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된 경험이 필요합니다.
제주도 여행을 가보신 적 있나요? 아마 다녀온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제주도의 대표 음식인 ‘돔베고기'를 접했을 겁니다. 흑돼지가 유명한 지역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고기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많고, 그중에서도 돔베고기는 제주 향토 음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름도 생소한 '돔베고기'. 어떤 종류의 고기인지 알고 계시나요? 돔베고기를 먹어본 경험은 있지만, 사실 ‘돔베고기’가 정확히 어떤 고기인지 알고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단순히 '국수 위에 올려 먹는 고기/제주 향토 음식'정도로만 알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하지만 이 음식의 진짜 의미와 전통을 제대로 전달하고, 그 경험까지 함께 선사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30년 넘게 돔베고기를 전문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서귀포의 천짓골식당입니다.
1992년부터 돔베고기를 판매해 온 천짓골식당은 오후 5시부터 저녁 9시 30분까지 하루 단 4시간 30분만 문을 엽니다. 메뉴는 단 두 가지, 흑돼지와 백돼지 돔베고기뿐입니다. 짧은 영업시간과 좁은 메뉴 선택지지만 늘 손님들은 가게 안에 북적입니다. 한정적인 시간과 메뉴 덕분에 손님은 오직 돔베고기 경험에만 몰입할 수 있게 되죠.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고기가 상에 오르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육즙을 가득 머금고 삶아진 고기 한 덩이가 뜨근한 김을 내뿜으며 도마 위에 올려져 나오는데요. 곧이어 사장님의 매서운 칼날이 고기를 쓱쓱 썰어내는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집니다. 손님들은 그 과정을 지켜보며 군침을 삼키고, 사장님은 고기를 맛있게 먹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단순히 음식을 받는 것이 아니라, 고기가 도마 위에서 손님들의 접시로 옮겨지는 전 과정을 함께 체험하는 것이죠.
천짓골식당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돔베고기라는 의미를 담아 고객에게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점입니다. 주방 안에서 미리 썰어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눈앞에서 도마 위에 올려 썰어내는 순간 자체가 '돔베고기'의 본질임을 보여주는 것이죠. 연구에 따르면, 감각적·정서적 체험을 제공받은 고객일수록 만족도와 충성도가 높으며, 재방문 가능성도 커진다고 하는데요. 천짓골이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바로 이러한 효과를 극대화하는 장치입니다.
돔베고기는 특별한 부위의 고기가 아닙니다. 우리가 흔히 먹는 수육과 같은 고기입니다. 단지 ‘돔베’라는 단어가 제주 방언으로 ‘도마’를 뜻하기 때문에, 도마 위에서 썰어내는 수육을 가리켜 ‘돔베고기’라 부르게 된 것이죠. 예전 제주에서는 큰 솥에 돼지를 삶아낸 뒤, 그 고기를 도마 위에 올려 마을 사람들과 함께 나눠 먹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 전통에서 돔베고기의 문화적 의미가 비롯된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여행객들은 이러한 배경을 알지 못한 채 돔베고기를 접합니다. 그 이유는 썰려진 고기만 눈으로 보고 접하기 때문이죠.
천짓골식당은 이 전통을 눈앞에서 펼쳐지는 ‘고기 해체 퍼포먼스’로 재현합니다. 주방 안에서 미리 썰어 내오는 대신, 손님 눈앞 도마 위에서 고기를 썰어내는 순간 자체가 돔베고기의 본질임을 보여줍니다. 손님은 단순히 맛을 즐기는 것을 넘어 '돔베고기는 원래 이런 음식이구나'라는 깨달음과 제주도에서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천짓골식당은 돔베고기를 판매하면서 동시에 경험을 함께 판매합니다. 외식업계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는 단순히 음식의 맛과 위생을 넘어 기억에 남는 경험을 원하며, 이는 재방문율과 브랜드 충성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사람들은 단순히 맛을 기억하는 것보다 직접 보고, 듣고, 체험하는 과정에서 더 강렬한 기억을 남기고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를 높여줍니다.
북경오리 전문점에서 오리를 눈앞에서 썰어주는 장면, 하이디라오에서 직원이 직접 수타면을 뽑아내는 퍼포먼스가 좋은 예입니다. 이런 경험은 단순한 ‘먹는 순간’을 넘어 브랜드의 가치를 강화하는 요소가 됩니다. 천짓골 역시 수육이라는 익숙한 카테고리에 감각적 퍼포먼스를 더해, 손님이 “그 집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함”을 기억하게 만들었습니다.
천짓골식당의 사례는 자영업자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이제는 맛만으로는 차별화하기 어렵습니다. 수많은 가게가 비슷한 맛을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고객이 기억하는 것은 그 집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경험입니다. 조사에 따르면 96%의 소비자가 좋은 고객 경험이 기업 신뢰도를 높인다고 답했고, 이는 재방문과 추천으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천짓골의 돔베고기 경험은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천짓골은 돔베고기의 본질을 되살리고, 그것을 경험으로 연결시킴으로써 차별화에 성공했습니다.
작은 식당이지만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가질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결국, 천짓골식당은 ‘음식의 맛’보다 ‘음식을 둘러싼 경험’을 전략으로 삼아 차별화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아마도 이게 아닐까요?
“우리 가게만의 경험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 경험을 어떻게 고객에게 진심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