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쏘블리 Nov 07. 2018

놓치지 않고 싶은 순간이 온다면

핸드폰을 물에 빠뜨리는 꿈을 꿨다. 미끌, 손에서 빠져버린 핸드폰은 풍덩 하는 소리와 함께 푸른 바다로 빠져버렸다. 망연자실하게 바다를 바라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남자친구의 번호를 외우고 있나?' 그리고 떠오르는 번호를 계속 되뇌었다. 놓치지 않으려, 잃어버리고 싶지 않아서.



놓치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있다.

사랑하는 연인,

지금의 아름다움,

지금의 부와 애착을 가지고 있는 물건들

애정을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을 놓고 싶지 않다.

가지고 싶고, 오래도록 옆에 머물고 싶다.

영원함을 바랄 수 없는 것을 알면서도 영원함을 꿈꾼다.


그러나 영원히 내 곁에 머무는 것은 없다.

불의의 사고가 있을수도,

한 순간 마음이 식을수도,

불같이 연애하고, 불같이 싸울수도

이유도 모르고 이별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다.


우리는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을 잠깐 가졌다가, 가지고 있지 않은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기를 반복하면서 살아간다. 그러기에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슬퍼할 필요도, 가지고 있음에 자만할 필요도 없다. 놓치지 않기 위해 집착하고 무리할 필요도 없다. 인생이 흐르는대로, 지금 내게 주어진 것을 소중하게 여기면서, 서로에게 머무는 시간들을 아름답게 가꿔가면 된다.



요즘 연애를 하고 있다.

가끔 그가 더 욕심나고, 마음이 조급해질 때도 있다.

사소한 것에 토라지고, 작은 일에 오해가 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 마음을 가다듬는다.


서로에게 잠시 머무는 순간들을 더 아름답게 만들자고,

함께하는 순간에 감사하자고.



by.쏘블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