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카톡이 부담스러운 이유

나이가 들어갈수록 엄마에게 서운함을 안겨줄 일이 많아진다.

by 안온재관리소장

"아들, 잘 지내니?"


점심을 먹고 서울 출장길에 나서는 길에 엄마에게 카톡이 왔습니다. 순간 걱정스러운 마음부터 들었습니다. '내가 최근에 엄마한테 서운하게 한 일이 있나?'


다음 주말에 엄마 생신이라 아이들 데리고 같이 캠핑을 가기로 했습니다. 좋아라 하시는 것 같아서 오래간만에 효도 좀 하겠다 싶었는데 무슨 일일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어제부터 몸살이 왔는지 몸상태가 너무 좋지 않았고 회사일도 머리 아픈 일들이 많아서 컨디션이 매우 나빴는데, 순간 스트레스가 밀려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서글퍼졌습니다.

'무엇 때문에 언젠가부터 엄마의 연락이 부담스러워졌을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전 유아기-청소년기-직장생활 초반까지 참 착한 아들이었습니다. 엄마의 기대를 크게 저버린 적이 없었고, 엄마와 평소에 대화도 정말 많이 하는 다정한 아들이었죠. 어찌나 엄마한테 다정하게 대했는지 동네 아주머니들의 시기와 질투도 꽤 있었습니다.


취업 준비로 독서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때는 엄마에게 매일같이 전화를 해서 답답함을 토로하곤 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나름의 방식으로 저를 위로해 주었습니다.


그랬던 아들이 직장 잡고 얼마 되지도 않아 결혼하겠다고 하고, 또 아이 키우고 직장 바쁘다는 핑계로 점점 연락이 뜸해졌으니... 요즘엔 2~3주씩 엄마랑 통화 한번 없던 적도 많으니 엄마 입장에선 무척 서운했을 것입니다.


사실 저도 할 말은 있습니다. 엄마와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서로의 역할이 역전되어 갔습니다. 엄마는 언제부턴가 본인 일상의 걱정과 감정을 저와 나누고 공감을 얻고 싶어 했습니다. 특히 들으면 피곤해지는 주변인들에게 느끼는 불만이나 서운함 같은 것들이 대화의 주제가 되기 일쑤였습니다.


반면 저는 직장과 가정에서의 역할이 점점 커지면서 스트레스 지수도 함께 높아졌습니다. 여기저기 신경 써야 할 관계가 많아지다 보니 매일같이 정신력이 소진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러고 나면 예전처럼 엄마에게 전화해서 엄마 말에 맞장구쳐 줄 에너지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연락을 점점 등한시하게 되고, 엄마는 더 서운해지고, 오랜만에 연락하면 서운한 감정을 조금씩 드러내고, 그럼 또 연락하기 부담스러워지고, 악순환이 반복되어 갔습니다.


오늘 "잘 지내니?"라는 별 것 아닌 카톡 한 줄에도 저는 순간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매도 빨리 맞자는 심정으로 얼른 전화를 걸었습니다.


"무슨 일 있어?"

"무슨 일 있기는... 엄마가 아들 안부 묻는데... 진짜 별일 없는 거지?"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엄마는 꿈을 자주 꾸는데, 본인의 꿈이 상당히 잘 들어맞는다는 믿음이 있어서 종종 안 좋은 꿈을 꾸고 나면 이렇게 뜬금없이 안부를 묻곤 했다는 사실이요.


"혹시 안 좋은 꿈 꿨어?"

"아니 글쎄 있잖아 어젯밤 꿈에... 어쩌고 저쩌고..."

"사실 나 어제 몸이 많이 안 좋아서 점심도 안 먹고 조퇴했어. 진료받고 처방받은 약 먹으니 훨씬 나아."


엄마는 그저 멀리 사는 아들이 오늘 나쁜 일이 있지 않았을까, 노심초사하는 마음에 안부를 물은 것뿐이었습니다. 괜스레 엄마의 카톡 한 줄에 부담스러움을 느낀 스스로가 부끄러웠습니다.


어린 시절의 다정한 아들이 되기에는 저도 이제 많이 변했지만, 나이가 든 만큼 나름의 방식대로 엄마에게 관심과 사랑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당장 생신 맞이 캠핑에서, 그간 갈고닦은 요리솜씨를 발휘해서, 처음으로 제가 한 요리를 맛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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