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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 작 하는 그녀 Jul 05. 2022

아트테크, 나만 몰라?

[MZ x Culture: MZ세대가 즐기는 문화 시리즈 1] 아트테크

 1. 아트테크, 나만 몰라? 

 200만 원 정도의 여윳돈이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여행을 갈 수도 있고, 평소 갖고 싶었던 물건을 살 수도 있고, 주식을 살 수도 있다. 또 미술품을 살 수도 있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미술품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미술품을 투자의 수단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과거 50~60대 부유층의 전유물로 인식되었던 미술품 투자가 젊은 층 사이에서 ‘나도 접근할 수 있는’ 하나의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아트와 재테크를 합친 ‘아트테크(Art-Tech)’라는 용어도 생겨났다. 아트테크는 미술품에 투자하여 가치 상승에 따른 이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재테크 방식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21년 한국 미술시장 결산’에 따르면 2021년 국내 미술시장 규모는 약 9,223억 원이다. 2019년 3812억 원, 2020년 3291억 원에 비해 3배가량 증가했다.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은 2019년 대비 감소했다. 그러나 이를 감안하여 2021년과 2020년을 비교하더라도 국내 미술시장 규모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미술시장의 뜨거운 열기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국내 미술품 거래 시장은 크게 갤러리, 경매, 아트페어 총 3가지로 분류한다. 2021년 기준으로 화랑(갤러리) 4,400억 원, 경매 3,280억 원, 아트페어 1,543억 원이다. 이 중 갤러리 거래 규모가 48%에 달한다.
 

 2. 종로에서, 아트테크 

 종로는 크고 작은 갤러리, 미술관이 밀집한 미술품 애호가들의 메카이다. 국내 갤러리 밀집 지역의 시초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이다. 이곳을 중심으로 평창동, 부암동 등 종로 일대에 다양한 갤러리들이 자리 잡고 있다. 종로에 있는 갤러리들은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저마다 특색 있는 전시로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미술이 ‘아트테크’의 붐을 타면서 이곳 일대는 새로운 활기가 돌고 있다. 

 

 최근 엔데믹이 되고 청와대가 개방되면서 청와대 방문과 함께 인근의 삼청로 갤러리를 방문하는 젊은 층도 늘어나고 있다. 삼청로 입구에서 청와대로로 가는 방향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금호미술관, 학고재갤러리, 국제갤러리 등이 즐비하다. 미술관과 갤러리들이 인접해 있어 길을 걸어가며 곳곳을 방문하는 재미가 있다. 학고재갤러리 관계자는 “청와대를 방문하거나 삼청동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 층들의 발길이 갤러리로도 이어지고 있다. 기존 고객이 중장년층으로 고정되어 있었던 반면, 최근 30대 젊은 부부들도 작품 구매 의향을 밝히는 등 고객층이 확대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젊은 층들이 아트테크에 많은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MZ세대의 가치관 변화와 경제적 상황, 문화적 배경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첫째, 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소비를 아끼지 않는 ‘가치 소비’ 경향이다. 본인의 가치가 명품을 소유하는 것이라면 명품 구매를, 미술품이라면 아트테크를, 친환경에 가치를 둔다면 업사이클링 제품을 사는 식이다. 둘째, 저성장과 코로나 환경 속에서 주식, 비트코인 등 투자에 대한 개념을 많이 접하면서 미술품도 재테크의 수단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셋째, 유튜브 등 SNS 채널을 통해 미술품에 대한 정보를 빨리 습득하고, 연예인들의 갤러리 투어를 따라 하기도 하면서 하나의 문화 트렌드로 즐긴다. 방탄소년단 RM이 방문한 갤러리를 따라 탐방하는 ‘RM투어’ 열풍이 대표적 사례이다. 


 3. 가볼 만한 종로의 미술관과 갤러리는?

 금호미술관은 역량 있는 젊은 신진 작가를 발굴하여 지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2004년부터 신진 작가 공모전인 ‘금호영아티스트(KUMHO YOUNG ARTIST)’ 프로그램을 매년 시행한다. 여기서 선정된 작가들에게 미술관 개인전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젊은 신진 작가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금호미술관에서 해마다 주최하는 금호영아티스트 개인전을 눈여겨볼 만하다.

 

 최근 <2022 금호영아티스트> 1부와 2부 전시를 6월 19일까지 진행한 바 있다. 2021년 제19회 금호영아티스트 공모 프로그램에서 선정된 6명의 작가(박다솜, 최가영, 허우중, 무니페리, 이다희, 조해나)의 개인전 형태였다. 

 

 금호영아티스트로 선정된 작가 중에서 이다희 작가는 직접 고안한 ‘음악 번안 시스템’을 적용해 클래식 음악을 시각화한 작품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또, 조해나 작가는 작품을 물리적으로 조각하고 변형하여 움직임을 가미하는 키네틱 아트를 주로 선보이는 작가이다.

금호영아티스트 이다희 작가의 작품ⓒ최수하

      

금호영아티스트 조해나 작가의 작품ⓒ최수하

 

 금호미술관에서 300미터 정도 걸어가면 한옥 기와집과 주황색 벽돌의 외관이 눈에 띄는 곳이 있다. 학고재갤러리이다. 이 갤러리는 본관과 신관으로 공간이 나뉘어 있다. 학고재갤러리는 ‘옛것을 배워 새것을 창조한다’라는 법고창신(溫故知新)의 이념을 내세운다. 한국의 전통을 재해석한 국내 근현대 작가뿐 아니라, 신진 작가, 해외 작가 등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전시회를 연다. 



학고재 본관(왼쪽,가운데 사진), 학고재 신관(오른쪽) ⓒ최수하

 본관에서는 <노순택 : 검은 깃털>을 6월 22일부터 7월 17일까지, 신관에서는 <한충석 : 관계연습>을 6월 8일부터 26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노순택은 한국의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작가 특유의 시선으로 담아내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다. 인간의 관계성에 주목한 한충석은 날카롭고 가느다란 ‘눈 흘김’ 제스처를 작품에 담아 소통의 부재를 표현하고자 했다. 

 삼청로에서 차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부암동으로 넘어가면, 석파정 서울미술관을 만날 수 있다. 미술관 전시 티켓을 구매하면 석파정도 둘러볼 수 있다. 가끔 석파정 행사로 인해 관람이 불가한 경우도 있는데, 이때는 석파정 티켓을 별도로 제공한다. 


 개관 10주년 기념전 <두려움일까 사랑일까>는 4월 13일부터 9월 18일까지 열린다. 미술관 개관 이래 최대 규모의 기획전시로 한국 근현대 거장 31명의 주요 작품 140점이 집대성되어 있다. 전시의 1부 ‘그리다’에서는 구상부터 추상, 극사실 회화에 이르기까지 독창적인 조형 언어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그린 박수근, 천경자, 이중섭 등 한국 근현대 미술 거장 22명의 대표 작품을 소개한다. 2부 ‘바라보다’에서는 한국 미술의 우수한 정신성과 철학을 기품 있게 담아낸 김창열, 박서보, 이우환 등 총 9명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석파정 서울미술관 전경, 개관 10주년 기념 ‘두려움일까 사랑일까’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최수하

 

 석파정 서울미술관에서도 젊은 층들의 아트테크 분위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미술관이 가벼운 감상 장소가 아니라, 작품의 의미와 가치를 찾아보는 공간으로 젊은 층들에 다가가고 있었다. 석파정 서울미술관의 이시연 큐레이터는 “기존 전시는 40대 이상이 많이 방문했다면, 이번 전시는 20~30대가 많다. 이들은 인증샷을 찍고 전시를 단순히 소비하는 차원을 떠나, 예술가적 가치를 탐구하려는 니즈가 늘어났다”라고 밝혔다. 


두려움일까 사랑일까 전시를 진지하게 감상하는 관람객들 ⓒ최수하


 이번 전시는 미술관 설립자인 안병관 회장의 소장품 전시이다. 전시의 관람 포인트는 각 작품 옆에 배치된 ‘수집가의 문장’이다. 수집가의 문장은 안병관 회장의 수집 이야기를 담았다. 이시연 큐레이터는 “아트테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그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미술품 수집가가 어떤 관점으로 작품을 고르고, 작품에 어떻게 가치를 부여하는지 등을 엿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장은 2~3층에 있는데, 실제 20~30대 관람객들이 수집가의 문장 앞에서 걸음을 멈추며 진지하게 읽고 사진을 찍어가는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박생광 ‘범과 모란’ 작품 설명과 수집가의 문장 ⓒ최수하


임진숙의 ‘소녀’ 작품에 대한 수집가의 문장 ⓒ최수하


 4. 아트테크에 관심 있는 입문자를 위한 팁 

 미술관과 갤러리의 차이를 알아두자. 갤러리는 갤러리 자체적으로 소유한 미술품을 판매하기도 하고, 작가들의 위탁을 받아 판매를 매개하는 역할도 한다. 일반인들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채널이 갤러리이다. 즉, 갤러리는 미술품의 홍보와 판매가 목적인 영리 기관이다. 반면, 미술관은 미술품을 직접 판매하기보다 미술품을 보존하는 목적으로 운영되는 비영리 기관이 대부분이다. 


 미술 업계 관계자들을 인터뷰한 결과, 아트테크 입문자라면 미술품을 보는 자신의 안목을 기르는 것이 우선이라고 답변했다. 안목을 기르기 위해서는 우선 많이 봐야 한다. 갤러리, 미술관을 방문하거나, 온라인으로 작품을 볼 수도 있다. 또 본인이 어떤 스타일의 미술품을 좋아하는지 스스로 취향을 파악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갤러리나 옥션, 아트페어에 가서 미술품 구매를 시도해 보는 것이다.


 또 미술품을 고르는 안목을 기르고 싶은 아트테크 입문자들은 RM의 갤러리 투어처럼 미술에 조예가 깊은 연예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거나 이들이 수집하는 작품을 눈여겨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미술품을 구매할 때 추후 작품 가격이 얼마나 오를지 가치를 가늠해야 하지만, 이는 입문자들이 판단하기 매우 힘들다. 따라서 처음에 시도할 때는 ‘내가 계속해서 집에 두고 보고 즐기고 싶은 작품인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현명하다. 투자 자체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소장 욕구를 충족하고, 내가 좋아하는 작가를 지원한다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MZ세대의 아트테크 열풍으로 종로 미술계에도 새로운 활기가 돌고 있다. 종로에 이렇게 다양한 미술관, 갤러리가 모여 있다는 것은 큰 문화적 혜택이다. 전시를 보며 이러한 혜택도 즐기고 아트테크를 할 수 있는 안목까지 키울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것이다.



종로구민으로서, 종로 문화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틈틈이 글을 씁니다.

MZ세대가 즐기는 트렌드와 종로의 콘텐츠를 탐색하며 

[MZ x Culture: MZ세대가 즐기는 문화 시리즈]를 7월부터 연재합니다.


"종로의 가치, 문화의 가치를 당신과 같이 만들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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