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간의 방콕 여행 - 뭘 먹을까?
나는 방콕이 정말 좋다. 태국에서는 치앙마이도 가봤지만 오히려 방콕이 그리웠을 만큼 방콕의 매력은 무궁무진한 것 같다. 기본적으로 서울 대비 저렴한 물가가 그렇고, 트렌디한 카페, 클럽에서부터 현지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시장까지 상반되는 매력을 지닌 도시라는 점도 한 몫한다. 무엇보다 나는 태국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좋다. 특유의 향신료를 넣은 음식의 향부터 달달하고 기름진 음식은 내 취향저격이고 심지어 나는 고수도 좋아한다. 해산물이 들어간 요리들이 많다는 점도.. 이 것들을 서울보다 저렴한 가격에 양껏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마음까지 풍요로워지는 느낌이었다. 맛난 과일과 생과일주스, 길거리 음식들, 로컬 식당에서 태국의 맛을 흠뻑 느끼는 행복한 시간. 3주 동안 경험했던 로컬 식당들을 기억을 더듬어 적어본다.
강변의 'Tha tien' 선착장 근처에 위치하여 강 맞은편에 왓 아룬을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다.
태국여행 카페에서 보고 찾아간 곳. 지상철 bts를 타고 사판 탁신 역에 내려 수상 보트를 타고 Maharaj 선착장에 내려 걸어갔다. 식당은 강 바로 옆에 있어 경치가 좋고 테이블마다 파라솔이 있어 햇빛을 가려준다. 보기에는 매우 좋으나 한낮의 30도의 기온이 딱 하나 아쉬운 점이었다. 식당에 도착했을 때 추운 에어컨 바람을 맞는 행복은 느낄 수 없지만 그렇게 습하지는 않으니 꼭 한 번 가보면 좋을 곳이다. 강가의 야외 식당에서 먹는 팟타이와 바엘 프룻 티. 음료를 뭘 시킬까 고민하다가 그냥 찍듯이 bael fruit tea라는 것을 시켰다. 근데 맛을 보고는 스스로의 찍기 실력에 깜짝 놀랐다. 일전에 호텔에서 마사지를 받을 때 마셨던 음료가 너무 달달하고 맛있었는데 이름을 제대로 못 알아들어 아쉬워했던 그 맛이었다! 찾아보니 바엘이라는 과일을 말려 우려낸 차 종류였고 태국에서 많이 마시는 모양이었다. 기쁜 마음에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시원한 카페를 찾아 나섰다. 이 곳은 택스랑 서비스 차지가 붙는다. 가격대는 팟타이 7~8000원 정도.
Phromphong 역 엠쿼티어 옆 골목으로 쭉~ 들어가면 있음.
숙소가 Phromphong 역 근처였기에 날도 덥고 웬만하면 근처의 식당 위주로 다녔다. 구글맵을 켜고 구석구석을 보는데 골목 안쪽 깊숙한 곳에 평점이 상당히 높은 식당을 발견했다. 태국 전통음식이라고 쓰여있던데 꼭 가봐야지 체크를 해두고 토요일 저녁 7시쯤 가보았다. 그런데 자리가 만석이고 대기시간이 길다는 말에 돌아서야 했다. 다행히 장기체류 중이니 언제든 올 수 있으니 말이다. 이후 평일 6시쯤 방문했을 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보통 태국 식당과 메뉴가 약간 다른 것 같았는데, 가기 전부터 텃만꿍이라는 메뉴를 꼭 먹어보겠다고 생각했었다. 텃만꿍은 새우로 만든 튀김류이고, (사진의 왼쪽 음식) 쉽게는 새우버거의 패티를 떠올리면 된다. 120밧 (4000원 정도)였고 애피타이저 정도의 양 일거라 생각해서 깐풍기 비슷한 fried chicken과 밥을 주문했다. 실제로 음식이 나왔는데 텃만꿍이 생각보다 큼직하고 양이 많았다. 요것만으로도 한 끼 식사가 될 만큼... 두툼하니 새우살이 탱글탱글 씹히는 맛이 딱 내 입맛에 맞는 건 좋았다! 결국 조금씩 남기고 엄청 배가 부른 상태로 식사를 마쳤다. 식당 분위기도 괜찮고 음식도 깔끔하면서 합리적인 가격대로 높은 평점이 이해되는 곳이었다.
아속 역 근처 Sukhumvit Soi 18 골목 안 위치.
숙소가 아속 역 well hotel이었을 때 역시 구글맵에서 찾아보고 점수가 높은 집이 있길래 갔던 피 키친.
로컬 식당인데 내부도 깔끔하고 부담 없이 먹기에 괜찮아서 두 번 방문했다. 태국에 가기 전 가장 먹고 싶었던 뿌 팟퐁 카레! 첫 여행 때 뿌 팟퐁 커리를 먹고 너무 맛있어서 이후 한국에 돌아가 몇 군데서 먹어봤지만 태국에서 먹었던 맛을 잊을 수 없었다. 이 번 에는 원 없이 먹고 오리라 다짐했던 뿌 팟퐁 메뉴가 여기에도 있길래 주문! 그리고 밥 종류 중 내 사랑 새우가 들어간 fried shrimp with galic pepper.. (메뉴명이 가물가물)를 주문했다. 이 곳의 뿌 팟퐁은 살이 발라져서 나오고 저렴한 가격(5000원 정도)에 캐주얼하게 맛볼 수 있다.
스쿰빗 33 골목 안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Pan pan italian restaurant 바로 옆. (구글맵에도 안 나온다)
엠쿼티어 근처 로컬 식당인데 너무 좋아서 3번이나 방문했다. 고급진 레스토랑은 아니지만 배고플 때 부담 없이 들어가서 이것저것 시켜먹기에 딱 좋은 곳이다. 숙소가 프롬퐁 근처라 자주 가기도 했고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곳이라 뭔가 나만 아는 소중한 느낌!! 작은 로컬 식당인데 시원하고 적당한 가격의 깔끔한 음식, 콘센트 충전도 되고 직원들도 매우 친절한데 손님도 별로 없다! 외국인인 나를 신기해하며 눈이 마주치면 미소 짓던 여자 직원분이 참 순수해 보였다. 혼자 가서 항상 두세 개씩 시켜먹었다. 캐슈너트 닭고기 볶음이랑 쏨땀. 쏨땀(파파야 샐러드) 어떤 맛인 지 궁금해서 시켜보았는데 시큼하니 톡 쏘는 맛이 나름 매력 있었다. 맛이 강해서 심심한 메뉴랑 같이 먹어야 할 것 같다. 오른쪽은 새우볶음, stir fry prawn인데 소스가 약간 탕수육 느낌이었고 오른쪽은 닭고기 볶음밥. 모두 맛있다! 그 외에 똠 양 꿍도 먹었었는데 재료도 성의 있고 만족스러웠다.
내가 먹은 음식들의 가격대는 메뉴 당 2000~ 4000원 정도.
프롬퐁 근처 로컬 식당.
Phromphong 역을 지나다가 궁금해서 들어가 본 로컬 식당. 강추는 아니지만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식당이다. 왼쪽 팟타이가 50밧! 한화 1700원 정도이고 오른쪽 해물 커리볶음밥이 2400원 정도로 저렴한 게 한 끼 식사를 하기에 참 좋은 식당이다. 다만 에어컨이 나오고 파리가 없는 깔끔한 식당을 원한다면 다른 곳을 가는 것이 좋을 것. 굳이 찾아갈 정도는 아니지만 혹시 근처에 묵게 된다면 오다가다 들러 로컬 식당을 체험해보는 것도 좋다.
통로 안쪽에 깔끔한 퓨전 타이 음식점.
이 식당도 마음에 들었던 곳 중 하나로 매우 깔끔한 태국 음식점이다. 방콕의 통로 지역은 부촌으로 일본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그래서 근처 식당에는 일본 사람이 많고 동네 분위기도 깔끔하고 깨끗하다. 이 곳 역시 일본인이 많았고 부담 없는 가격과 깔끔한 음식, 카페 같은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었다. stir fry shrimp와 닭고기 볶음밥을 시켰다. 혼자 가면 주로 볶음밥 하나와 요리 하나를 주문하는데 볶음밥의 심심함과 요리의 달고 짭짜름한 맛이 잘 조화를 이룬다.
에까마이 역 Sukhumvit 61 초입.
Fill in the blank를 찾아가다 우연히 발견한 곳. 보통 태국의 로컬 식당이라고 했을 때 허름하고 지저분한 모습을 떠올리곤 했는데 깔끔하고 시원한 로컬 식당들을 많이 발견했다. 카페에서 후기를 자주 볼 수 있는 유명한 식당이나 백화점의 푸드코트들은 모험을 할 필요 없이 무난한 맛과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왠지 여행의 묘미가 덜 느껴진다고 할까. 관광객들이 자주 가는 곳보다 현지인들도 자주 가는 로컬 식당을 찾게 되는 것은 그래서일 것이다. 이 곳은 깨끗하고 센스 있는 인테리어가 돋보였고 일반적인 로컬과는 조금 다른 퓨전메뉴들도 눈에 띄었다. 가격대는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저렴한 편 (메뉴당 3000원 내외)이고 마음에 들어 두 번 방문했다. 파파야 샐러드 (=쏨땀)이 종류별로 있는데 구운 닭고기와 함께 먹으니 강한 맛과 심심한 맛이 잘 어울렸다. 사진 오른쪽은 모닝글로리 튀김인데 동남아에서 많이 먹는 야채 종류라고 한다. 튀긴 것도 새콤한 소스를 곁들이니 독특하고 맛이 괜찮았다.
유명한 쏜통 포차나.
방콕에 처음 왔을 때 이 쏜통 포차나에서 먹은 뿌 팟퐁 커리에 홀딱 반했었다. 처음으로 먹은 곳이라 그럴지도 모르지만 이후 다른 곳에서 먹었을 때는 이 느낌이 아니라서 조금 실망했었다. 게를 바로 잡아서 요리를 해주는데 큼지막한 집게발에 가득 찬 살이 이 곳의 특징이다. 보통 볶음밥이나 밥을 시켜서 함께 먹는데 달달하고 기름진 맛이 느끼할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취향저격! 가격대가 저렴하지 않은데 게 값에 따라 그때그때 다르지만 중간 사이즈가 30000원대. 여기 똠양꿍도 새우가 오동통하고 맛있다.
카오산의 뿌 팟퐁을 찾아갔던 우텅. 구글에서 au-thong이라고 검색해야 한다.
뿌 팟퐁 맛집을 검색하던 중 발견한 카오산로드의 우텅. 쏜통 포차나의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4분의 1 정도 가격 (250밧 = 8000원 정도)에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사진으로 보이듯이 쏜통과는 게의 종류가 다르고, 약간 느끼했지만 맛의 차이가 크지는 않아 잘 먹었다. 그래도 쏜통이 짱!
카오산로드에 묵거나 방문 예정이라면 한 번쯤 들러도 좋을만한 곳이다. 카오산로드 쪽이 내가 묵었던 통로, 프롬퐁 지역보다 전반적으로 가격대가 저렴하고 배낭여행에 어울리는 자유로운 분위기이다.
식당은 아니지만 방콕의 시장에서 먹는 길거리 음식이나 포장마차 음식들은 여행에서 빼놓아서는 안 되는 코스이다. 딸랏 롯 빠이는 외곽과 시내 두 곳에서 여는 야시장인데 나는 Thailand Cultural Centre 역 근처 지점을 방문했다. 음식과 악세서리, 옷 등을 파는 플리마켓인데 저녁에 연다는 점이 좋았고 너무 넓은 짜뚜짝 시장에 비해 덜 지치는 장점이 있다.
딸랏 롯 빠이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구운 왕새우. 새우 귀신이라 지나치지 못하고 1팩 (8마리, 8500원 정도)을 포장해서 시장이 끝나는 곳에 있는 루프탑 바에 가 맥주 한잔을 시켜서 함께 먹었다. 저렇게 음식들을 파는 시장이 쭉 이어져 있고 뒤편에는 펍 겸 식당들이 있어 안주를 사서 바에 가서 먹는 것이 주 코스이다.
새우를 먹고 다시 시장을 돌아보며 집으로 가려던 중 여기서 파는 팟타이를 또 맛보고 싶어 한 접시 먹었다. 방콕에서 새우는 원 없이 먹고 왔다! 한국의 태국 음식점에서 팟타이는 10000원+ 정도 하는데 태국에서는 참 착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음식 사진들을 다시 보니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하며 또 가고 싶어 진다. 왠지 탐험하는 재미를 주는 방콕의 로컬 식당 체험은 여행을 알차게 채워주는 매력이 있다. 한국의 태국 식당에서 늘 먹던 쌀국수와 볶음면 외에도 태국 현지의 맛을 느껴보려 했고 혼자라 여러 음식을 맛보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지만 행복한 시간이었다. 부담 없는 가격에 즐길 수 있는 풍요로움, 이래서 방콕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