기를 겪으면서 1990년까지 인구의 급감 시기를 거친다. 전체 일자리의 25%가 감소했다. 여기에 1980년대부터 시작된 해외 이주민들의 유입까지 겹쳐져서 한때 말뫼의 실업률은 22%에 달했고 도심 전반의 공동화와 쇠락으로 ‘브라운 시티Brown City’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전환 전략을 실행한 이후로 다시 인구가 많이 증가했으며 이 증가세는 스웨덴 평균보다 높았던 것은 물론이고 유럽 전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특히 연구개발, 금융, 사회 서비스 인력 등 고학력 인재들이 주로 유입되는 양상을 보였으며(Salonen, 2015) 그 결과 이 도시의 평균 연령이 36세다. 전체 인구의 대략 40%가 29세 미만인 유럽의 대표적인 ‘젊은 도시’로 거듭났다.
관련해서 말뫼 시는 크게 두 가지 전략을 취한다. 사실 두 가지 전략이라고 하지만 하나의 전략이다. 지속적으로 이야기하지만 밀레니얼들은 일을 먼저 선택하지 않는다. 먼저 살 곳을 선택하고 일을 찾는다. 말뫼가 한 첫 번째는 밀레니얼들이 좋아할 만한 살고 싶은 삶의 질이 높은 도시를 만들고 그다음 그들이 좋아하는 일들을 만든 것이다. 먼저 친환경 도시를 만들고 바로 밀레니얼들이 좋아하는 일자리 스타트업 만들기 정책을 펼쳤다.
첫째는 친환경 도시의 비전이다. ‘2020년까지 지속가능발전 측면에서 최고의 도시가 된다’는 목표 아래 기존의 노동 집약적 제조업에서 탈피해 친환경, IT, 바이오 등 신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지식 도시Knowledge City’로 간다는 비전을 세웠다. 당시는 1992년 리우 환경 회의 직후여서 특히 청년 세대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 특히 일마 리팔루Ilmar Reepalus 시장은 임기가 끝나는 2013년까지 19년간 탈산업적 지역 혁신을 일관되게 추진함으로 친환경, 미래 산업에 대한 비즈니스와 인재가 모여들었다. 말뫼 시는 아직은 도시 전체에서의 100%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에는 달성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2015년에 이미 시가 운영하는 시설에 제공되는 전력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를 통해 발전하는 등 도시 전반에서 재생에너지의 사용 비율을 늘리고 있다. 또한 장장 470킬로미터에 이르는 자전거 도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도시 전체 교통의 약 30%가 자전거로 이루어지고 있고 학교 통학과 직장 출퇴근 이동에 있어서는 40% 이상을 차지하는 수준이다. 친환경 도시의 비전은 삶의 질을 중요시하게 생각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유입을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청년이 좋아하는 일자리 만들기
두번째는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일자리 만들기이다. 스타트업 육성이 그것이다. 말뫼 시는 2000년대 이후로 산학협력을 통한 창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우선으로 스웨덴 정부와 말뫼 시는 지역 경제를 살리고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선 우수한 젊은 인재들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1998년 버려진 조선소 부지에 말뫼 대학교를 세웠다. 기존의 학문 체계에 얽매이지 않고 융합 연구에 초점을 둔 5개 단과 대학으로 이뤄진 말뫼대학은 IT와 기초 공학, 디자인, 미디어 등의 학문이 융합된 기술 사회대이다.
그리고 2002년 말뫼 시가 절반을 투자하고 스웨덴 정부 및 유럽 지역개발 기금과 기업 투자금 등이 나머지 절반을 부담해서 스타트업 벤처 그룹들을 최장 3년까지 지원하는 친환경, IT, 교육 분야의 창업 인큐베이팅 기관인 밍크MINC를 설립했다. 또한 2010년에는 정부 산하 기관인 밍크와 달리 500여 개의 IT 스타트업 기업들이 입주해 말뫼 스타트업 육성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옛 조선소 건물에 자리잡은 민간 기관인 미디어 에볼루션 시티도 만들었다.
일련의 이런 노력으로 2000년대 이후 말뫼 시 총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16만 3,000여 명의 연인원이 스타트업 벤처에서 일해 온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말뫼에 있는 스타트업을 통해서만 지금까지 6만여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었고 유럽 스타트업 축제가 말뫼에서 열렸다. 또한 인재를 따라 스웨덴을 비롯한 유럽연합EU 주요 기업들의 유럽 본사도 말뫼로 잇따라 이전하고 있다. 세계 최대 가구업체인 이케아 본사도 말뫼에 있다.
말뫼의 부활과 관련 언급하고 싶은 것은 다음의 라팔마 시장의 이야기이다.
“어떤 산업을 끌어올지 고민하지 마십시오. 젊은 세대가 몰려와 공부하고 일하고 잘 살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드세요. 젊은이들이 무엇이건 실험하고 시도할 수 있는 ‘시험대testbed’로 도시를 내놓는 것이 중요합니다.” 산업, 일자리가 먼저가 아니라는 것이다. 밀레니얼들이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것이 먼저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