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라 모르겠다 아니고 아모르겠다 정도입니다.
출근길에 즐겨 듣는 김연자의 ‘아모르파티’, 이제는 이홍기가 부르는 ‘아모르파티’를 매일 듣는다. 자신의 삶에서 일어나는 고난과 어려움까지도 받아들이는 적극적인 방식의 삶의 태도를 의미하는데 자칭 타칭 ‘최긍정’, ‘초긍정’인 나조차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 ‘출근길엔 아모르파티, 퇴근길엔 아모르겠다.’라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하루 24시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정답 없는 하루를 나름 알차게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정말 모르겠다.
꼭 남들처럼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이루는 삶을 살 필요는 없지만 당장 퇴근해서 아이들과 뭐 하고 놀지, 저녁엔 뭘 먹어야 투정 부리지 않고 잘 먹을지 등의 눈앞에 닥친 미션들 수행하며 시간 보내는 것도 촉박하다. 후회하거나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뭔가 공허함까지는 아니더라도 살짝 목마름 정도의 내가 인지하고 있지 못하는 부족함이라고 해야 할까? 애초에 방향을 잘못 잡고 가고 있는 건가? 모르겠다.
둘째 출산과 동시에 육아 시간을 활용하여 회사 업무에는 살짝 힘을 빼고, 0순위인 가정에 온 힘을 쏟으면서도 가정과 회사에서 맡은 임무들을 소홀히 하지 않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손에 쥐고자 하는 것이 과한 욕심일까? 특출 나지 않으면서 특출 나게 인정받고자 아등바등하는 정도인 것 같다. 아등바등이라도 해야 간신히 꼴등이라도 면하려나? 아니 꼴등 좀 하면 어때? 하면서도 속으로는 조금이라도 올라가려는 상승 욕구 덩어리의 크기도 모르겠다.
글을 쓸 때 힘을 빼야 하는데 쓰면서도 힘이 잔뜩 들어가는데 느껴진다면 이 글감은 지워야 할까? 말까?라는 판단도 하지 못한다면 나중에 작가가 되어 돌이켜봤을 때 ‘이 정도의 글쓰기 초보도 작가가 될 수 있습니다.’라고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써보려고 한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부쩍 생각과 고민이 많아진 것 같다. 그동안 얼마나 간단한 생각도 하지 않았는지 조금만 머리를 써도 금방 칼로리가 소모되어 피곤해지기 일쑤이다.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셀러브리티’를 보며, 요즘 인기가 많은 인플루언서(셀럽)들의 화려한 삶을 알게 되었다. 육퇴 후 피곤함을 무릎 쓰고 ‘셀러브리티’를 끊지 못한 이유는 사실 조금 ‘설레부렀기’ 때문이다. 드라마 특성상 자극적인 요소들로 구성되었겠지만 셀럽들의 삶이 궁금하긴 했었다. SNS를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운동하는남자, #육아하는아빠 등 자기관리하는 남자로 보이길 원했었고, 지금도 포기하지 않고 타인과 소통 없이 본인 피드에 올리고 싶은 대로 올리고 있다. ‘셀러브리티’를 보며 낯가림이 심한 나는 앞으로도 ‘셀럽’ 보다는 본인 추억 팔이 혹은 일상 기록용 온라인 일기 수준 정도로 게시할 예정이다. 드라마 중간에 ‘억울하면 성공하든가’라는 대사가 나온다. 성공하고 싶다. 그런데 나는 억울할 것이 없다. 그래서 딱 이 정도로만 살고 있는 것인가? 아니다. 억울하지 않지만 나는 나름 성공했다. 사랑하는 아내, 아들, 딸이 있고, 집도 있고, 출근길에 아모르파티를 함께하는 차도 있다. 주변에 친구는 많이 없지만 내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지인들도 여럿 있고, 또 나를 좋게 봐주는 사람들도 여럿 있다.
니체에 따르면 삶이 만족스럽지 않거나 힘들더라도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하는데 충분히 만족하고 있고, 굳이 힘든 일에 맞서기보다는 이제는 한 템포 쉬었다 갈 여유도 조금은 생긴 것 같다. ‘운명애’라고도 하는 ‘아모르파티’는 결국 내게는 ‘자기애’라고도 할 수 있겠다. 어차피 될 사람은 되고, 안될 사람은 안 된다고 한다. 그럼 될 사람이 되면 된다. 작가가 되려면 끊임없이 글을 쓰면 될 것이다. 그리고 무작정 혼자서 글을 쓰는 것보다 상대방의 글도 읽고, 서로 피드백하며 성장하고자 한다.
다른 것은 다 몰라도 어렸을 때부터 인복은 타고났다. 내 주변에는 배울 사람들이 정말 많다. 그리고 배우지 않아야 할 점들은 과감하게 거를 수 있는 능력도 장착되어 있어서 사람들을 만날 때 그 사람의 좋은 점, 배울 점들을 잘 흡수하는 편이다. 그리고 즉흥적인 아모르파티가 아닌 계획적인 아모르파티여서 실패 확률이 적고 즐길 수 있을 때 확실히 즐길 수 있는 아모르파티이다.
가정, 회사, 운동 등 일상에서 충분히 아모르파티하고 있으니 올해 안에 글쓰기 분야에서도 아모르겠다가 아닌 아모르파티가 되길 바라본다.