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사별한 자녀돕기 1편)
아이에게 죽음을 설명하는 것에 대해서 어떤 부모는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죽음을 설명하고 이해시키기에 우리 아이는 너무 어려요. 자라면서 자연스레 알게 될 일을 왜 벌써 어린아이에게 사실대로 말해야 하죠? 저희 아이에게 슬프고 어두운 죽음에 대해서 말하고 싶지 않아요.”
죽음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부모라면 당연히 이렇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부모가 자녀에게 죽음에 관해 설명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이들이 죽음과 부딪히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절대 그럴 수 없다. 죽음과 생명은 공존하고 인간은 생명을 호흡하는 순간부터 죽음을 마주한다. 아이들 역시 무심결에 수많은 죽음을 경험한다. 겨울이 되면 자연 생태계의 많은 것이 죽고 우리는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아이들은 키우던 애완동물이나 화초가 죽는 것을 볼 수 있고, 길을 걷다가 죽은 곤충을 볼 수도 있다. 할아버지나 할머니 또는 가족 중 누군가의 장례식에 갈 수도 있고, 뉴스나 영화 등 미디어를 통해 죽음을 보기도 한다. 수많은 어린이 동화책에도 죽음은 자주 언급된다. 생명처럼 죽음도 아이들이 자주 경험하는 삶의 일부다. 그러므로 아이를 죽음과 격리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동이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인지하는가’에 대해 연구했던 심리학자 마리아 나지(Maria Nagy)는 가까운 이의 죽음을 접한 어린아이들이 다음 세 가지의 질문을 되풀이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1. 죽음이란 무엇인가?
2. 사람은 왜 죽는 것일까?
3. 죽은 사람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나며 그들은 어디로 가는가?
어린 자녀에게 죽음에 관해 설명하고 싶다면, 적어도 우리는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은 꼭 준비해 두어야 할 것이다. 우리의 대답은 자녀의 나이와 기질, 죽음에 대한 감정과 이해력 등을 고려하여 최대한 쉽고 명확하며 부드러워야 한다.
죽음은 모든 생명에서 일어나는 불가피한 일이다. 예측할 수 없고, 돌이킬 수 없으며 모든 것이 중단되고 사라진다. 이것이 죽음에 대한 팩트이다. 하지만 죽음 이후 내세에 대해서는 각자의 믿음에 따라 다른 설명을 덧붙일 수 있다. 죽은 후 육체가 사라져도 영혼은 천국에서 영원히 산다고 말하거나 아니면 다른 몸으로 새롭게 태어난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죽어보지 않은 우리가 죽음 이후에 대해서 정확히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만약 모호한 대답이 싫다면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사람마다 죽음과 그 이후에 대해서 다른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단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죽어 보지 않았으니 정확한 답을 가지고 있진 않아. 나 또한 죽음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단다. 그러니 우리가 함께 죽음에 대해 솔직히 이야기하면서 서로 도와주면 좋겠구나.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줄래?”
우리는 아이와 죽음에 대한 다양한 대화를 나누면서 아이가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지혜를 모색해야 한다. 때로 우리는 아이들에게 도움을 받거나 도전을 받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 스스로 죽음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인생은 정답이 없는 문제들이 수두룩하니 우리가 아이의 질문에 적절한 답을 해주지 못해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다고 하여 아이들이 우리를 무시하거나 불신하게 되진 않을 것이다. 도리어 우리가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숨기고 거짓말을 한다면 아이들은 우리를 의심하기 시작할 것이다.
아이들은 끊임없이 죽음을 직·간접적으로 학습하며 성장한다. 하지만 실제 아이들이 가까운 가족과 사별을 경험하게 되면 그 슬픔과 충격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아이를 장례 의식에서 배제하거나 죽음에 대해 아이에게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어린 시절 아버지의 장례 의식에서 배제되었으며, 아무도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서 나에게 사실을 설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동심리 전문가들은 이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하며 경험자인 나 또한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부모가 죽었을 때 아이에게 죽음을 사실대로 알리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이에게 부모의 죽음을 애도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기회를 빼앗은 것이며, 장기적으로 볼 때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아빠가 여행을 떠났다’고 들은 아이는 아빠가 돌아오시길 기다리다가 돌아오지 않는 아빠의 사랑을 의심하고 원망할지도 모른다. 이루어질 수 없는 기다림은 상처가 될 뿐이다. 거짓말로 순간을 모면했다 해도 언제가 죽음에 대한 진실을 말해야 하니 더 깊은 상처가 되고 오히려 훗날 더 큰 숙제가 될 수도 있다.
아이가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어른과 다를 수 있지만, 확실한 것은 아이도 달라진 현실을 인식하고 죽음을 이해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에게 죽음을 감추는 것은 옳지 않다. 오히려 아이에게 죽음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하고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는 것이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마주했을 때 아이가 받을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다. 진실을 말하는 것이 어려워도 우리는 아이에게 진실을 말해야 하고 죽음에 대해 정직하고 따뜻한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아이가 어른들과 적절한 대화를 통해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죽음을 이해하는 것보다 낫다. 적어도 아이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아이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할 수 있고, 아이를 적절하게 도와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