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로의 나와 되고 싶은 나
"무슨 색을 가장 좋아하세요?"
누군가 이렇게 물으면 나는 하나만 말하기가 참 어렵다. 왜냐면 나는 두 가지 색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나는 노란색과 보라색을 좋아한다.
노란색.
노랑은 주위를 환하게 밝히게 하고, 특유의 천진함이 우리를 무장해제시킨다. 나는 그런 노란색을 많이 닮은 사람이다. 평소 노란 옷을 입으면 주위에서 다들 잘 어울린다고 했다. "노란색은 딱 너의 분위기와 잘 어울려!" "어떤 분위기?" "밝고 귀엽고 해맑은 느낌?"
작년 즈음이었나. 다리를 다쳐 혼자 절뚝대며 병원에 갔다가 약국에 갔다. 50대 정도로 보이는 여자 약사 선생님께서 나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주위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드는 웃음을 가졌네요. 참 예쁘다." 아파서 혼자 끙끙대며 걸으면서도 나도 모르게 해맑게 웃고 있었나 보다. 그날 처음 본 약사 선생님의 그 말이 계속해서 잊히질 않았다. 이런 이야기를 여러 번 듣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볼 때 느끼는 이미지가 밝은 이미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 나는 노란색을 닮은 사람이었네. 나는 주위를 환히 밝히는 사람이었구나!' 노랑을 닮았다는 사실이 꽤 마음에 들었다.
보라색.
보라는 신비로우면서 비밀스럽고 또 우울한 느낌까지 지닌다. 불과 같은 빨강과 물과 같은 파랑이 만나 탄생한 오묘하고 신비한 색. 그래서 보라색을 보면 묘하게 빠져들게 된다. 나와는 거리가 먼 듯하면서도, 그리 멀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그런 묘하게 빠져드는 매력, 우아함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보라색을 동경하게 되었다. 천진한 어린아이 같음이 아니라 멋있는 어른 여성, 신비로운 분위기를 가져보고 싶었달까.
노란색은 나와 많이 닮은 색.
보라색은 내가 가끔 되고 싶은 색.
다른 느낌의 두 색 모두 내가 좋아하는 색이다. 나는 나 자체로도 좋다. 그리고 내가 되고 싶은 나도 좋다. 나의 본래 색을 잃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색으로 가끔 바뀌어질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