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아지강씨 Feb 09. 2022

천만 원으로 건물주 되기 - 1


"부동산 공부는 어쩌다 시작하게 됐어?”


주변 사람들이 자주 물어보는 질문입니다.


제 직업은 월급 받는 일반 회사원입니다. 마케팅 일을 하고 있고요. 20대부터 현재의 회사에 다니기 시작해서 벌써 만 6년이 넘어버렸으니, 시간 참 빠릅니다. 오래도 다녔네요.



사실 저는 젊은 나이에 부동산에 투자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부동산이라는 게 보통 '집 또는 아파트'를 구매하는 행위 정도로 생각하기 쉽거든요. 그러다 보니 부동산 투자를 하려면, 에이 못해도 최소한 1억쯤은 시드가 있어야지,라고 생각했었죠. 몇 년간 모은 쌈짓돈을 부모님의 투자에 보태고자 했을 때에도 그저 멀게 느껴지는 당신들의 일일 뿐이었습니다.


사실 남들보다 유리한 점이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동네 부동산을 운영 중이셨거든요. (물론 정보통신 기술의 시대를 쫓지 못하는 올드-패션 복덕방 아저씨인 건 안 비밀.) 아빠의 새 직업이 공인중개사였던 것이 겨우 중·고등학생의 경제관념이 없던 저에게는 크게 대수롭지 않은 사실이었습니다만.. 어느새 세월이 흘러 직접 돈을 버는 시기가 오다 보니 이 재테크라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 같아요. 아버지가 더 늙고 은퇴하시기 전에 뭐가 됐든 얼른 배워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격적으로 무언가 실행하게 된 건 재작년 여름의 일입니다. 서울 중부 지법에서 열리는 경매에 참가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경매에 나오는 건물들은 높게는 수십, 수백억이지만, 잘 찾아보면 또 n 천만 원대 소액투자자들에게도 기회가 열려있는 곳입니다. 저의 목적물은 최저 입찰가가 채 천만 원이 되지도 않는, 수년 전 망해버린 지하 식당 한 칸이었습니다. 물론 며칠 간 아버지로부터 본 목적물의 숨은 가치에 대해 설명을 들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직접 투자에, 경매에, 입문해보기로 했습니다.


경매 법원 특유의 찬 공기를 마주했을 때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초심자의 운도 따랐나 봅니다! 전 첫 입찰에 단독 낙찰까지 성공하게 되었거든요. 4주 후에는 매각대금을 치르고 해당 구분건물의 소유주가 되었습니다. 취등록세 등 부대비용을 포함하여 천만 원 남짓의 돈이 들었습니다. 잔금 납부 및 등기를 치는 일련의 과정은 아버지 도움 없이 직접 진행해 보기도 했죠.


기뻤냐고요? 아니요.. 소위 건물주(!)가 되긴 했지만.. 사실 문자 그대로 해당 구분상가의 명부상 주인만 저로 바뀌었을 뿐 오히려 본격적으로 막막해짐을 느꼈습니다. 미처 철거도 되어있지 않은 채 수년간 방치된 상가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여기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임차인을 구할 수 있을지 엄두조차 나지 않았으니까요. 당장 새 주인인 제가 해결해야하는 밀린 관리비는 낙찰가의 곱절이 넘는 금액이었습니다.


한편으로, 당시에는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 시국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경기는 점차 바닥을 치고 있었습니다. 동네 전체 상권이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주변 시세에 맞춰 적당히 네이버에 물건을 올려놓기만 하면 금방이지 임차인이 찾아올 줄 알았지만.. 전화로 문의를 주신 분들 중 몇몇은 제 작고 소중한 상가를 보러 직접 오셨다가도, 이내 실망한 얼굴로 돌아서곤 했습니다.


공실인 채 관리비가 다달이 쌓여가고, 그 회차가 수개월을 넘어가기 시작하자.. 저는 약간 초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