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와 고양이의 두 번째 시작

낯선 곳에서의 묘연(猫緣)

by 슬라

낯선 타지로 건너올 때, 나는 한 사람만 믿고 따라왔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그는 다혈질이었고, 매일의 일상은 작은 균열과 잦은 다툼으로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10개월의 동거생활은 끝을 맺었다.


그 후 나는 7평 남짓한 작은 원룸을 얻어 처음으로 온전히 혼자가 되어 3개월을 살았다.

텅 빈 방에서 흘러나오는 고요는 자유이기도 했지만, 때로는 날카로운 외로움으로 다가왔다.

그때 문득, 나처럼 ‘집을 잃고 새로운 집을 기다리는 존재’와 함께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려동물 입양. 그 말은 내게 단순한 취미가 아닌, 어쩌면 다시 살아갈 이유 같은 것이었다.


나는 한 달 동안 열심히 공부했다.

어떤 품종이 내 생활과 성격에 잘 맞을지, 고양이는 강아지와 무엇이 다르고 어떤 준비가 필요할지, 습성과 습관은 어떤지. 끝없는 검색과 컴퓨터 메모장에 빼곡히 적어둔 메모들 사이에서 내 마음은 점점 확신을 얻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나의 시선은 러시안블루에게 멈췄다.

은빛 털빛과 녹색의 눈동자. 낯가림이 심하지만, 주인을 향한 애정이 깊다는 성격. 마치 나의 성향과 닮아 있는 듯했다.





입양을 결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두 살 된 수컷 러시안블루 한 마리를 만나게 되었다.

이전의 집을 떠나 새로운 집사를 기다리고 있던 아이. 파양이라는 단어의 그림자 뒤에 숨어 있던 고양이는 마치 내가 익숙한듯 내 주변을 멤돌면서도 바로 근처에서 발라당 눕기도 하고 자신의 체취를 묻히기도 했다.


그날 나는 알았다.

이 만남은 단순히 내가 고양이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 아이 역시 나를 선택한 것이라는 걸.

비로소 혼자가 아니게 된 원룸에서 우리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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