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투자 항목에 해당하는 당연한 말일 겁니다. 정상 가격보다 조금이라도 더 싸게 살 수 있다면 목표하는 수익률을 빠르게 달성하기 위한 초석이 될 테니까요. 오늘은 제가 직접 경험했던 '발목 썰'에 대해 풀어보고자 합니다.
앞의 글에서 말씀드렸듯이 부동산 경매라는 제도의 가장 큰 매력은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입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가격이 내려간 이면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므로 유의할 점도 꽤 많습니다. 내가 이 물건의 제대로 된 값어치를 평가할 수 있는 안목이 있는지는 둘째 치더라도, 싸다고 비지떡을 물었다가는 배탈이 날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그럼 해당 부동산의 정확한 가치는 어떻게 매길 수 있을까요? 주식처럼 특정 시점의 수치화된 평가금액을 바로바로 볼 수 있는 MTS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재무제표나 IR 보고서처럼 읽을 수 있는 자료도 마땅히 없습니다. 약간의 진입장벽일 수 있겠네요. 그럼 우선 자기가 잘 알고 오래 살아온 친숙한 동네서부터 조사를 시작해 보는 편이 좋겠습니다. 아는 동네에 경매로 물건이 나오게 되면 근처 부동산 사무소를 한번 돌아보는 거죠. 비슷한 위치, 같은 평형의 물건이 어느 정도 가격으로 거래가 되고 있는지 물어도 보고, 동네의 호재는 어떤 것이 있는지도 쓱 여쭤보는 겁니다. 요즘에는 각종 부동산 앱을 통해 실거래 가격이 공시되고 카페 등 커뮤니티도 활성화되어 있어서 예전에 비해서 쉬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판이 마련되어 있기도 합니다.
제가 20년 넘게 살았던 해당 동네는 최근까지 그 상권의 성장이 멈춰있는 곳이었습니다. 특히 코로나라는 특수 상황을 맞이하자 지하상가부터 하나둘 공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발목인 건 확실했습니다. 문제는 반등의 여지가 있느냐였는데요. 예견된 호재는 있었습니다. 2022년부터 경전철이 개통되어 동네를 가로지를 예정이었거든요. 국가적인 재난 상황이 수습되고 나면 상권이 더욱 활기를 돌 것이고, 다시 원래의 가치 정도로는 회복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일단 비지떡은 아니었던 셈이죠.
배탈이 날 만한 상황이 아닌지도 알아봐야겠습니다. 매각 물건은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에 대해서도 고려할 점이 있는데, 단순히 저렴한 낙찰금만 노리고 경매에 들어갔다가 부수적 비용 때문에 낭패 보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관리비 항목이 대표적인데요, 제가 낙찰한 해당 구분상가에도 약 2천만 원이 넘는 관리비(!)가 연체되어 있었습니다. 이전 집주인의 월세 수입이 없음으로써 그의 재정 상황이 어려워졌다고 한들 상가 관리단 입장에서 그런 사정까지 봐줘야 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연체된 관리비 채권은 어디로 향하게 될까요? 제가 목적물 낙찰을 완료한 딱 바로 다음 달부터, 해당 관리사무소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수년 치 연체 금액까지 포함된 고지서를 저에게 날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세계의 룰(?)을 잘 모를 때에는 심히 당황스러운 부분일 수 있겠습니다. 다행히 저는 이 부분에 대해 미리 공부를 해두었기에 준비해 둔 비용 절감 프로세스를 실행(!)할 수 있었습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경매 수락으로 소유권을 이전받은 특별 승계인은 전용 부분을 제외한 공용 부분 체납관리비 3년 치에 대해서만 지불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저에게 날아온 고지서에 표기된 금액은 전 소유자가 오랜 기간 체납해온 금액 전체에 대한 내용일 테니, 판례대로 관리비를 조정할 수 있다면 상당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셈입니다.
공용 부분 관리비가 정확히 얼마인지 안내받기 위해 관리사무소에 연락을 취했고 법적인 절차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처음에는 원칙대로 깎아줄 수 없다고 이야기하셨지만 곧 제가 위 법률에 대해 이야기해 드리고 설득과 합의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절차를 알아본 관리사무소 측은 본인들도 본사에 보고하기 위한 요식행위가 필요하다 하셨기에 양자 간 (묵시적 합의로) 약식 소송을 진행했습니다.
관리단 → 본인
: "밀린 관리비 2천 XXX만 원을 지불해주시기 바랍니다"
본인 → 법원
: "전 소유주 사용분의 과도한 관리비 납부는 부당한 처사이니 조정을 바랍니다"
위 내용이 각각 오고 가고, 주관 법원은 양 측을 불러 조정 절차를 가지게 됩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소송이란 걸 진행해봤습니다. 그날 저는 반차를 쓰고 법원에 직접 방문했습니다. 죄를 지은 것도 아니면서, 법원에 출두한다는 게 괜히 떨리고 한편으론 설레는 일이더군요.
상대측인 관리사무소와 이미 어느 정도 이야기가 오고 간 터라 무리 없는 절차가 이어졌고, 덕분에 약식 소송 합의는 순식간에 마무리되었습니다. 양측이 제출한 상세 자료에 따라 결국 저는 '공용 부분 3년 치 체납관리비 원금'에 해당하는 약 500만 원 정도 비용만 지급하게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낙찰가와 소송비용 전부를 합쳐도 본래 건물이 가지는 가치의 40% 수준(40% 할인된 가격이 아닙니다)의 비용밖에 들지 않은 셈이죠.
주변 시세 임장, 관련 법률에 대한 검색,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소송 집행 까지. 돌아보면 무릎까지 내려가 있던 매수 가격을 발목까지 끌어내리는 과정에서 그 근간이 되어준 건 역시나 저의 실행력이었습니다.
('어깨 썰'은 다음 글에 담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