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어고객만 잘 잡아도 재방문율은 높아집니다.
제주시 공항 근처에는 늘 사람이 북적거리는 육개장집이 있습니다. 제주도 향토 음식인 고사리육개장 맛집으로 입소문이 난 <우진해장국>인데요. 이름 아침 6시부터 문을 열지만 평일/주말 상관없이 오픈런 웨이팅으로 늘 사람이 북적이는 곳입니다.
저 역시 처음 우진해장국을 알게 된 건 5년 전 제주 여행이었습니다. "1시간을 기다려도 꼭 먹어야 한다"는 지인의 추천사에 줄을 서서 맛본 첫 고사리 육개장. 얇게 찢은 고기와 푹 삶은 고시라의 조합은 낯설지만 동시에 친숙했고, 그 따끈하고 부드러운 맛은 제 인생 맛집으로 기억될 만큼 강렬했습니다.
많은 맛집이 '오픈빨'로 초반 인기를 끌다 시들 해지만, 우진해장국은 5년이 지나도 여전히 줄 서는 가게입니다. 그 사이 제주 곳곳에 다른 고사리 육개장 맛집들이 생겼지만 우진해장국은 한번 방문하면 N번째 방문을 지속하여 여전히 맛집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웨이팅 지옥이라고 불릴 만큼 많은 대기인원이 있는 우진해장국엔 어떤 전략이 숨어있을까요?
제주도를 찾는 절대다수는 내국인입니다. 특히 제주시 삼도 2동은 공항과 가까워 관광객 소비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지역인데, 우진해장국은 이 지리적 특성을 정확히 활용했습니다. 공항에서 15분 거리라는 입지와 접근성은 여행객이 도착 직후 또는 떠나기 직전에 들르기 최적의 조건을 제공합니다. 가까운 입지와 더불어 주변 공영주차장/도보/대중교통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하며 방문할 수 있는 이점도 있었습니다. 캐리어를 끌고 방문하는 손님들이 많은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즉, 우진해장국은 단순한 '지역 맛집'이 아니라, '여행객 필수 코스'라는 정체성을 확보했습니다. 많은 브랜드들이 모든 고객을 잡으려다 방향을 종종 잃습니다. 그러나 우진해장국은 '여행객'을 코어 고객으로 명확히 설정하고, 이들을 위한 맞춤 전략을 지속적으로 실행했습니다.
우진해장국은 이렇게 설정한 코어 고객을 단순한 타깃으로 남겨두지 않고, 실제로 여행객들이 겪는 불편함을 세심하게 해결하는 서비스 차별화를 통해 만족도를 높였습니다.
먼저,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크게 늘어난 혼자 여행객, 이른바 ‘혼행족’을 배려했습니다. 보통 식당에서 혼자 식사하면 눈치가 보이기 마련인데, 우진해장국은 1인 손님도 편하게 앉아 식사할 수 있는 좌석과 분위기를 마련했습니다. 덕분에 혼자 여행 온 고객도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음식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둘째, 포장 서비스입니다. 공항 이동 시간에 쫓겨 긴 웨이팅 때문에 식사를 포기해야 하는 고객들도 많습니다. 우진해장국은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포장을 제공해, “비록 줄을 못 서도 제주에서 고사리 육개장 맛봤다”는 경험을 남길 수 있게 했습니다. 이는 여행객에게 큰 만족을 주는 동시에, 브랜드 호감도를 높이는 역할을 했습니다.
셋째, 좌석 구성도 여행객 중심으로 최적화했습니다. 제주를 찾는 손님 중 다수가 2인 단위(연인, 친구, 부모와 자녀 등)로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대형 단체석 대신 2인 좌석 위주로 공간을 구성했습니다. 이는 소규모 여행객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회전율 관리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줬습니다.
이처럼 우진해장국은 단순히 음식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여행객의 이동 동선과 소비 패턴, 불편함까지 고려한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차별화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러한 차별화는 여행객들의 재방문으로 이어지는 힘이 되었습니다.
브랜드는 ‘누구에게 집중할 것인가’에서 시작됩니다. 주변 지역 소비 데이터를 확인하고, 맞춤형 및 성장 가능성이 높은 고객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반짝 인기에 그치지 않고 재방문율을 높이려면 “우리 가게에 자주 오는 손님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을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실제로 KB경영연구소의 2023년 상권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상권 내 핵심 고객군을 정확히 설정한 음식점은 그렇지 않은 음식점 대비 재방문율이 약 1.7배 높게 나타났습니다. 그만큼 고객 집중 전략은 장기적인 생존과 직결됩니다.
이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상권 분석 서비스입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제공하는 ‘소상공인365’을 활용하면, 연령대별·시간대별·소비 항목별 고객군 데이터를 무료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데이터를 통해 어떤 고객군이 우리 가게의 주된 방문층인지 파악하고, 실제로 가게를 자주 찾는 손님을 관찰하면서 특성을 더 깊이 이해해야 합니다.
코어 고객을 설정했다면, 이제는 그들이 만족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해야 합니다. 맛이나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렵습니다. 결국은 “내가 어떤 부분에서 고객의 불편을 덜어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해야 합니다.
우진해장국은 여행객이라는 목표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했습니다. 초창기엔 없었던 대기 고객 쉼터를 마련해 웨이팅 부담을 줄였고, 최근엔 2호점 확장을 통해 쾌적한 테이블링 환경을 제공했습니다.
비슷한 방식으로, 만약 부모님 동반 식사가 주인 가게 브랜드를 운영하다면, 부모님 동반 시 불편함이 없는 서비스를 도입시키는 게 어떨까요? 자녀들이 편리하게 예약할 수 있도록 예약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음식 사진이 포함된 메뉴판을 만들어 부모님도 쉽게 주문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작은 배려가 곧 만족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모든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키려 하면 결국 누구도 만족시키기 어렵습니다. 우리 브랜드의 목표 고객을 정확히 설정하고, 그들의 경험을 최우선으로 설계하는 것이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첫걸음입니다.
우진해장국이 “여행객”이라는 목표 고객을 명확히 정의하고, 그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한 서비스를 끊임없이 제공했듯이 말이죠. 많은 사장님들이 “모든 고객을 다 잡아야 하나?”라는 고민을 하지만, 정답은 그 반대일 수 있습니다.
우리 브랜드에게 가장 중요한 고객은 누구일까요?
그 답을 찾고, 그들을 만족시키는 데 집중할 때 비로소 오래 살아남는 브랜드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