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판 마케팅이 가져오는 복리효과
여름이면 꼭 먹는 음식이 있습니다. 바로 '콩국수'인데요. 어릴 적 싫어하던 음식이 어른이 되니 최애 음식이 되었습니다. 콩국수에 대한 짧은 일화를 하나 말씀드리자면, 서울에 올라오고 나니 콩국수도 지역마다 다르게 먹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설탕파 vs 소금파'인데요. 고향인 광주에서는 대부분 '설탕'을 넣어서 먹기 때문에 어딜 가든 '설탕'을 넣어 먹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서울에서 처음으로 직장 동료와 함께 들어간 콩국수집 '소금'만 있었던 모습이 충격이기도 했죠ㅎㅎ. 그때만 해도 수도권에서 '설탕파'가 많이 있지 않았던 시절이었거든요. (지금은 수도권에도 '설탕파'가 많이 보편화되어 있어 참 다행입니다)
'콩국수'하면 광주엔 <대성콩물>이라는 대표 콩물국수집이 있습니다.(광주에서는 콩국수라는 단어보다 콩물국수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합니다. 편의를 위해 이제 콩물국수로 대체하겠습니다) 어릴 적부터 다녔으니 저도 10년이 넘은 단골집인데요. 무더운 여름이 찾아왔을 때 늘 광주에 가면 부모님과 함께 빠지지 않고 가는 콩물국수 집 중 하나입니다. 다만, 꼭 부모님에게 물어보는 질문이 하나 있죠.
엄마, 대성콩물 이제 장사 시작했데?
1974년 광주 계림동 작은 가게에서 직접 정성 들여 콩을 갈고, 생면을 반죽해 만들어 콩물국수를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3대째 이어져오면서, 현재는 중흥 본점 1곳과 일곡동 2호점 광주에서 단 2곳만 운영하고 있는데요. 모두 여전히 '콩물국수'만 판매합니다. 외식업 장사는 음식 특성상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 중 하나입니다. 푹푹 찌는 여름에는 시원한 냉면을 찾고, 날이 시린 추위엔 뜨끈한 국밥을 찾는 게 당연한 소비심리죠. 그 때문에 음식장사를 하는 사장님들은 계절마다 잘 팔리는 음식을 준비해 놓습니다. 콩물국수가 주력인 맛집들도 겨울엔 잘 팔리지 않는 콩물국수를 대신해 겨울에만 판매하는 '팥죽/칼국수'등 겨울메뉴를 준비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대성콩물>은 '여름에만 파는 콩물국수집'으로 과감한 포지셔닝을 선택했습니다. 대성콩물은 오로지 콩물국수만 판매하면서 1년 내내 장사를 하지 않고, 하절기에만 장사를 합니다. 그 때문에 대성콩물 장사시작 소식은 단골 고객들에겐 이제 본격적인 여름이 왔다는 신호로 느껴지죠. 오랜 세월 동안 여름에만 장사를 한다는 철칙은 여름철 단골 고객 방문을 증가시키는데 주요했습니다. 이번 여름이 지나면 또 1년 후에 맛볼 수 있는 아쉬움이 재방문율을 높였습니다. 저도 여름에만 주구장창 대성콩물을 가는 이유이기도 하죠.
'헝거 마케팅'이라고도 불리는 '한정판 마케팅'은 제품 판매의 기한 또는 수량을 제한하여 판매하는 마케팅 전략 중 하나입니다. 대표적으로 스타벅스의 프리퀀시 프로모션인데요. 스타벅스는 시즌마다 한정판 굿즈를 만들어 음료를 마시면 쌓이는 프리퀀시를 이용해 일정 수량의 프리퀀시를 모으면 한정판 굿즈와 교환할 수 있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수년째 진행하고 있는 프로모션이지만 해년마다 소비욕구를 자극하는 한정판 굿즈를 제작하면서 고객 구매를 자극시키고 있죠. 여름에만 판매하는 <대성콩물>의 콩물국수 판매전략은 '시즌성/한정판'으로 지금 아니면 먹을 수 없다는 소비 심리를 자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대성콩물>은 고객 경험 향상을 통해 늘 고객 만족을 고민했습니다. 사실 한정판 마케팅이 널리 행해진 요즘 단순히 한정판 마케팅으로 승부할 수는 없습니다. 최근 들어 스타벅스 프리퀀시 이벤트 중 굿즈 물량이 조기 품절되어 고객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처럼, 한정판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고객 경험 향상'입니다. 경험을 하는 과정에서 고객 불만이 나온다면, 마케팅의 역효과를 볼 수 있죠.
무더운 여름날이 되면 웨이팅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해 <대성콩물>은 빠른 회전율을 자랑합니다. 단일화된 메뉴로 앉자마자 주문즉시 콩물국수가 나와서 오랜 기다림을 시원한 콩물로 잊게 만들어줍니다. 기다림이 싫다면 고객은 <콩물 밀키트> 제품을 선택해 즉시 포장해서 받아올 수도 있습니다. 기다림은 고객의 선택의 몫으로 남겨놓는 거였죠. 물론 <테이블링>과 같은 웨이팅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여름철 장사'와 '9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선 낮은 고정비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선택하지 않아 보입니다. <대성콩물>만의 방법으로 '어떻게 하면 고객 만족을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 부분입니다.
올해도 광주에 다녀왔는데 가장 먼저 던진 질문은 "엄마 대성콩물 장사시작했데?'였습니다. 콩물은 여전히 맛있더라고요. 오랜 세월 많은 고객들이 사랑받았던 이유는 <대성콩물>만의 단단한 철칙과 고객만족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