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새로운 곳을 여행할 때,
그곳에 대한 정보가 없으면 그 여행은 그저 이동에 불과할 수도 있다.
사람을 만날 때,
그 사람이 역사 속의 사람이든 지금 옆에서 살아 숨 쉬는 사람이든,
그 사람에 대한 정보가 없으면 그 만남은 단지 접촉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한 사람의 정보는 그 사람의 역사이며 그 역사는 그 사람의 행동으로 쓰인다.
물론 행동은 그 사람의 의식이 향하는 방향을 따라가게 되어있다.
그래서,
말보다는 행동이 사람을 알아보는 기준에 더 적합한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는 게 어렵다.
정말 어려운 일이다.
욕구와 이익이 철학 따위는 무시하기 때문이다.
결국 확고한 신념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라면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사람을 만나면, 그게 역사 속에서라도, 감탄하고 존경하게 되는 것 같다.
더구나 상대가 28살밖에 되지 않았다면,
그 욕구 충만한 나이에 이룬 성과는 더욱 찬양받을 만하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 1817~1862.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많이 알려진 월든Walden, or Life in the Woods 은 그의 나이 28살인,
1845년 7월 4일부터 1847년 9월 6일까지 2년 2개월 2일간의 기록이다.
나는 숲으로 갔다.
내 의지대로, 삶의 본질적인 면과 대면하기 위해,
삶이 가르쳐주는 것을 내가 혹시 배우지 못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그리고 죽을 때, 그렇게 살지 않았음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삶이란 그만큼 소중하기에,
나는 진정한 삶이 아닌 삶을 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삶에 대해 이토록 진지한 생각을 하며 그 생각을 온전히 행동으로 옮긴 이 젊은이는,
'도끼 하나 달랑 들고' 에머슨Ralph Waldo Emerson, 1803~1882 소유의 호숫가 땅에 들어가 오두막을 짓고 육식을 멀리하고 금주하며 문명과 동떨어진 생활을 시작한다.
웰빙이 큰바람처럼 지나고 난 뒤,
우리는 스콧 니어링Scott Nearing과 헨리 데이비드 소로라는 이름을 알게 됐다.
사실 우리가 알게 된 건 그들이 추구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것이었다.
우리는 건강과 더 나은 환경을 원했고, 그건 경제적인 성장 이후에 생긴 삶의 여유 덕분이었다.
미국의 위대한 자연주의자들은 반대의 상황에서 자연과 만났으며,
오히려 가진 것을 내려놓고 자연 속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추구한 것은 건강과 더 나은 환경이라기보다는 '온전한 삶'이었다.
진정한 삶이 무엇인지 고민했고, 인류의 작은 오만으로부터 충분히 자유로웠다.
이것이 지금 매년 60만 명의 '우리'가 월든을 찾고 그들을 기억하는 이유다.
*미국 매사추세츠 보스턴 근교의 작은 도시 콩코드 시에서 2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월든 숲과 호수는 주립공원으로 지정되어있으며, 매년 6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