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지기 전의 순간들
은은한 주황빛 무드등 하나만 켜둔 작은 방.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BGM은 긴장된 공기를 조금이라도 부드럽게 만들고 있었다.
새로운 집, 새로운 공기, 낯선 냄새.
파양센터에서는 내게 곧장 다가왔던 아이가, 이곳에선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몸을 잔뜩 낮추고, 마치 그림자처럼 책상 밑으로 기어들어가 숨죽여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이 이해됐다.
처음 발을 디딘 이 집은 고양이에겐 낯설고 두려운 세계였으니까. 그래서 일부러 다가가지 않았다.
내 자리를 지키듯, 조용히 침대에 앉아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나는 네게 해를 끼치지 않아. 네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게." 그렇게 묵묵히 마음으로 말을 건넸다.
한 시간이 흐른 뒤, 고양이는 슬그머니 몸을 꺼내더니
내가 바닥에 두었던 물고기 모양의 캣닢 인형을 건드렸다.
조심스럽게 발로 툭, 다시 물어뜯고, 그러다 또 멈추고.
조금 뒤엔 수직 스크래처에 앞발을 올리더니 힘껏 긁었다.
낯선 집에 자신만의 흔적을 남기듯이. 그럼에도 긴장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책상 밑으로 숨었다 나왔다를 반복하며, 작은 소리에도 귀를 쫑긋 세우며 경계를 놓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순간, 시간이 네 시간쯤 흘렀을까.
책상 밑에 있던 고양이가 이번엔 나를 향해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자세를 낮춘 채, 눈빛엔 여전히 경계가 묻어 있었지만 그 발걸음은 분명 나를 향하고 있었다.
나는 서두르지 않았다. 대신 준비해둔 츄르 하나를 조용히 뜯어 손끝에 걸쳐 내밀었다.
고양이는 망설임 끝에 아주 천천히 다가와서는, 조심스럽게 츄르를 받아먹었다.
그 작은 혀가 내 손끝을 스칠 때, 나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
조금이라도 큰 제스처를 보였다면 부리나케 도망갔을 것이다.
그래서 그저 가만히 있었다. 오로지 츄르 하나를 건네는 존재로만.
그러자 고양이의 눈빛이 조금 누그러졌다.
안심이 된 듯, 이번엔 침대 위로 올라와 나를 살폈다.
거리를 유지한 채, 하지만 분명 이전보다 가까워진 눈빛으로.
그리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내게 다가와 마침내 내 손길을 받아들였다.
새로운 집에 온 지 네 시간 만에 고양이는 나를 새로운 동거인으로 받아들였다.
그 순간의 온기가 내 작은 방 안을 가득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