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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소집 문을 연지 6년이 된 날입니다.

텅 빈 공간에서 맞이한 6주년

by 고향여행자

오늘은 소집 문을 연지 6년이 된 날입니다. 매년 이날엔 전시가 열리고 있는 중이었는데 올해는 새 전시를 준비하는 휴관 기간이라서 어쩐지 첫해 때 공간 문을 열 준비를 했던 때로 돌아간 듯합니다.


텅 빈 공간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꾸려갈지 막막했던 처음과는 달리 67번의 꽉 채워진 시간들을 돌아보게 됩니다. 전시가 끝난 후엔 작가에게도 공간을 하는 사람에게도 여운과 후유 그 사이를 오고 갑니다.


소집을 찾는 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키워가며 함께 성장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공간인데 소집에서 함께한 시간들이 어떻게 마음에 머물러 있을까 혹여 헛되진 않았을까 생각하고 때때로 뒷걸음질 치던 저를 돌아보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끌어주는 건 소집에서 첫 발을 뗀 후 어디선가 또 다른 발을 떼며 기쁜 소식을 전해주던 작가님들의 연락이었습니다.

가끔 처음이 생각난다는 작가님들의 연락은 저에겐 또 다른 기쁨과 그리움이 교차하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후회를 남기기 싫어 ‘일단 해보자’며 몰라서 덤빌 수 있었던 시기들이 있었던가 하면 알아서 머뭇거리게 되는 순간들이 늘어나기도 합니다. 실은 요즘 저는 어설프게 알아버려서 주눅이 들어있기도 합니다. 이제는 그런 시기도 털털해져야 하는데 아직은 그러한 넉넉한 품이 되지 못했습니다.


못난 제 모습을 잘 품어주지 못하는 저와는 달리 그런 모습마저 소집은 늘 품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소집을 변함없이 아껴주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오래오래 지켜달라는 말이 때론 버겁다가도 언젠가 못 지키는 날이 올 때를 생각하면 뭉클해지기도 합니다. 오늘 텅 빈 공간을 다녀가신 부산에서 온 중년 부부 손님의 다음에 또 오시겠다는 인사가 내내 머무는 저녁이기도 합니다.


혹여 기약 없는 인사더라도 다음을 기대하며 소집의 날들을 채워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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