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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퐈느님 Mar 15. 2016

[USA] 시간과 빛이 빚어낸 신비로운 예술품

그랜드서클 둘째 날, Antelop Canyon과 Bryce Canyon

그랜드 캐년을 가야겠다, 마음먹고 나서 목적지 외에 가장 기대한 장소는 바로 Antelop Canyon 이었다. 앤틸롭 캐년은 Arizona 주의 Page라는 동네에 위치한 곳이다.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 중의 한 부족인 나바호족이 주로 거주하는 곳이라고 한다.

미국 정부는 원주민들을 잘 보호해줄까? 가는 길에 보이는 나바호족들의 천막들을 보며 괜스레 구슬픈 생각을 해봤다.

자연이 빚어놓은 예술품, Antelope Canyon
현장에서도 투어 예약이 가능하다.

앤틸럽 캐년 투어 시간에 거의 딱 맞춰서 Page에 도착했다. 투어사의 트럭을 타고 10~20분 정도 달리면 어퍼 앤틸럽 캐년에 도착한다. 어찌나 흙먼지가 날리는지, 가만 앉아있으면 모래 눈사람이 될 정도로 옷에 모래가 쌓였다. 

사진이나 영상으로 많이 접했던 그랜드 캐년에 비해 좀 덜 알려진 앤틸롭 캐년. 처음 내셔널지오그래픽 표지 덕에 알게 된 곳인데 정말 그 표지도 포토샵이 들어가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비현실적이었다.

지구가 아닌 것 같은 아름다운 모습에 입이 떡 벌어진다. 

근데 그 비현실적인 장소가 내 눈 앞에 있다. 정말 모든 게 다 비현실적이다.

카메라를 대고 찍으면 비현실적인 그 사진이 그대로 나왔다. 

마치 누군가 빚어놓은 조각품 같기도 했다. 정말 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과 바람으로 이런 곳이 생기다니. 물과 바람이라는 브러쉬가 한번 쓸어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토기가 생각나기도 했다. 경이롭기 그지없다.

투어에서는 빛과 각도를 이용해서 자연의 조각품을 인간의 시각에 맞춰 설명해주었다. 12월, 약간 추워서 가진 옷을 다 입었어야 했지만, 흙먼지에 모래를 다 뒤집어썼지만 그래도 너무 좋았다. 경이로웠다.

일명, 용의 눈
곰의 얼굴
옆으로 누운 하트
감옥 안 간 걸 다행으로 알아!

앤틸롭 캐년에서 브라이스 캐년으로 향하던 도로. 차들이 별로 다니지 않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도로에 뭔가 느낌이 쌔했다. 아니나 다를까 어떤 차가 깜빡이를 켜며 뒤에서 따라온다. 경찰이었다.

어, 우리 잘못한 것 없는 거 같은데. 경찰이 말한다. Speed up이라고.

차도 없고 건물도 없어 속도감이 나지 않는 것이 염려되 운전자 동행인에게 속도 조심을 하라고 당부하며 몇 번을 말했기 때문에 속도위반으로 걸리진 않을 줄 알았다.

벌금이 무려 390불! 벌금은 온라인으로도 낼 수 있다. 

규칙 잘 지키며 살아온 모범생 같은 작은 마음의 나에게는 굉장한 심쿵 사건이었다. 의연한 척 딱지를 받아 들고 보니 390불!!!!!!!! 이건 의연할 수가 없는 금액이었다. 계속 속도를 잘 지켜오다가 아주 잠깐, 방심한 사이에 390불이라니! 가난한 배낭여행객에게는 너무나 큰 스트레스였다. 경찰에게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방금까지 있던 애리조나 주였다면 감옥에 갈 속도라고(오면서 주가 바뀌었다) 경찰이 되려 대답한다. 뭔가 외운 것 같은 매뉴얼다운 답변이었지만 순간 범죄자가 된 느낌이었다.

건물도 차도 별로 없어 속도감이 나지 않는 도로


Bryce Canyon의 풍광 앞에서 정신을 차렸다.

390불이라니. 차에 동승한 사람들과 나누어 내더라도 1인당 150불 가까이는 내야 하다니. 나는 실의에 빠지고 말았다.  

원래 계획은 레드락캐년과 자이언 캐년을 천천히 본 뒤에 보이는 동네에서 묵을 예정이었지만 심란한 마음에 아무것도 즐기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 전부 다 창 밖으로 지나치며 라스베가스로 돌아가기로 하고 가는 길에 위치한 브라이스 캐년을 들렀다.

엄청난 경관에 파노라마로 찍어보지만 멋진 자연 경관은 내 카메라엔 다 담기지 않는다.
신이 돌탑을 세웠다면 저 정도 크기가 아닐까? 
얼마나 드넓게 펼쳐져 있는지 비교를 위해 등장한 인물 사진
내 발 아래 브라이스 

아니 여기는 누가 조각한 것일까.

전날의 그랜드 캐년과도 또 다르고, 오면서 봤던 레드락 캐년, 자이언 캐년과도 또 다른 어마어마한 풍경이 펼쳐졌다. 울적함도 잠시 잊어지는 아름다운 풍경. 

우리나라의 탑들이 생각났다. 

절이나 산에 가면 볼 수 있는 돌탑의 신(God) 버전이 아닐까.



특정 장소에 대한 호감도는 각자의 살아온 환경과 성향, 그날의 날씨 및 기분이 묘하게 섞이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비교하기 어렵다. 주관적인 감정이 섞이게 되어있다. (앤틸롭 캐년에서 느낀 경이로움이 가장 임팩트 있었다고 속닥속닥 고백^^)

Grand Canyon - Antelope Canyon - Bryce Canyon을 다녀오며 미국 서부의 이 자연환경이 부러워졌다. 정말 소문대로, 칭송할만한 장관들이었으니까. 그리고 이 환경을 잘 지키고 있는 미국도 부러워졌다. 


여행에서는, 아니 인생에서는 언제나 의외의 상황이 벌어진다. 20대 초반의 여행 때와는 다르게 좀 더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쉽게 멘탈이 무너지고 말다니. 첫 비행기 탄지 이제 겨우 10년 채워 가는 초보 여행자 맞구나, 나 아직 멀었다.


Upper Antelope Canyon과 Lower Antelope Canyon으로 나뉘어 별도의 투어를 할 수 있다. 
앤틸롭 캐년은 투어를 통해서만 입장할 수 있으므로 미리 투어를 예약하여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고운 모래를 뒤집어쓸 수 있으니 민감한 편이라면 손수건 등을 준비한다면 좋을 것 같다.

- 나바호 투어스(http://navajotours.com)
- 앤틸롭 슬롯 캐년(http://www.antelopeslotcanyon.com)
어퍼 앤틸롭 캐년은 일반 투어와(Guided Sightseers Tour) 사진을 찍기 위한 포토그래피 투어가(Guided Photography Tour) 있다.


- 그랜드 서클 첫째날, 죽기 전에 가봐야한다는 그랜드캐년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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