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빈 Soobin Jun 01. 2022

용기를 내봐요, 우리.

백수 생활의 불안정함과 불확실함에 답답함을 느껴, 최근 넋두리할 동지를 찾는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사실 올리기 전까지, 그리고 올리고 나서도 불안했다(이 정도면 불안이 습관인 듯). 아무도 관심이 없으면 어떡하지? 누군가 용기 내서 연락을 주셨는데 나와의 넋두리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면 어쩌지? 가볍게 대화하자는 글을 올렸음에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거나 의미가 되어야만 한다는 강박에 초조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걱정도 잠시, 생각보다 정말 많은 분들이 디엠을 주셨다. 게시물을 올리고 나서 당장은 반응이 없던 걸 보니, 인친 분들이 공유해주신 덕이 큰 거 같다.


연락을 받고 나서 느낀 점은,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백수가 있고 저마다의 백수 생활을 고민한다는 것. 백수가 아니더라도 일에 대한 불안감은 누구나 느끼고 있다는 것. 처음에 게시물을 올렸을 때는 니트 당사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마치 조건처럼 항목을 이것저것 달았던 거 같다. 직장 생활이 없다거나 소속 없이 일하고 있다거나 등등.. 그러다 같이 책 쓰기 모임을 하고 있는 멤버 중 한 분이 이런 얘기를 해주셨다.


“직장 생활 경험이 없는 사람에서 뭔가 탁 막히는 것 같아요.” 그 얘길 듣고 아차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실 누구나 니트가 될 수 있고 일의 뉴노멀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어찌 보면 내가 진입장벽을 만든 거다. “이런 게 아니면 니트 혹은 백수라고 할 수 없어!”라고 말한 셈이다.


급하게 글을 수정하고, 연락이 온 분들께는 조심스러우면서도 과감하게(?) 연락을 취하고 있다. 어떤 분께서는 정말 감사하게도 먼저 만나자고 제안해주셨고, 어떤 분께서는 자신도 독립출판을 준비 중에 있다며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의사를 보내주셨다. 나 울어.. 운다구.. 왜 진작 이러지 않았을까?


사실 지난 5월은 심신이 많이 지친 상태였다. 불안해질 때면 스스로 일을 늘이는 스타일이라 자꾸 일은 늘어나는데 무언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쉽게 아프고 지치는 몸을 가져서 그런지, 취약해지기도 쉬웠다. 혼자 있고 싶은데 혼자 있고 싶지 않은,, 복잡한 감정으로 가득한 5월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약간의 자격지심도 있었고.. 그 때문에 스스로를 일부러 고립시킨 것 같다. 친구들이 하나 둘 소속이 생기고, 각자의 소속과 거기서 하는 일을 듣다 보면 내가 지금 하는 일에 의문이 들었다. 나도 소속되면 될 일인데 왜 굳이 고생해서 이러고 있나 싶기도 하고… 나처럼 자신을 긴 문장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회사에 가면 동료가 있고 네트워킹을 할 수 있다는 게, 정기적인 급여를 받는 게 진심으로 부러웠다.


어딘가에 소속되기엔 나는 너무나 많은 것들에 관심이 있었고, 또 그것이 업으로 이어지기를 원했다. 그래서 택한 길이지만, 그 책임은 온전히 나의 몫인 것만 같아 때로 사무치도록 불안하다. 그래서 터질 수밖에 없었다. 나와 같은 사람들을 찾는다고, 한 번 이야기나 해보자고. 생산적이지 않은, 넋두리뿐인 대화여도 좋으니까. 나 같은 사람이 있다는 걸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든든해질 것 같았다. 그런 내 용기에 다들 감명을 받으셨는지(아닌가), 많은 분들이 같이 용기를 내주셨고, 이에 나는 진심을 다해 넋두리를(?) 하고 싶어졌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을 때, 두고두고 이 글과 지난 글을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는 다시 용기를 낼 것이다. 누군가는 꼭 알아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작가의 이전글 함께 넋두리할 니트 동지를 찾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